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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담호걸_사슴과 늑대의 이야기 1+2앱에서 작성

미몰렛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6.29 17:15:20
조회 125 추천 9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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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썼던 경호세원 외전 1화+2화 통합본
너무 예전에 썼던거라 다들 잊어버렸을것 같아서 1화랑 2화 둘다 붙여서 올림

3화는 내일쯤 올릴듯
예상 분량 10화 내외




따스한 봄이 찾아오면, 얼어붙은 땅이 녹고
앙상했던 가지엔 꽃이 피어난다.

혹독한 겨울을 넘어 꽃을 피워낸 나무는 추위를 견뎌낼 만큼 강한것이 아니라, 그저 기다릴 뿐이다.

겨울이 끝나고 봄이 찾아오기만을…
.
.
.
.
.
.
.
.
.
.
“… 하암.”

“지루해…”

감악산 중턱 어딘가.
사람도, 건물도 없는 곳에서 반복되는 비슷한 풍경.
물론 평범한 숲이 드리워진 산의 풍경에 비하면 이곳은 언제나 신비한 색으로 넘쳐났지만…

글쎄, 몇십년을 여기서 지내다 보니 이제는 지루하기 짝이 없는듯 하다.

“뭐하냐? 죽상을 하고 한숨만 푹푹 쉬고 앉아있기는.”

내가 멍하니 저 멀리있는 산들을 보고 있자, 뒤에서 말소리가 들려왔다.

말을 걸어온 이는, 익숙한 목소리였다.

“아, 경호야. 일어났어?”

“그래. 더럽게 졸리긴 하지만…

그렇게 말하고는 경호는 입을 크게 벌리며 하품을 했다.
언제나 귀찮다는 듯 나른한 목소리와 행동, 약간은 사나워 보이는 눈매까지.

처음보는 사람이라면 분명 무서워 할 법도 한 인상이지만, 나에게는 전혀 그렇게 느껴지지 않았다.

“너 또 심심하다고 혼잣말 하고 있었지?“

”이번은 아니야. 심심하다곤 안 했어.”

“그러냐? 웬일이래?”

“그대신 지루하다고 하긴 했지.”

“하…”

나는 경호에게 살짝 웃어보이며 말을 건넸다.
경호는 내 말장난에 질린다는 듯, 뒤통수에 손을 가져가며 옅게 한숨을 지었다.

”그래, 어련하시겠어요.”

“너무 그러진 마. 그냥 입버릇이니까.“

“입버릇이라…

”지루하다는 말이 입버릇이 될 정도면, 얼마나 심심한거냐?”

“글쎄… 나도 잘..”

나는 하던 말을 안으로 삼키며, 어느덧 내 옆에
앉은 경호의 얼굴을 보게 되었다.

내 눈 앞에 있는, 회갈색의 늑대.

옅은 채도의 발간빛을 내보이며 빛나는 탁색의 적안은, 빛을 밭으면 신기하게도 하늘색의 안광을 내 보이곤 했다.
처음 보았을때 부터 보았던 신비한 눈.

그 눈에는, 어째선지 미안함과 약간의 죄책감이 스며들어 있었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경호의 손을 살며시 잡았다. 구태여 독심을 쓰지 않은 채로.

“…왜그래, 경호야?”

”아니, 뭐… 그냥 좀…

내 질문에, 대답하길 주저한다.
사실 답을 알아내는건, 독심을 가진 나로선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저 지금 쥔 이 손으로 읽으면 그만이니까.

그렇지만 그러지 않는 이유는…

“…나 때문에, 네가 너무 지루해 하는것 같아서 말이야.”

이렇게 내 눈치를 보며 말하는 경호의 모습이, 
내가 알지 못하는 이유를 말하기까지의 설렘이,
독심으로는 알수 없는 이 감정이 좋아서일까.

나는 결국 진지한 경호의 모습에 웃고 말았다.

“…뭐야, 그런거 신경쓰고 있었어?”

“아니, 야! 네가 그렇게 죽상을 하고 있으니까 그런거잖아!

“하여간 답지않게 소심하다니까.

”내가 뭐 어때ㅅ..

경호는 말을 다 끝마치지 못했다.

내가 경호에게 달려들어, 그 위로 몸을 포개며 넘어트렸으니까.

“야, 너 지금 뭐..

그리고 입가에 난 흉터를 혀로 살며시 훑으면서.

”읏…“

삐죽 나온 송곳니를 감싸며..

”자, 잠깐..!

나는 자연스레 혀를 섞었다.

갑작스런 키스에 놀랐는지, 경호는 처음엔 가만히 있다가

점점 대담하게, 격렬하게 더 키스를 해 왔다.

