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드래곤본 대장장이 플린트는 온몸의 정기를 다 빨리고서야 마을 사람들에게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가 만든 유니크 성검 '아섹스하고싶다'.
이 물건은 절대로 위험하다.
여기에서 떠나야 모두가 살아남는다, 돌아오지 않아야지. 영원히...
그런 결심을 품고 플린트는 발걸음을 옮겼다.
마을 사람들이 쫓아올새라 검은 드래곤본 플린트는 마구간에서 잠을 청했다.
각종 질척한 액체들과 낮에 당했던 일들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아 아직도 온몸이 붉게 달아올랐다.
이게 유니크 대검의 효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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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아섹스하고싶다
제작자 : 플린트(욕구불만 드래곤본)
등급 : 유니크
효과 : 섹스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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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장, 젠장 젠장 젠장 젠자앙!!!"
플린트는 마구간의 벽을 마구 쳤다. 마을 외곽에 있던 허름한 마굿간은 주인을 잃은지 오래였다.
덕분에 관리가 되지 않아 베고 있는 볏짚은 듬성듬성 곰팡이가 나있었고, 축축했으며 이상한 냄새도 났다.
하지만 플린트가 가질 수 있는 이부자리는 이것이 최선이었다.
아무래도 이 성검을 가지고 있는 동안에는 이런 식으로 살아갈 수 밖에 없으리.
그러지 않으면 영원히 섹스하게 될 것이다.
드래곤본은 원체 성욕이 왕성한지라 성체가 되면 그 욕구를 해결하지 못해 안달이 난다고들 하지만, 이 성검은 하루에 100번이라도 플린트를 섹스하게 만들 기세였다.
아직도 엉덩이가 질척했다.
"이딴 성검... 내가 부숴주겠어."
아섹스하고싶다가 미묘한 진동을 플린트의 손에 흘렸다. 아찔하면서도 머릿속 신호가 끊어져버릴 것만 같은 간드러지는 진동.
이 진동이 사람을 미치게 만들었다.
누군가를 찾아 헤메고 싶은 마음, 어디에서라도 위로받고 싶은 마음. 그런 마음이 마구 떠올라버리고 사랑받았던 기억들도 뒤섞여버려서 결국엔 스스로를 다시 한번 기쁘게 만들고 싶은 충동에 휩싸여버리는 것이다.
결국 그날 밤 플린트는 다시 한번 성검과 교미했다.
* * *
"이건 저주야. 분명하다고."
플린트는 꼬박 하루를 마굿간에서 날려버렸다. 분명 하루만 묵고 가려고 했는데 그럴수가 없었던 이유는, 성검이 계속 플린트의 성욕을 자극했기 때문이었다.
겨우 질척한 마굿간에서 빠져나왔다. 마굿간 전체가 플린트의 체향으로 가득 차 있었고, 또 체액으로 끈적하게 물들어 있었다.
천장에서도 뚝뚝 떨어지는 희고 질척한 액체들, 알게 모를 달달한 냄새들.
"젠자아앙!!!"
다시 플린트가 발걸음을 옮긴건 밤중이었다.
검은 드래곤본 플린트가 가진 비늘의 색은 시커먼 밤하늘을 닮았기 때문에 누구의 눈에도 잘 띄지 않았다. 가려야 할 게 있다면 청록색 눈동자 뿐.
역사적으로 유니크 대검을 파괴한 사람의 이야기는 전해지지 않지만, 수도의 대마법사 그레이스토스토스는 에픽 대검 하나를 파괴한 전적이 있다고 전해진다.
그가 파괴한건 에픽 대검 중 가장 약한 이능을 보유했던 '자연과 하나되어' 였지만, 그것도 대단한 업적이었다. 그것을 파괴하기 위해서 인간의 목숨 100명이 갈려나갔다고 했던가. 그것이 비유적 표현인지, 실제로 그런 것인지는 몰랐다.
그러나 그것마저도 대단한 업적임에는 틀림없었다.
성검 '자연과 하나되어'는 오직 인간만을 숲에 씨앗처럼 심어 인간 나무를 조경하게 만드는 미친 대검이었으니까. 악의적인 이능을 가진 에픽 대검은 사라져야 했다.
지금도 플린트가 머물렀던 라이트 마을에서는 밤낮없이 축제가 벌어지고 있었다. 마을사람들이 누구와 교미하고 있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그들이 교미하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했다.
끈적한 냄새가 여기까지 퍼져왔으니까.
