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부랄메랑이매우짧은후일담上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5.15 02:11:18
조회 693 추천 21 댓글 10


끙끙거리던 개가 실눈을 떴다.


눈을 뜨나 감으나 시야가 어둡기는 매한가지였다. 쨍쨍하게 내리쬐던 햇볕도 온데간데없고, 활짝 열린 베란다 너머로 쏟아지는 것은 그저 스산한 바람뿐이었다. 지금이 한여름임을 감안하면 적어도 오후 여덟 시는 족히 넘었으리라.


웅크린 자세 그대로 개는 몽롱한 정신을 되짚었다. 요 몇 주 동안 제 속을 썩이던 조별 발표를 무사히 마친 것까지는 기억이 났다. 간만에 자유의 몸이 되었답시고 신나게 놀아보려다 피로를 이기지 못하고 까무룩 잠들게 된 것까지도.


한두 시간 눈만 붙일 요량이었으나, 아무렴 계획과 현실은 다르게 흘러가는 법이다. 불그스름한 노을마저 사라지고 어두컴컴해진 하늘을 보며 떠올린 생각이었다. 내일 강의가 하나도 없다는 점만은 그나마 위안거리라고 말할 수 있을까.


하품을 내뱉은 개가 입맛을 쩝쩝 다셨다. 여윈 손가락으로는 머리맡 부근을 조심스레 더듬기 시작했다. 충전기를 꽂아 둔 휴대폰 액정엔 불이 들어와 있었다. 깜깜한 화면 한가운데 나타난 메신저 알림 하나. 꿀만 같던 단잠을 방해한 주범의 정체였다.


이호랑

- [사진]


호랑이였다.


개가 퀭한 눈을 두어 번 깜빡이나 싶더니, 이내 고개를 갸우뚱했다. 이 시간에 뜬금없이 무슨 사진을 보냈나 싶었던 까닭이다. 또 어디 인터넷 사이트에서 웃긴 짤이라도 봤나. 지금쯤이면 헬스장에서 신나게 쇠질 하고 있을 시간 아닌가.


딱히 특별할 일은 아니었다. 사귀기 전에나 사귀는 지금이나, 호랑이는 항상 제게 이런저런 사진을 곧잘 보내곤 했으니 말이다. 그 종류도 대체로 비슷비슷했다. 귀엽게 생긴 동물이나 웃긴 동영상 캡처, 이상하게 찍힌 내 사진 등등.


이번에도 그런 시시콜콜한 사진이겠거니 싶었다. 또 하품한 개는 심드렁하니 휴대폰이나 만지작거렸다. 메시지가 오자마자 확인하기엔 내심 민망스러웠던 까닭에 1분 정도 기다리고는, 곧이어 휴대폰의 잠금을 찬찬히 풀었다. 샛노란 메신저 앱 대기 화면.


“어…….”


그리고 사진.


대화방에 올라온 사진은 평소 보내 버릇하던 것과는 다른 종류였다. 밝은 듯 어두운 듯 미묘한 주황색 조명,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전신거울. 부근에 설치된 아령이나 러닝머신, 운동 기구로 유추하건대 아마 녀석이 다니는 헬스장 내부인 듯싶었다.


호랑이는 사진 한가운데에 자리했다. 거울을 향해 카메라를 겨냥하고 씩 웃는 호랑이 수인. 모피나 반바지나 세상 축축한 꼴을 보니 땀을 억수처럼 쏟은 모양이었다. 하루 평균 두 시간을 가까이 운동에 매진하는 사내였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다.


“…….”


그리고 호랑이는, 상의를 탈의하고 있었다.


엄밀히 말해서 벗고 있지는 않았다. 벗기 일보 직전인 상태라고 해야 할까. 휴대폰을 들지 않은 손으로 검은색 민소매 티의 밑단을 그러쥐고 반쯤 까뒤집은 자세. 커다란 덩치와 자신만만한 미소가 맞물리니 묘하게 과시적으로 느껴지기까지 했다.


