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로우는 정신을 차렸다.
눈은 초점을 찾았고 야오의 어깨를 세게 짓누르던 손은 회수된다.
그리고는 야오의 목덜미를 쓰다듬는다.
혼자 발정한 것에 대한 미안함의 표현.
야오는 침묵으로 대답하고, 로우는 정신을 가다듬고 마사지를 재개한다.
목을 지나 승모근을 만진다.
세밀한 목 근육들을 덮어 지키고 있는 상부 승모근. 쇄골 끝쪽에서부터 솟아올라 굴곡진 언덕을 지나고 나면 목을 타고 가파른 경사의 절벽을 기어올라 머리뼈 아래쪽에 도달한다.
이 두터운 상부승모근이 날개뼈와 팔을 들어올려 내 팔목을 꽉 잡아 제압한 채 박아대는 자세를 완성시킨 것이겠구나. 이 승모근, 어깨부터 목까지 꽉 차는 이 상부 승모근이 나를 제압한 거겠구나, 하며 조금은 질투스러운 마음으로 어깨 위로 손을 올려 승모근에 손바닥을 대고 힘을 줘 꽉 잡는다.
아, 조금 아팠으려나?
... 딱히 신음은 내지 않는다.
아니, 아프면 뭐 어때. 상관 없다.
너는 내가 아프다고 해도 안 멈추고 꼭 쌀 때까지 했었지. 너도 좀 아파봐야 돼.
로우는 어깨 끝 쪽에서부터 손아귀로 승모근을 쥐어 주무르기 시작한다.
약간 아프지만 피로를 풀리게 하는 기분 좋은 마사지였다.
긴장이 풀린다.
온몸을 구속하는 속박 탓에 전신에 들어가 있던 긴장이 풀린다.
승모근이 말랑해지고 어깨가 내려간다. 후면 삼각근과 중부 승모근에 힘이 풀리고 팔이 축 처진다.
긴장하고 있던 건가? 귀여운 구석도 있네… ㅋㅋ...
로우는 손을 목 쪽으로 천천히 옮겨 가며 자신을 위해 고생했던 승모근을 풀어준다.
목에 도달한 손은 가파른 절벽을 마주한다.
곱고 부드러운, 그렇지만 매우 단단한 암벽.
로우는 손끝을 세워 벽을 긁듯 문지르며 목 쪽의 승모근도 풀어준다.
“ 으윽... “
아팠는지 야오가 소리를 낸다.
평소에 풀어주기 힘든 부위, 그리고 최근 들어 로우를 위해 과로한 부위. 잔뜩 뭉친 부위를 로우가 주무른다.
검지, 중지, 약지는 목의 바깥쪽에, 엄지는 목의 가운데 안쪽에 달라붙은 채 상부 승모근이라는 산의 완등을 시작한다.
한 걸음, 두 걸음, 올라가자 두께는 더욱 얇아져 결국 약지는 낙오되고 남은 셋이 서로 딱 붙은 채 승모근이 끝나는 머리뼈 바로 아래까지의 완등에 성공한다.
후우,
딱딱한 승모근을 푸느라 힘을 쓴 로우와 아픈 걸 참느라 힘을 쓴 야오가 동시에 짧은 한숨을 내뱉는다.
야오가 잠시 숨을 돌리는 사이 로우는 곧바로 승모근을 마저 만져댄다.
상부 승모근 아래로 이어져 있는 중부 승모근과 하부 승모근, 팔이 늘어져 있어 힘이 빠진 상태였지만 그 크기와 부피만큼은 결코 늘어져 있지 않은 봉긋한 형태였다.
그것은 야오의 거대한 이두근 덕분이었다.
긴장이 풀려 양쪽 어깨가 바닥으로 쏟아지고 팔은 십일자로 축 늘어진 상태였지만 바닥을 향해 있는 이두근의 높이만큼 팔이 침상으로부터 부상하여 등이 굽어지고 늘어지지 않을 수 있었다.
팔이 뜬 만큼 날개뼈가 모아지고, 그 덕에 등 쪽의 중부 승모근도 적당한 긴장감을 가진 채 우뚝 솟아 있을 수 있던 것이다.
불룩하다.
날개뼈에서부터 척추까지, 여과 없이 불룩하다.
자신의 결을 여과 없이 과시하며 튀어 나와 있는 중부 승모근,
고작 조금의 힘이 들어가 있을 뿐이지만 나는 이 정도의 선명도를 보일 수 있다며 자신을 뽐내고 있는 중부 승모근을, 로우는 선명히 보이는 결을 따라 날개뼈 쪽에서부터 척추뼈 쪽으로 쓸어내린다.
가장자리에서 유독 선명히 갈라져 있던 근육은 로우의 손길에 따라 중앙 부분에서도 더욱 갈라진다.
세워진 손 끝은 근육의 결이 보이는 방향을 따라 꾹 눌러진 채 이동한다.
손가락이 미끄러지면 근육의 결들은 미끄러지듯 자연스럽게 더 선명히 갈라진다.