그러기를 수 분.

입과 혀를 떼어낸 나와 경호는, 조금은 육욕에 조금은 젖은 듯한 눈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약간의 침묵.

그 침묵의 담긴 의미는, 조금의 의문과 흥분.

“… 신경쓰지마, 경호야.

”뭐..?

“조금은 지루하지만, 그래도 행복해.”

”너를 처음 만났을때 부터 지금까지 계속 말이야.“

“…”

“그러니까, 괜히 신경쓰지마.”

“…그러냐.”

“처음 만났을 때 처럼, 말이지…”



2.

어른들은 흔히 아이들의 거짓말을 마주하곤 한다. 

그리고 그런 아이들의 거짓말은, 순수하지만 노골적이며 그 의미를 알기도 쉽다.
나는 그런 평범한 아이들의 거짓말과는 달리, 조금 더 거짓말의 저의를 숨기는 법을 배워왔다.
무언가 가지고 싶은것이 있냐는 어른들의 질문에, 없다고 대답하는 법.
외롭지 않냐고 물어보는 아이들에게, 아니라고 대답하는 법.

다른 아이들의 거짓말보다 조금 더 여문 나의 거짓말은, 엄마도 속고는 했다.
당연히 외롭고, 당연히 가지고 싶은게 많은 나이의 나는 엄마를 생각해서라도 그 모든게 없어야 했으니까.

항상 있으니만 못한 아빠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노력했던 우리 엄마.

노름에 빠져, 어떠한 일도 노력도 하지 않은채 이집 저집 빌어먹으며 술을, 여자를, 도박을 끼고 살았던 내 아빠는 

남겨진 나와 엄마에겐 족쇄이자, 저주였다.

그런 남편을 둔 엄마는, 항상 나에게 미안하단 말을 달고 살았다.

무엇이 엄마를 그리 죄인으로 만들었을까.

어린 나이에 먹을 입 하나 줄일 심산으로 시집보낸 엄마의 가족들이었나.
아니면 그런 엄마를 그저 식모 취급하며 온갖 궂은 일만을 도맡아 하게 했던 아빠의 가족들이였나.

그도 아니라면, 돌아간 시부모님들을 뒤로 하고 남을 이유가 없어진 엄마에게 이유가 될수 밖에 없었던, 또 하나의 족쇄를 채워버린…

나라는 존재일까?

“엄마, 엄마는 내가 있어서 그래?”

“응…? 세원아, 그게 무슨 말이니…?”

대뜸 던진 나의 물음에, 삯바느질을 하던 엄마는 나를 보며 이해가 되질 않는다는듯 되물어왔다.

“마을 사람들이 다 그러잖아. 저런 남편 두고 사는 엄마가 불쌍하다고. 딸린 애만 아니였다면 진작에 도망가버렸을 거라고…”

“아이고, 아이고…. 우리 세원이…”

약간은 침울한듯한 내 말에, 엄마는 하던 바느질을 멈추고 나에게로 와서 나를 끌어안았다.
그렇게 안긴 엄마의 품에선, 속으로 간신히 기침을 삼키는 듯한 떨림이 남아있었다.

“세원아, 절대 그런거 아니야. 엄마는 그저 우리 세원이가 걱정되어서 그래…”

“... 내가?”

“그래. 엄마가 없으면 우리 세원이, 아침엔 늦잠 자지 않고 일어날까, 배는 곪지 않을까. 마을에 누가 우리 세원이 놀리지는 않을까…”

“진짜…? 진짜 그런거 맞아…?”

“그런것도 있지만, 사실 가장 큰 이유는 따로 있단다.”

“뭔데…?”

“엄마에게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건, 우리 세원이니까.”

나는 아직도 그때를 기억한다.
세상 모든 거친 풍파에 휩쓸려, 평생을 황량히 살아온 엄마가 나를 사랑한다고 말할때의 목소리를.
그 당시 어렸던 난 그 한마디 만큼은 그 어떠한 거짓말로도 꾸며낼 수 없던 감정이 들어간 엄마의 진심임을, 지금도 확신하고 있다.

그렇지만 어른의 거짓말은 아이들의 거짓말과는 다르다는걸, 어린 나는 알지 못했다.

“그럼.. 엄마는 절대로 나 혼자 두고 안떠날거지?

“그럼. 엄마는 항상 세원이 곁에 있을거야.”

참지 못한 기침소리와 함께, 힘겨운듯 엄마는 내 물음에 대답을 이어갔다.

그리고 그것이 내가 아는 한, 항상 진실했던 엄마의 처음이자 마지막 엄마의 거짓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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