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자정을 넘긴 늦은 시간이었다.

 일을 전부 끝마치고 늦은 식사를 하려던 사내의 귀에 수상한 소리가 얕게 들렸다. 그리고 이 소리는 사내에게 아주 익숙하고 달갑지 않은 일의 시작임을 알리는 것이기에 저도 모르게 혀를 찼다.

 “또 지랄이네.”

 지긋지긋하다는 듯 사내는 미간을 찡그리며 중얼거렸다.

 신경질적으로 의자에서 일어선 사내는 손전등 하나를 챙겨 성큼성큼 소리의 근원지로 발걸음을 옮겼다.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더욱 선명해지기에 사내의 짜증 또한 깊어져 갔다.

 이내 사내의 발걸음이 복도 맨 끝에 있는 화장실 앞에 멈추어 섰다. 불 꺼진 안에서 여러 소리가 뒤섞여 밖으로 흘렀다.

 무언갈 빠는 듯한 축축한 소리, 빠르게 살갗이 부딫히는 날카로운 소리, 끈적한 한숨이 섞인 신음.

 빨리 끝내고 주린 배나 채우고 싶었기에 사내는 손전등을 켜고 망설임 없이 안으로 걸어 들어 갔다. 그리고 가운데 변기 칸의 문고리를 잡고 확 열어젖혔다.

 그의 눈앞에는 헐벗은 털 짐승 두 마리가 몸을 섞고 있었다. 그 중 한 마리는 익숙한 놈이었다.

 그놈은 한 남자에게 안아 올려진 채 마구 박히는 중인데다, 언제 구멍을 뚫었는지 양 벽에 솟아난 좆 두 개를 투박한 손으로 잡고 거칠게 흔들고 있었다.

 생각지도 못한 간호사가 앞에 나타나자 쾌락에 사로잡혔던 두 짐승 모두 눈을 떙그랗게 뜨고 사내를 바라보았다.

 “야밤에 잘~ 하는 짓입니다, 그렇죠?”

 비꼬는 사내의 말에 두 멍청이는 머쓱 웃어 보였다. 이윽고 양 옆 칸에서 나온 바보들도 머리를 긁적이며 똑같이 웃어 보였다. 그 웃음을 보자 사내는 땅이 꺼지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엔 못 본 척 해드릴 테니까 얼른 들어가서 주무세요.”

 고맙다는 말과 함께 얼른 옷을 챙겨 도망간 세 녀석과는 다르게 털 짐승 한 마리는 불만이 있는 듯, 사내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는 익숙한 모습의 늑대 수인이었다.

 사내는 늑대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아픈 사람이긴커녕 오히려 건강해서 탈일 듯한 근육질 몸매, 갸름하게 생긴 갯과 동물의 얼굴, 마지막으로 눈에 들어온 건 잔뜩 발기한 물건 이 프리컴을 흘리는 모습이었다.

이윽고 눈을 돌려 자기를 보는 늑대를 쳐다보았다.

 “왜요?”

 “한창 좋을 때 방해하는 간호사님이 미워서요.”

 덩치는 산만한 놈이 쩨쩨하기는….

 사내는 최대한 친절하게 얘기했다.

 “그렇다고 다른 환자분이랑 이러시면 안 되죠. 한 번도 아니고 계속.”

 이 늑대는 병원에서 유명한 놈이었다. 골골거리는 환자들만 있는 곳에 이렇게 몸 좋고 잘생긴 사람은 보기 힘든 탓이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다른 남성 환자들과 떡 치는 놈으로도 잘 알려진 환자였다. 떡 치자는 신호만 주면 무조건 승낙한다나 뭐라나. 아무튼 그런 본인 때문에 간호사들이 골머리를 앓는 중임을 알고 있을까?

 그 와중에 늑대는 또박또박 말대꾸했다.

 “그럼 난 어떻게 성욕을 해소하죠?”

 “뭐… 자위라도 하세요.”

 “딸은 별로예요.”

 그 말에 어이가 없는 사내는 헛웃음을 터뜨렸다.

 “그럼 어쩌라고요.”

 고개를 앞으로 빼든 늑대는 사내의 귓가에 가져다 댔다. 그리고 간드러지게 속삭였다.

 “간호사님이 해소해 주세요.”

 “…… 예?”

 생각지도 못한 말이 그의 주둥이에서 나온 탓에 사내는 그만 손에 들고 있던 손전등을 놓치고 말았다. 개의치 않던 늑대는 계속 말을 이었다.

 “저랑 매일 섹스 하주면 다른 환자랑 안 할게요.” 못쓰ㅜ게ㅐ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