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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지흙수저점갤러소설...........34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8.10 04:28:52
조회 411 추천 18 댓글 10

‘안 오면 죽을 줄 알아.’


그게 저거였나.


“……그랬었지, 참.”


짤막한 웃음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까마득한 기억을 들춰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그래, 그런 일도 있었더랬지. 어림해도 10년은 지난 일인데 용케도 기억하고 있네. 그것도 모자라 무슨 책이었는지까지 생생하게 알려주다니. 나한테 주기는 좀 아까웠었나.


오랜 추억을 되짚어 준 녀석에게선 별다른 대답이 돌아오지 않았다. 방금까지 그러했듯 나를 가만 바라보기나 할 따름이었다. 책상에 볼을 붙인 자세로 앉아 내게 시선을 고정한 호랑이. 언뜻 흐리멍덩해 보이다가도, 또 어쩐지 세상 강렬해 보이기도 한 눈빛.


“음……. 그럼.”


내 상상뿐일는지도 모를 일이지만.


“대본 한 부 더 뽑아 놨으니까, 미리 외워 놔. 알겠지? 혹시 모르니까.”

“어?”


최호범이 별안간 귀를 쫑긋하나 싶더니, 이내 서둘러 책상에서 볼을 떼어냈다.


“아, 어. 응, 그래.”


그냥 멍때리고 있었나.


미묘한 불편함도 금세 사라졌다. 최대한 어색하지 않은 척, 싱긋 웃어준 나는 어영부영 자리에서 일어났다. 과일이 산처럼 쌓인 접시에서 사과와 키위 한두 조각을 예의상 집어 먹은 뒤, 가방까지 바리바리 챙겨 메기까지 했다.


“그럼 나는 가볼게, 호범아.”

“응?”


눈만 껌뻑이던 최호범이 후닥닥 나를 따라 일어났다.


“가, 가려고?”


저의를 알 수 없는 물음이었다. 고개를 끄덕인 내가 말끝을 흐렸다.


“가야지……? 수행평가도 다 끝냈고.”

“음……. 그래, 그렇지.”


세상 심각하게 말을 꺼낸 것치고는 영 싱거운 반응이었다.


“그, 그럼 집까지 데려다줄게.”

“응?”


이번엔 내가 당황할 차례였다.


채 막을 새도 없이 최호범이 나갈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현재 입은 복장에 바람막이 하나 정도가 추가되는 것이 전부이긴 했지마는 말이다. 하얀색 티셔츠에 검은색 반바지, 그리고 하늘하늘한 검푸른색 겉옷 하나. 손에는 야구모자 하나가 들려 있었다.


“아니……. 괜찮은데.”

“됐어.”


완곡한 거절은 쉽게도 막혔다.


“여기서 너 집까지 멀잖아.”

“10분 거리 아니야……?”

“……밖에, 흠. 많이 어둡기도 하고. 위험해.”


거리마다 가로등으로 밝지 않으냐고 되물을까 싶었다마는, 말을 아꼈다.


제 딴에는 신사도 넘치는 행동이 세상 부담스럽기 그지없었다. 자랄 만큼 자란 고등학생에게 여덟아홉 시 저녁 거리가 뭐가 대수겠는가. 여기가 무슨 사람 하나 없는 시골 동네도 아니고, 열 시까지 학원에서 지내는 아이들도 부지기수이지 않은가.


한편으론 좀 우스꽝스럽기도 했다. 서로 지지고 볶아대는 커플끼리나 할 법한 소리를 동급생, 그것도 동성 동급생에게 지껄이고 있었으니 말이다. 최근 어머니가 즐겨 보는 드라마에서도 이와 비슷한 장면이 나왔었지. 뭔 재미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런 말은 네 여자친구한테나 하든지…….


“……그래도.”


죽었다 깨어나서도 못 할 소리였다. 비아냥을 집어삼킨 내가 말을 이었다.


“안 힘들어? 오늘 야구부 훈련 있었다며.”

“별로.”

“아니……. 주말에 중요한 경기 있다면서. 컨디션 유지하려면…….”

“숙제 끝났니?”


필사적인 설득은 아주머니의 말소리와 함께 끊겼다.


방문을 열고 나오면서 아주머니와 눈이 마주쳤다. 옆에선 최호범의 아버지가 달짝지근하고 매콤한 냄새를 풍기는 냄비를 식탁 한가운데에 얹는 와중이었다. 아무래도 부부가 함께 저녁 식사 준비를 하는 모양이었다.


커다란 식탁은 별의별 반찬으로 가득했다. 육식을 선호한다는 맹수 수인 가족답게 고기가 대다수이긴 했지만 말이다. 쇠고기뭇국과 장조림, 산적. 우리 가게에서 파는 반찬 또한 산더미 같은 그릇 사이로 몇몇 보였다.


“아, 네……. 방금 끝났어요.”

“이를 어째, 아직 준비 다 못 했는데. 배고파도 조금만 기다려 주겠니?”


묘하게 불안한 이야기였다.


대답하는 대신 재차 식탁을 바라보았다. 방금은 미처 포착하지 못했던 무언가를 그제야 찾아낼 수 있었다. 널따랗고 고풍스러운 원목 식탁, 서로 마주 보는 형태로 배치된 네 개의 의자. 그 앞으로 단정하게 놓아둔 네 쌍의 식기.


최호범 일가는 총 세 명이었다.


“저녁밥 먹고 가야지.”


나머지 하나는 물론, 내 자리일 테고 말이다.


-

줘도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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