땀으로 축 늘어진 털 사이론 강건한 근육이 노골적으로 드러나 있었다. 오랜 단련으로 발달한 식스팩은 힘까지 주니 그 굴곡이 뚜렷이 갈라진 채다. 과장 조금 보태 돌덩이처럼 단단해 보인달까. 자주 만져 본 개로서는 마냥 과장이라 단언할 수도 없었다.


마른침을 꼴까닥 삼킨 개는 사진만 멍청하니 바라보았다. 졸음기는 진작에 사라진 지 오래고, 거기에 보태 얼굴까지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따지고 보면 호랑이의 알몸을 보는 게 처음이 아닌데도 말이다. 오히려 더 노골적인 꼴을 일주일에 최소 세 번은 보는데.


그런데 뭐가 이렇게 부끄럽지.


뭐가 이렇게 야하지.


뭐가 이렇게…….


[이호랑

-오운완ㅋㅋ]


개가 크게 헛기침했다.


아랫도리로 슬금슬금 내려가던 손이 우뚝 멈췄다. 보는 눈 하나 없음에도 겸연쩍었던 개는 무슨 사레라도 들린 듯 기침을 두어 번 더 내뱉었다. 물론 이런들 잔뜩 달아오른 하반신이 잠잠해지는 일은 없었지만 말이다. 오히려 더 심하면 심해졌지.


호랑이가 느닷없이 제게 세미 누드를 보낸 이유도, 저의도 알 수 없었다. 이래저래 몸만 뒤척거리던 개는 인상을 홱 우그러뜨렸다. 왜 갑자기 안 하던 짓을 하는 거야. 이게 그 말로만 듣던 섹스어필이라는 건가. 아니면 그냥 나 놀리려고 이러는 건가.


물론 호랑이가 건전한 운동 사진을 보내든, 아니면 노골적인 음란 사진을 보내든 저로서는 기함할 일이 아니기야 했다. 뭐가 어찌 됐든 작금의 둘은 애인 사이였으니 말이다. 어디 그뿐이랴? 서로 내숭 떨 일도 없는, 소위 ‘갈 데까지 간’ 애인 사이이기도 하지.


그러한 맥락에서, 호랑이는 의외로 별생각 없이 이런 사진을 보냈을 수도 있었다. 한참 전에 ‘그거’까지 졸업한 사이에 상의 탈의 사진 좀 보낸다고 무슨 대수인가. 외려 따지자면 내 쪽이 더 이상한 게 아닐까. 애인 운동 사진 좀 봤다고 발정 나서 허덕거리는 제 꼴이.


그냥 내 피해망상인가.


[ㅇㅇ]


아무튼, 일단 빨리 답장하는 게 최우선이었다.


[오늘 발표라매 잘 끝냈음??]

[그럭저럭]

[아까 전화는 왜 안받았냐]


전화했었나.


[잤는데]

[저번에 보니까 ㅈㄴ 피곤해보이던데;; 푹 잘 잤냐? 혹시 내가 깨운거?]


묘하게 달짝지근한 어투였다. 주둥이를 오물거리던 개의 손놀림이 빨라졌다.


[아까 깼음 휴대폰 방금 확인함]

[ㅇㅋ 그럼 다행이고]

[너는? 아직 헬스장?]

[ㅇㅇ 이제 샤워하고 나갈거]


채 답장할 새도 없이, 다음 메시지가 곧장 도착했다.


[오늘 상체 좀 잘먹은듯?ㅋㅋ]


또 다른 사진과 함께였다.