'그레이스토스토스를 찾아야 한다.'
죄책감을 품고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 밤중의 숲을 지났다. 그렇게 한참을 걷다보면 횃불과 짐마차와, 어떤 상인 무리들로 보이는 누군가가 야영을 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다가가서 마차에 태워달라고 할까? 하지만 나에겐 가진것이 땡전 한 푼 없었다. 가진 것이라곤, 손에 쥐어진 정신나간 유니크 대검 한자루, '아섹스하고싶다'
"거기! 숨어있는거 다 아니까 당장 나와!"
고민하는 사이에 용병으로 보이는 무리들에게 포위당했다. 수풀 사이로 보이는 그들의 무장을 보니 일정한 문장이 새겨져있었는데, 아마도 '눈덩이 괴물' 용병단 소속 사람들인 것 같았다.
마침 잘됐다. 눈덩이 괴물은 그레이스토스토스가 소유한 용병단 중 하나였다. 된다면 가는동안 신세를 지거나 정보를 묻고 싶었다.
"나오지 않겠다면 이쪽에서 먼저 공격하겠다!"
아무튼 무슨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그것부터 풀어내야겠다. 나무 사이의 틈 사이로 보이는 용병대원들이 들고 있는 무기가 흉흉했다. 그들이 쥐고 있는건 최소 레어급의 대검. 날에 푸른빛의 예기가 감도는게 꽤 실력있는 작자들이란 이야기다.
자기가 든 집값의 대검을 누군가에게 빼앗기지 않을 자신이 있다는 말이겠지.
플린트는 심호흡을 한번 하고 양손을 위로 한 채로 나무 뒤에서 나왔다.
"아! 암살자나 자객같은게 아닙니다! 저는 그냥 지나가던 나그네...!"
"검을 버려!"
휘릭-
팡!
석궁에서 발사된 날카로운 화살이 보이지 않는 속도로 발치에서 땅에 박혔다. 한발자국이라도 더 움직였다면 그대로 발이 꿰뚫려 땅과 접합되었을 것이다.
횃불이 플린트에게 드리워졌고 그들의 얼굴이 보였다.
"뭐야, 헐벗은 드래곤본이잖아?"
"허억... 허억..."
플린트는 에인션트 드래곤들을 상대로 워헤이든 왕국을 지켜낸 전적이 있다- 라는건 사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사실이었다. 플린트가 왕국을 위해서 한 일은 결코 전투가 아니었다.
비대칭 전략 무기 '에픽 대검'으로 이루어진 극적 합의!
그저 에픽 대검을 과시하고 기분상 휘둘러보다가 허벅지에 상처가 났다는건 마을 사람들에게는 영원히 비밀이었다. 그들은 이게 영광의 상처인줄 알고 있었다.
내가 전투 능력이 뛰어났으면 왜 대장간에 있겠어.
전장으로 나갔겠지!
한마디로 플린트는 대장간에서 망치만 휘두를 줄 아는 순딩이 드래곤본이라는 뜻이었다.
"이 밤중에 옷도 입지 않고 검 하나만 들고 있다니 역시 네녀석... 몸에서 나는 소음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이건 다 '사정'이 있었어서... 옷을 버리게 된..."
"비늘색도 밤하늘같이 어두운 칠흑색이고 역시 네놈... 주변 환경과 섞여서 눈치채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
"내가 검은색인건 원래 내가 그런-"
"프로 암살자인 네놈의 유치한 변병따위는 들어줄 생각 없다. 역시 그레이스토스토스님의 보구를 약탈하기 위해 파견된 자객이냐!"
짐마차에 붙어 있던 로브를 입은 사람들이 호들갑을 떨었다.
"벌써 여기까지 '그림자의 손'의 영향이!"
대장으로 보이는 용병의 손짓에 일사분란하게 사람들은 움직였고, 결과적으로 모두 마차 안으로 들어갔다.
남은 것은 용병들 뿐.
"다들 보구를 보호하고 거수자를 제압해라!"
"아니 그러니까 오해라니까!"
그러나 모든 화살이 플린트를 향했고, 플린트는 최선을 다해 바닥을 굴렀다. 쏘아져오는 화살들이 매서운 소리를 내며 공기를 찢는다. 피슝- 하는 소리들과 함께 쏟아져내리는 화살들을 피해 달리다보면 어느새 숲의 바깥이었다.
추적자들은 포기할 생각이 없었고, 플린트도 여기에서 죽을 생각이 없었다. 그와중에도 손에는 대검이 쥐어져있었다.