결을 따라서 세 차례의 왕복 운동이 있고 난 후 로우는 생생히 갈라진 중부 승모근을 보며 흡족한 미소를 짓는다.
‘ 어서 나머지 근육들도 맛 보고 싶어... ‘
로우는 침을 삼키며 고개를 내린다.
그 아래로는 하부 승모근, 광배근, 기립근, 그리고 큼직한 엉덩이와 튼실한 하체가 있었다.
연신 침을 삼키던 로우는 이곳의 벽이 반투명 유리로 되어있다는 사실을 떠올리고 누가 보기 전에 얼른 남은 근육들을 만져버려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는 묘한 안정감에 잡고 있던 중부 승모근 쪽의 복슬한 털을 놓으며 고개를 서서히 내린다.
그러나 시선은 잠깐동안 고정. 그의 눈은 야오의 사랑스러운 뒤통수에 잠시 고정됐다가 잠시 후 고개를 따라 시선을 내린다.
그곳에는 방금 마사지한 상부 승모근과 중부 승모근이 보였고, 그리고 그 아래로는 넓은 하부 승모근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 밑으로는 하부 승모근과 기립근이 마름모 모양으로 엉덩이까지 이어져 있다.
웬만한 성인 남성의 광배근보다 넓은 마름모. 모서리가 약간 둥근 모양의 커다란 마름모가 있었다.
타고나게 큰 하부 승모근과 꽉 차 있는 기립근.
기립근은 광배근보다 깊은 곳에 있는데도, 광배근이 이렇게 훌륭하게 발달한 채 기립근을 덮고 있는데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립근은 광배근을 뚫고 나와있다.
결코 덮여서 묻히지 않겠다, 나는 여기에 살아숨쉬고 있다, 그런 의지의 선언을 속으로 삼키며 굳세게 존재하고 있는 듯한 기립근.
아쉽게도 승모근에는 완전히 묻혀서 보이지 않는 모양이지만 광배근을 저 정도 뚫고 나온 것만 해도 대단하다.
광배근에 묻혀 있는 기립근 부분은 승모근과 이어져 거대한 나비의 형상을 띤다. 검은색, 꼬리가 길게 늘어져 있는, 긴꼬리제비나비... 아니지, 인간 얼굴의 족히 네 배는 되는 저것은 결코 나비일 수 없다. 나방…! 호주 헤라클레스 나방 정도가 되겠구나. 아니, 그것도 야오의 것에 비하면 부족할테다.
이 흉폭한 나방의 날개 옆으로는 날개뼈 근처에 층층이 겹쳐져 있는 근육이 있다. 날개뼈에 붙어있는 극하근과 그 위의 후면 삼각근, 그 밑으로는 바깥쪽으로 펼쳐져있는 대원근과 소원근, 그리고 바로 옆의 광배근. 팔에서부터 출발하여 넓게 뻗어, 힘겹게, 엄청난 길이를 지나고 나서야, 겨우 허리에 도착하는, 보고도 믿기지 않는 크기의 광배근.
그 수려하게 수놓은 근육의 집합체를 보면 누구라도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조각상보다 더 조각 같은 몸. 인체 구조 상으로 보일 수 있는 근육은 모조리 보인다.
보통의 인간이라면 조금의 근비대도 이루기 힘든 극하근이 대원근과 유사한 크기를 이루고 있다. 본래라면 매우 작은 크기와 작은 힘을 가져야 할 극하근, 그렇지만 이 남자에게는 상식이 통하지 않는가보다.
저 동그랗게 응축된 극하근을 보아라. 팔을 바깥으로 돌릴 뿐인 작은 근육, 그러나 그의 거대한 팔을 회전시키기 위해서는 평범한 크기가 아니어야 함은 자명할지도 모른다.
로우는 그 위의 후면 삼각근에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것은 원래 있어야 할 범위를 넘어서 다른 근육의 자리를 침범한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인체 구조라는 것 따위는 자신을 묶어둘 수 없다고 말하며 인체 구조를 초월해서 존재하는 것 같은 그 후면 삼각근.
위팔뼈의 위쪽에서부터 어깨와 날개뼈 위쪽을 빙 둘러싼다. 그저 둘러싸는 것을 넘어서, 신체를 보호하는 갑옷 같은 인상.
그 앞에 조금 보이는 측면 삼각근과 그 옆의 승모근을 보고 있으면 누구라도 저 어깨에 얼굴을 기대 쓰다듬 받고 싶다고 생각이 들 테다.
나는 야오의 어깨를 향해 팔을 뻗었다.
짧지만 충분히 부드러운 털이 내 손가락을 배웅한다.
털들의 깊은 포옹이 있고 나면, 말랑한 근육이 다시 나를 반긴다.
너무도 반가운 마음에, 그 품에 더 깊게 파고들었다.
자기 혼자 깊게 눌린 중지에는 말랑함 아래로 감춰진 딱딱한 후면 삼각근이 만져졌다.
