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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사기당한점붕소설4앱에서 작성

OoOo0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9.12 02:56:33
조회 172 추천 13 댓글 6

"우선 옷을 준비해드리겠습니다. 지금 상태로는... 음."

"..."



회의실 한쪽의 작은 거울에 내 모습이 비쳤다.

첫 날 합격한 회사에 츄리닝 차림으로 슬리퍼를 찍찍 끌고 나온 한심한 새끼.

베르씨가 날 뭐라고 생각하고 있을까.



"아마 오시기 전까지 회사에 별로 기대를 안 하셨나 봅니다..."



수치심에 절로 얼굴에 열이 올라 힘들었다.



"...아뇨"

"원래도 이곳에서 일하기 싫어하셨었는데, 면목이 없습니다."

"...그냥, 제가... 이게 습관이라."

"회사의 억지를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요즘은 꽤 필사적이라."



내 말을 뭐로 받아들인 건지, 베르는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같이 일할 수 있어 영광입니다. 따라오시죠."

"..."



*



베르를 따라가면 어떤 명품 옷 가게 같은 곳이 나온다.

회사의 로고가 새겨진 맞춤형 정장들.

그 카운터에서 피부색이 요란한 동물이 하나 서 있었다.

카멜레온 수인이었다.



"또 신입?"

"2번 서울에서 오신 진짜 외교관이십니다."



외교관은 이럴 때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가.

다른 나라에서 사람을 만나고 돌아다니는 게 직업인 사람이니.

아마도 사교적인 사람이지 않을까.



"...안녕하세요. 잘 부탁드립니다."



베르가 나를 처음 봤을 때 지었던 미소를 따라 지었다.



"어머~ 귀여운 것 좀 봐. 원하시는 스타일 같은 게 있으실까요?"

"아, 어... 음... 평소에 입던 스타일이라면 괜찮을 것 같은데."



평소에 입던 스타일.

그런게 있을 리가 없었지만.



"싱글, 아니면 더블? 이 회사는 양식이 제법 프리하니 즐겨보세요."

"...뭐가 좋을까요."



고민하는 척 했지만, 내가 정장 스타일을 알고 있을 리가 없었다.

싱글이 뭐야, 더블은 뭐냐고.

옆에는 구두들도 잔뜩 널려있었는데 아마도 정장을 맞춘 후에 어울리는 구두를 찾아서 신는 모양이었다.

힌트가 없는 퍼즐을 푸는 기분이었다.

한번이라도 삐끗하면 계약이 해지당하는.



그 때 베르씨가 내 어깨에 손을 얹었다.



"음, 그럼 유한강씨 선배가 입던 스타일은 어떠신가요."



옆에 있던 정장 한 벌을 집어 나에게 가져다 댔다.

베르의 후끈한 숨결이 훅 다가왔다.



"제가 아는 슈트 중에 이만큼 세련된걸 본 적이 없습니다."

"그래~ 잘 어울리네. 사이즈도 꼭 맞고. 바지 기장만 좀 늘리면 되겠어."

"...그, 그런가요. 그럼 그걸로."



시선을 피한 채로 정장을 받아서 들면.

곧 카멜레온이 옷을 받아들고 수선해왔다.



탈의실에서 갈아입고 입고 나와 거울을 봤다.



"어머, 잘 어울리시는데요."

"손색이 없군요. 정말로요."

"그런가요... 감사합니다."



치수는 정확하게 들어맞았는데.

맞지 않는 어른의 옷을 억지로 껴입은 아이가 된 기분은 왜일까.



구두에 관해서는 카멜레온과 베르씨가 여러 차례 논쟁을 벌였다.

결국 베르씨가 '심플 이즈 베스트'를 외치며 무난한 구두를 가져다줬지만.



*



다시 16층으로 돌아와 회사 안을 걸었다.

복도에 설치된 스케줄 보드를 지나면 나오는 넓고 채광 좋은 사무실.

사무용품 하나하나에도 묻어있는 한국적인 장식들이 인상적이었다.



누구의 것일까.

이렇게 넓은 공간을 가지게 된다면 정말 일할 맛 나겠다.

이래서 사람들이 대기업, 공기업 하는구나 싶었다.



"여기가 배정된 사무실입니다."



그런데 베르씨가 나를 그곳으로 이끌고 들어갔다.



"...여기가요?"

"아, 마음에 들지 않으신다면 바꿔드릴 수도 있습니다..."

"아뇨! 좋아요..."



성급한 대답에도 도베르만은 사람 좋은 미소를 지었다.



"그렇습니까."



넓고 깨끗하다.

한 쪽 면이 통유리로 된 시원한 전망.



개인용 데스크탑과 커다란 사무용 테이블.

그 위에 얹어진 커다란 모니터가 두 개.



심지어 앞에는 누군가 앉아있을 수 있도록 푹신한 소파와 테이블도 몇 개 마련되어 있었다.



개인용 사무실을 얻는다는 건,

생각보다 엄청난 일이었구나.



"...전망이, 좋네요."

"신경 써서 고르고 골랐던 사무실이니까요."



거대한 빌딩들이 들어찬 도시의 모습이 한 눈에 보였다.

이리저리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 같은 정류장을 경유하는 다른 색의 버스들.

내가 여기로 왔던 것처럼 셔틀버스에서 내리는 사람들.



그리고 사무실에서 그들을 내려다보는 나.

수인들의 서울.



겉으로 보이는 모습은 생각보다 원래의 서울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전임자가 남겨놓은 문건은 책상 아래 서랍에 들어있을 겁니다. 여기, 열쇠."



열쇠를 받아 서랍을 열었다.

작고 가벼운 노트 하나가 들어있었다.



[신입 외교관을 위한 3번 서울 외교법]



여기있다.

내 외교 생활을 책임져줄 인수인계 문서!

이것만 있다면 이 소중한 회사에서 쫓겨나지 않으리라.



"저는 읽기가 통 힘들더군요. 같은 서울 출신이 아니라 그런가."

"그런가요?"



싱글벙글 수인 세계 인생역전 시작이었다.

친절한 겉표지를 넘기면 얇은 종이에 글씨가 빼곡하게 겹쳐 써있었다.



그런데,

읽을 수 없었다.



"이건..."

"2번 지구의 외교관은 이런걸 쉽게 읽을 수 있다고 하더군요."



도베르만이 말했다.



외교관은 이런걸 읽을 수 있다고?

작은 종이에 큰 글씨를 얼마나 겹쳐서 썼는지 거의 먹지로 보일 지경이었다.

읽을 수 있을 리가 없잖아.



볼펜으로 아무렇게나 찍찍 그어놓은 낙서장 같은 노트와 다를 바가 없었다.

침착하게 페이지를 펼치고 겹친 문자를 해석하려 노력했다.

전혀 읽히지 않았다.



이게 뭐야?

인수인계 문서라고?



"가장 궁금한 건 마지막 페이지에 적힌 문자입니다. 읽어주시겠습니까?"



등줄기가 저릿할 정도로 시렸다.



_______________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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