추천 비추천

21

고정닉 18

2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시세차익 부러워 부동산 보는 눈 배우고 싶은 스타는? 운영자 24/05/27 - -
공지 점퍼 갤러리 이용 안내 [7526] 운영자 08.02.19 246641 262
3015139 모케랑같이두아리파콘서트갈사람 케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8:34 4 0
3015138 무한음식 버그 ㅇㅇ(118.235) 08:27 18 0
3015137 졸려 거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8:26 10 0
3015136 점하 ㅊㅊ(118.235) 08:25 9 0
3015135 술먹은 담날 아갈에서 술냄새 올라오는거 ㄹㅇ역겹네.. [1] 멍멍이괴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8:24 9 0
3015134 6시 이후로 뭐안먹으니까 컨디션개좋아지네 [7]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8:21 35 0
3015133 눌고의 스케치에다 [3] 파란마카롱2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8:04 55 0
3015132 자살하기점에할닐 [3] 멍멍이괴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8:03 37 0
3015131 안녕? [3] 맹금류김참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8:01 37 0
3015130 오늘도 힘내자... [1] 시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59 26 0
3015129 일어났는데 죽을거가타 [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59 29 0
3015128 하숲에부스낼때 성인물만 홍보안하면 되잔아? [2] 우우쓰레기자식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52 42 0
3015127 할카스 디지털판 판매개시했네 [5] 응우옌응헉티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50 69 0
3015126 40대 아저씨 수인 [5] ㅇㅇ(118.235) 07:44 72 0
3015125 클겨 자랑하는 수인 [2] ㅇㅇ(118.235) 07:42 50 0
3015123 명륜 가격대비 ㄱㅊ은듯 [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32 44 0
3015122 복수 찬 시한부 수인 뭐냐 [14] 시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24 90 0
3015121 오늘저녁엔 리니지라이크 함 죠져볼까요 사다욧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21 34 0
3015119 거대졷냥이특징 [5] 사다욧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9 46 0
3015118 안녕? [5] 아가쉔농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0 44 0
3015117 1교시너무시러 [2] 우우쓰레기자식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55 28 0
3015116 점붕이가 기분 좋은 이유 [6] 수인성전염병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54 59 0
3015115 쿠키주제에 꼴리농 [3] 곰국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51 77 0
3015114 진찌 몸 부시고싶다 [1] 멍멍이괴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49 41 0
3015113 9시부터쭉쳐잤네 [6] 스트린더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45 47 0
3015112 아 하필 개바빠지는 수목이라 [1] 곰국(106.101) 06:40 40 0
3015111 굿모닝 [3] Ronci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40 25 0
3015110 [4]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36 65 9
3015109 아직도 수요일이네... [4] 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29 34 0
3015108 가끔 매크로에 진심으로 댓글 다는 거 보면 [10] 수인성전염병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58 86 0
3015107 ㄹㅇ사진은 어렵네... [9] 수인성전염병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7 66 0
3015106 갤럭시는 자꾸 업데이트 좀 안 했으면 [9] 수인성전염병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6 71 0
3015104 비주얼노벨에서 싸우는 장면은 없는게 맞는거같다 점장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5 48 0
3015102 수학은 진짜 재능이야..? 공부한지 6개월은 됐는데 ㅇㅇ(218.52) 04:51 26 0
3015101 구속된 레이 ㅋㅋ [8] 로우레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32 160 11
3015100 진짜잘자.. [9] 야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26 97 0
3015099 존맛탱 늑머수인 [1] ㅇㅇ(118.235) 04:24 54 0
3015098 어우시발 머칠을한거야 [10] 토라히코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13 97 0
3015097 다자는건가 [4] 야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04 54 0
3015096 나시자신있게들춰주는거꼴리네 [6] 야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57 85 0
3015095 잘자라 [6] Kan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40 48 0
3015094 토모뉴짤 [1] ㅇㅇ(118.235) 03:35 50 0
3015093 글좀써주셈.. [3] 야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35 55 0
3015092 제고짤이ㄹㅇ개오지는이유.. [10] 야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26 131 1
3015091 펜리르 머하는거 그릴지 미리추천받아유 [6]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13 91 1
3015090 유튜브에 페이커스킨 비싸다 댓글다니까 [7] Kan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12 111 0
3015089 남은 리퀘목로쿠 [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10 48 0
3015088 숙취에 골골대다가 수인짤 보니까 좀 나아짐 [2] 산산히흩어지는평면의동그라미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10 49 0
3015087 이거봐라 [6] Kan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10 63 0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