나는 손을 조금 더 눌러서 딱딱한 근육을 만진다. 털이 덮고 있지만 그럼에도 근육의 결이 만져진다.
날개뼈 위쪽에서부터 위팔뼈로 쏟아지는 결. 그 결들을 하나하나 느껴보다가 그 앞의 측면 삼각근까지 욕심을 내본다.
역시 여기도 결이 잘 만져지는구나.
날개뼈에서부터 시작하는 후면 삼각근과 쇄골에서부터 시작하는 전면 삼각근, 그 거대한 두 근육에 묻히지 않고 자기 역시 거대함을 뽐내며 비좁은 자리에 끼어 있는 측면 삼각근.
다른 두 삼각근에 비해 근육의 시작점이 밑 쪽에 있는 탓에 두 삼각근 사이를 비집고 튀어나와 있는 모양새였다.
세 삼각근이 만드는 골을 문질러본다.
거대한 부피가 만드는 골짜기, 측면 삼각근 위에도 이런 골짜기가 생길 수 있는 줄은 몰랐다. 복근이나 기립근 같은 곳에나 있는 건 줄 알았는데. 곧이어 나는 그런 생각을 할 시간도 아깝다 생각이 들어 삼각근 사이의 홈에 손가락을 넣고 그곳에서부터 측면 삼각근의 촘촘한 결을 쓸어내렸다.
한 톨도 놓치지 않고 모든 결을 낱낱이 문지른다. 내 손길을 따라 근육이 갈라지고, 짓눌렸다가 다시 탄력 있게 원래의 형태로 돌아온다. 너무 강하지 않게, 근육이 다치지 않게, 조심스럽게 문지르고, 문지른다.
측면 삼각근의 끝 부분으로 손이 이끌린다. 세 삼각근이 모이는 그곳에서 삼각근을 한번에 훑어 만지다가 그곳에서부터 다시 위로, 후면 삼각근을 훑으며 올라간다.
측면 삼각근보다 조금 더 커서 만지기 편한 것 같다.
이 녀석, 자기 몸이 얼마나 멋있는지 알고 있으려나? 내가 매번 칭찬하긴 하지만 나 이외에는 누가 쉽게 말을 붙일만한 덩치도 아니고 말이지.
로우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후면 삼각근을 덥석- 잡는다. 큰 손아귀의 반절 가까이가 차는 엄청난 크기. 양 손으로 양 어깨를 주물럭- 댄다.
약간 힘을 줘서 엄지로 근육을 꾹- 누른다. 근육이 어느정도 파이다가 이내 딱딱하게 막히며 더이상 손가락이 들어가지 않는다. 그 상태에서 긴장을 유지한 채, 근육의 결을 따라 날개뼈 쪽으로 손가락을 스윽- 누르며 문지른다.
그렇게 날개뼈에 도달하고서, 날개뼈 뒷면에 붙어있는 근육인 극하근을 누른다.
그러자 야오가 공기 섞인 신음을 짧게 뱉었다.
이런, 극하근이 이렇게 크고 도드라져 있으니 다른 대근육처럼 강하게 압박해버렸잖아. 작고 섬세한 근육이라는 것도 잊어버릴 만한 크기야.
원래의 극하근은 근비대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 부위다. 평범한 인간은 날개뼈를 통해서 그 위치를 짐작할 뿐, 직접 만지기도 힘든 부위다.
겨우 극하근을 키웠다고 하더라도 지방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전혀 티가 나지 않게 되는 부위. 야오는 그런 극한의 조건을 이중으로 뚫고서 소근육을 대근육인 양 과시하고 있는 것이다. 저런 게 소근육이라니 새삼 실감나지 않는다.
이번에는 실수하지 않고 조심히...
손에 힘을 빼고 손 끝에만 조금의 힘을 유지한 채 날개뼈를 누른다.
아래를 누르니 원에 가까운 모양이었던 극하근이 찌그러진다.
이번에는 가운데를 누르고, 위를 누른다.
그렇게 수십 초 정도를 살살 누르다가, 나의 의지인지 탐욕스러운 손 자체의 의지인지, 어느샌가 내 양 손은 양 옆으로 흩어져 대원근을 만지고 있다.
넓고 길게 뻗어 있는 대원근, 그 위로 소원근도 분명히 보인다. 근육끼리 이렇게 선명히 분리되어 보이게 만드는 걸 업으로 삼는 사람을 보디빌더라고 한다지? 이 녀석 돈 떨어질 일은 없겠어. 보디빌더나 모델이나 불러줄 데가 많을 것 같다.
그런데 더 제대로 만지고 싶은데... 속박을 풀어 보자.
생각해보니 내가 강하게 마사지할 동안 딱히 몸부림치지도 않았어.
이 녀석의 근육에게는 이런 것조차 강한 자극이 될 수 없는 것 같다.
그림 넣어봤는데 어떤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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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사진은 근육 이해하기 편하라고 색칠해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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