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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호세원 외전 5앱에서 작성

미몰렛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6.30 14: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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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해 주시는건 고맙지만, 저로썬 할수 있는 일이 많지 않은걸요. 저 마을에 있긴 싫고, 배운 일은 없고. 남은 가족이라 부를 사람은 아빠 뿐인데, 그 사람은 저에게 관심도 없어요.”


“그렇게 갈 곳이 없고, 마음 둘 곳도 없다면 만들면 그만 아니냐?”

“네…?”

“네가 할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고 했지. 그러면 내가 하나를 만들어 주마.”

“어떻게요?”

“내가 이 산 중에서 가장 좋은 곳을 찾아, 네 엄마의 무덤을 만들어 주는거지.”

“저 마을엔 있기 싫다며? 여긴 이미 마을 안도 아니고, 경치도 좋고. 그리고 무엇보다 이 산의 주인인 내가 만들어 준다는데, 이보다 더 좋은 조건이 있냐?”

“...”

인정하긴 싫지만 이 늑대의 말이 맞았다. 이 산은 저 멀리 마을이 작달만하게 보일 정도로 멀리 떨어져 있었고, 나 혼자로서는 엄마의 무덤을 제대로 만들어 줄 자신이 없었다.

“... 그런데요, 그렇다면 제가 할 일은 뭔가요?”

“응?”

“제가 할 일을 만들어 준다면서요. 그런데 방금 말하신건 그쪽이 할 일이잖아요.”

내 말을 들은 늑대는 내가 이런 질문을 할지 몰랐다는 듯 당황했으나, 이내 입가에 약간은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나에게 말했다.

“역시, 내가 사람하나 보는 눈은 있다니까. 이렇게 똘똘한 꼬맹이에게 뭔가를 해 줘야 나도 할 맛이 나지. 안그래?”

늑대는 내 옆으로 성큼성큼 다가와, 작은 내 몸이 휘청일 정도로 격하게 어께동무를 하며 나를 보고 웃어보였다.

나는 그제서야 그의 얼굴을 자세히 볼 수 있었다. 산신이라는 터무니 없는 말에 어울리는 듯한 환상종의 모습. 늑대의 흉터 하나 없는 멀끔한 얼굴은 연갈색과 회색의 털이 경계를 가르며 나 있었고, 그의 입가에 걸린 상아색의 송곳니는 그가 포식자 라는 사실을 가감없이 알려주고 있었다. 

무엇보다 옅은 채도의 발간빛을 내보이며 빛나는 탁색의 적안은, 빛을 밭으면 신기하게도 하늘색의 안광을 내 보이곤 했다.

그 눈에 비친 내 모습이 초라할정도로, 늑대의 눈은 아름다웠다.


“사슴 꼬맹이, 이름은 뭐냐?”

“세원, 정세원이요.”

“그러냐? 나는 감악산신 윤경호라고 한다. 본관은 파평 윤가에, 호는 자운.”

아까와는 달리 사람좋은 웃음으로 나를 보며 말하는 늑대는, 그 안에 아이와 같은 천진함을 감추고 있는 듯 했다. 나는 오랜만에 보는 나름의 친절함에 어쩐지 기쁘기도 하고 의심도 든 탓일까, 약간은 퉁명스럽게 그의 통성명을 끊어낼 수 밖에 없었다.

“.. 빨리 할 일이나 말하기나 해요.”

“그래. 네가 해야할 일은 단 하나다. 바로 네 엄마의 무덤이 만들어질 때까지, 저 마을에서 지내는거야.”

“네??”

“이 산의 주인인 내가 만들어주는 무덤인데, 제대로 안 지으면 다른놈들한테 놀림받아서 말이다. 제대로 지어야겠는데…”

“요즘 세상이 세상인지라, 산신이고 신령이고 제대로 취급 못받는게 현실이니, 나도 힘이 떨어질대로 떨어져서 말이다. 좀 시간이 걸릴것 같아서.”

“... 근데 그게 제가 마을에 머무는거랑 무슨 상관인데요?”

“뭐… 무덤이 완성되면 한번쯤은 꼭 봐야하지 않겠냐? 그래도 자식인데 말이다.”

“그건 그렇죠…“

”그리도 또, 아무리 마을이 싫다고 해도 어딜 가려고? 당장에 갈 곳은 있냐?“

“그것도 맞아요…”

“마지막으로, 이렇게 신경써주는 나한테 뭐라도 갖다 바쳐야 하는거 아니냐?”

“그것도…네??”

정곡을 찌르는 사실 뒤에 감쳐둔 늑대의 사소한 사욕. 사뭇 진지하게 흘러가던 대화 내용은 늑대의 마지막 말에 막혀 나는 그를 얼빠진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솔직히 만드는데 하루이틀 걸릴것 같진 않고, 나 혼자서도 안되고. 여기저기 일손좀 빌려가면서 만들어야겠는데… 네가 금은보화는 못 갖다줘도 정성이 담긴, 뭐 먹는 거라던가 입는거라던가. 그런거라도 좀 가져다가 줘야 도와주는 애들 보상도 되고, 맞지 않냐?”

나는 그런 늑대의 말을 들으며 한 생각이 들었다.
이 사람, 아니 산신은 생각보다 이타적이지만 동시에 속물적인 산신이란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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