정신없이 도망치는 와중에 잃어버렸을 법 했는데도 여전히 성검은 손에 꼭 쥐어져 덜렁거리고 있었다.
"이제 끝이다!"
드넓은 평야에서는 날아오는 화살을 피하기 힘들었다. 대검으로 화살을 쳐낸다면 살아남을 수 있겠지만 그런게 가능할리가 없었다. 그런건 소드마스터나 가능한 경지니까.
플린트는 그저 대장장이였을 뿐이었다.
성검이 찌르르하고 울렸다. 마치 비웃는 것 같았다. 어서 말하지 않고 뭐하냐는 듯이, 자신을 사용하지 않고 살아남을수가 있겠냐는 듯이. 성검은 아무말 없이 말하고 있었다.
'자신을 사용하라'고.
"안돼! 저들과 섹스하고 싶지 않아!"
추적으로 붙은 용병대원은 총 넷이었는데, 그 중 하나는 하프오크였다. 그들은 체취가 강했고, 과격하고 배려없으며 본능적인 몸놀림으로 유명했다. 그 중 둘은 수컷과 암컷 인간 둘이었다. 아무래도 인간들은 손재주가 좋으니 석궁을 주로 다뤘다.
나머지 하나는 두꺼운 후드를 뒤집어쓴 인간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수컷 늑대인간.
가장 엮이고 싶지 않은건 그였다.
늑대들은 평생 하나의 짝을 만들고, 영원히 그들만의 사랑을 추종한다. 젠장, 덩치는 있지만 젊어보이는게 딱 봐도 아직 짝을 찾지 못한 늑대같아보이는데 그하고 엮여봤자 좋을 일이 정말 하나도 없었다.
대륙 반대편에 있어도 찾아오는 그들의 짝에 대한 집착과 광기란, 몸서리가 쳐지게 놀랍고도 무서운 것이었다.
"칼스, 그대로 베어버려!"
인간의 모습을 한 늑대인간은 짝을 찾으면 다시는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없으며 평생을 늑대 수인의 모습으로 살아간다. 그들에게도 마음에 맞는 짝을 만드는 것은 인생에서 정말 중요하고 신중해야 할 일들 중 하나였으며 그 누구도 쉽게 자신의 짝을 결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칼스라 불린 늑대인간은 너무나 호기롭게도 나에게 달려들고 있었다. 그리고 너무 빨랐다. 막을 수 없을만큼 민첩했고, 몇번이나 단련한 듯 현란한 리듬으로 시야의 사각에서 날이 선 단검을 휘둘러왔다.
아섹스하고싶다를 들고 있던 나에게.
"젠장, 난 니 인생 책임 안진다!"
살아남으려면 어쩔 수 없었다!
대검을 휘둘러봤자 이 늑대놈에게 허벅지를 베이거나 복부가 뚫리거나 폐를 찢기거나 하겠지. 그렇다면!
"아 섹스하고 싶다!!!"
플린트는 있는 힘껏 소리를 질렀다.
사자후라고 생각해도 될정도로 크고 굵은 목소리였다. 멀리 있는 에인션트 드래곤도 들을 수 있을만큼 강한 목소리였다.
"당신..."
그리고 모든 추격대원들이 손에서 무기를 놓았다.
가장 격한 반응을 보인건 단연코 내 앞의 늑대인간이었다. 그는 자신이 무슨 일을 하고 있었던 건지도 잊어버렸는지 점차 늑대수인의 모습으로 변해가며 플린트의 손을 잡고 손등에 그대로 키스했다.
아무런 연고도 없는 그가 플린트를 바라보여 웃음을 지었을때 즈음에 그는 완전히 늑대수인으로 변해있었다. 그는 다시는 인간으로 돌아가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칼스라 불린 늑대는 웃고 있었다.
"드디어 찾았다, 내 짝."
홀리 갓 아미쿠스여. 저에게 왜 이런 시련을 주시나이까.
플린트는 하늘에다 대고 소리를 지르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야시꾸리한 기운이 몸에 감돌기 시작한 것은 물론이고, 얼굴은 달아올랐으며, 분위기는 밤하늘의 별들과 들판의 시원한 산들바람으로 무르익어가고 있었다.
칼슨이 곧 키스했기 때문에, 플린트는 그의 인생에 커다란 훼방을 놓은 것이 미안해서라도 그의 축축한 혀를 받아들여야 했다.
그게 그가 기억하는 성검 제작 3일차의 기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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