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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늑대인간 증후군 -1

아모니별빛으로어쩌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8.25 20:21:22
조회 481 추천 17 댓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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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적 드문 외곽지의 골목길. 깜빡깜빡 위태롭던 가로등은 어느샌가 나가버렸고 반쯤 구름에 가려진 달빛만이 골목을 한 가닥 두 가닥 비추고 있을 뿐이었다.

 

 

"... .... 제발 그만...."

 

 

얼마나 소리를 지른 건지 목이 완전히 나가버려 목을 쥐어짜내어 내뱉어야 했던 그 한마디는 말을 한 본인조차 자신의 목소리임을 알아채지 못할 정도였다. 하지만 말을 한 본인은 그것을 알지도 못했고 그에게 닥친 일에 비하면 중요한 것도 아니었을 것이다. 단지 누군가가 도와주기만 한다면 어찌되든 좋았을 거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그의 목소리를 들을 사람은 어디에도 없었고 하늘의 달마저 그를 외면하고 있었다.

 

한바탕 큰 소란이 있었기 때문이었는지 한동안 풀벌레 소리조차 없이 고요하기만 했던 어둠 속에서 찌륵- 찌륵- 하고 하나둘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 풀벌레 소리에 달도 관심을 가진 것일까? 달빛이 구름을 벗어나 어두운 골목길을 비추기 시작했다. 풀벌레를 물고가는 들쥐 하나, 이름 모를 들꽃 하나, 나무에 박아 사고가 난 자동차 하나, 골목길 위에 사람 하나 그리고... 그런 그를 덮치고 있는 늑대 하나.

 

달빛이 깜깜한 골목을 비췄건만 옷 밖으로 삐져나온 늑대의 회색 털은 달빛마저 삼키는 듯, 달빛 속에서 어둡게 가라앉아 있었다. 낮게 으르렁거리는 소리, 회색빛 어둠 속에서 홀로 번뜩이며 빛나는 눈, 하지만 평범한 늑대와는 다르게 길게 뻗어있는 다리와 사람과 같은 다섯 손가락이 달려 있는 손. 부모님이 머리맡에서 읽어주던 동화 속 늑대인간은 필시 이런 모습이었으리라. 늑대가 입고 있는 셔츠는 오버핏 셔츠라는 이름이 무색하게도 팽팽하게 당겨져 늑대가 거친 숨을 들이쉴 때마다 위태롭게 부풀었다 수축했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결국 버티지 못한 단추 하나가 투둑 하고 떨어져 나가 아래에 깔려있는 남자의 얼굴을 스치고선 '철퍽'하고 떨어진다. 철퍽이라 꽤 이상한 소리다.

 

늑대에게 깔린 남자의 얼굴은 창백하다. 어느새부턴가 그의 목에선 목소리고 비명이고 나오지 않고 쉭--하는 쇳소리만 나오고 있었다. 늑대, 아니 늑대인간에게 먹힌다니 그런 판타지스러운 상황은 당사자를 제외한 그 누구도 믿지 못할 것이다. 더군다나 그게 조금 전까지만 해도 함께 놀던 친구였다면 더더욱 말이다. 남자가 흐릿해진 눈동자를 감았다 뜨자 벗겼다는 표현을 사용하는 게 민망할 정도로 찢겨 넝마가 된 셔츠 조각이 보였다.

 

 

'원래 무슨 색이었더라....'

 

 

그는 멍한 머리로 그런 실없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는 이상함을 느꼈다. 어느 순간부터 감각이 없었다. 이성적으로 생각할 수 없었다. 이 상황은..... 현실감이 없었다.

 

 

'어쩌다 이렇게 됐더라, 분명 늦게까지 놀다가 이 녀석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집에 가던 중이었는데.... 갑자기 중간에 멈추더니 뭐라고 소리를 질렀던 거 같은데. 뭐였더라? 나가라고 했었나? 그리고....... 그리고 또.......'

 

 

남자는 문득 무엇인가 이상하다 느껴 눈동자를 굴려 늑대를 바라보았다. 금방까지 자신의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고 있던 늑대는 어느새 얼굴을 떼고선....... 작게 떨고 있었다. 적어도... 적어도 그가 느끼기엔 그렇게 보였다.

 

붉게 물든 셔츠, 셔츠 밖으로 삐져나와 있는 회색 털, 주둥이 아래쪽으로 나 있는 하얀 털, 그리고 입가를 타고 흘러내려 그 하얀 털을 적시고 있는 붉은 액체, 그런 늑대의 뒤에서 은빛으로 빛나는 보름달.

 

 

'뭐야, 뭐가 이렇게 이쁘냐, 예술 작품이네 그냥.'

 

 

남자는 그 이상한 비현실감에 '아 그렇구나 이건 꿈이구나 이렇게 졸린 거도 그래서 그런 거구나'라고 생각하며 마지막 의식을 놓아버리고선 스르륵 눈을 감았다. 눈을 감기 전 마지막으로 마주친 촉촉하게 눈물 맺힌 강아지같은 눈망울이 뭔가 귀엽다고 생각하면서.......

 

 

 

 

 

 

 

 

 

 

 

 

 

"...! 아악!"

 

 

남자는 갑자기 몸을 일으키려다 왼쪽 어깨에 느껴지는 날카로운 통증에 비명을 질렀다. 반사적으로 어깨에 손을 가져가니 탄탄하게 감긴 붕대가 만져졌다. 통증에 입술을 꽉 깨물고선 급하게 주위를 둘러본 남자는 그곳이 자신의 집임을 확인하곤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꿈은..... 아니었나....."

 

 

그렇게 중얼거리던 남자는 콜록콜록 마른기침을 몇 번 하곤 물을 마시기 위해 냉장고 문을 열기 위해 손을 뻗었다.

 

 

"!"

 

 

, 아니 실제로 있었던 그때의 그 회색 털이 눈앞을 스치자, 그는 본인도 모르게 잔뜩 긴장하며 몸을 뒤로 빼고선 숨을 삼키고 주위를 살폈다. 당연하게도 그곳에 그를 제외하고선 아무도 없었고 냉장고만이 위잉- 하며 소리를 내고 있을 뿐이었다. 그렇게 한참 동안 눈동자를 굴리던 그는 이내 그 회색 털의 출처를 깨달을 수 있었다. 그는 멍하니 서서 한참동안 자신의 손등만을 바라보았다.

 

 

 

 

 

 

 

 

 

 

 

 

 

 

 

 

 

달빛 아래에서 늑대는 떨고 있었다. 그 발밑의 생명의 웅덩이는 그의 입가에 흐르는 액체와 같은 것으로 이루어져 있었지만, 그의 것은 아니었다.

 

비린내가 섞인 쇠냄새가 난다.

 

 

'역겹다.'

 

달콤하다.

 

'구역질이 난다.'

 

군침이 난다.

 

'내가 혐오스럽다.'

 

네가 사랑스럽다.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오늘 보름달이 뜨리란 것도 알았다. 운전해야 한다는 핑계로 술도 입에 대지 않았다. 그리고 분명 오늘 나오기 전에 약도 먹었다. 대체 뭐가 잘못된 거지?

 

모르겠다. 모르겠다. 모르겠다. 모르겠다. 모르겠다. 모르겠다. 하지만 하나 확실한 것은 본인이 가장 친한 친구를 잡아먹을 뻔했다는 것이다. 심지어 튕겨져 나간 단추가 피 웅덩이에 떨어지면서 튄 핏방울이 눈에 들어가지 않았다면 정말로 잡아먹었겠지. 혀끝에 닿은 그 맛은 너무나도 강렬해서 마치 통증처럼 느껴질 정도의 쾌락이었다. 그리고 그 사실이 나를 더 괴롭게 했다. 이것은 절대 반박할 수 없는, 무슨 말로도 변명할 수 없는 잔인한 진실이다.

 

이럴 생각은 없었다. 아니 어쩌면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게 막을 수 있었다. 조금만 더 주의를 기울였다면..... 분명 변하기 전에 이 녀석을 차 밖으로 내보내고 서둘러 차를 몰아 멀리 떨어질 생각이었다. 애초에 늑대인간으로 변한다고 해서 무조건 정신이 날아가는 건 아니다. 몇몇 예외 상황이 있을 뿐....... 그런데 하필 그 예외적인 상황이 두 개나 겹쳐버렸다. 하나는 하필 급하게 차를 출발시키는 바람에 앞을 제대로 못 보고 나무에 박아 사고가 났다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철벅

 

 

비틀대는 바람에 발에 밟힌 웅덩이에서 소리가 난다. 조그마했던 웅덩이가 더 커진 것 같다. 더는 낭비할 시간이 없다. 그렇게 생각한 나는 빠르게 달려 차 트렁크에 넣어둔 구급 키트를 가져와 응급처치를 하기 시작했다.

 

 

'제발.... 제발.....'

 

 

머릿속이 온통 뒤죽박죽된 패닉상태였음에도 무의식적으로 몸이 반응해 응급처치를 끝내고 익숙하게 붕대를 감아간다. 응급처치는 익숙하다. 어릴 때부터 늑대로 변한 상태에서 바로 병원에 갈 수 없는 상황이 자주 있었기에 부모님께 자세히 배웠고 실제로도 자주 해봤다. 물론 이런 응급처치로는 안 된다. 응급처치는 말 그대로 응급처치일 뿐 제대로 된 의사에게 치료를 받아야 할 것이다.

 

 

'제발 선생님....... 제발요......'

 

 

손톱을 물어뜯으며 통화버튼을 누른 핸드폰을 귀에 가져다 댔다.

 

 

네 여보세요.

 

 

"..... ...선생님......"

 

 

갑자기 자신도 모르게 긴장이 살짝 풀리면서 눈물이 나기 시작했다. 선생님은 바로 차를 운전해서 오신다고 했고 전화넘어로 울음을 멈추게 하려고 부단히도 애를 쓰셨다. 아마 이날이 내가 철이 든 이후 가장 많이 운 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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