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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추가외전...........4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10.11 07:35:49
조회 141 추천 15 댓글 6


이후로는 잘 기억나지 않았다.


침대에 콕 틀어박힌 영윤은 잠이나 퍼질러 잤다. 잠들려 용을 썼다는 표현이 조금 더 정확할 성싶었다. 어지럽고 지끈대는 관자놀이를 애써 무시하며 꿈나라 입장 티켓을 끊으려 무던히 노력한 것이다. 일단 잠들기라도 한다면 두통은 면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물론 한껏 예민해진 지금으로서는 죽기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감기 기운에 지쳐 조곤조곤 잠들라치면 꼭 무엇인가가 영윤을 방해하곤 했기 때문이었다. 무심코 튀어나온 재채기라든지, 앵앵대며 달라붙는 모기라든지, 난데없이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경적이라든지.


눈을 감았다가 뜰 때마다 시간은 휙휙 바뀌었다. 과연 자신이 정말로 잠들었던 것인지, 아니면 수 시간 동안 비몽사몽 깬 채로 시달린 것인지 분간조차 가질 않았다. 어렴풋한 시야에 들어온 창밖을 통해 시간의 흐름을 대충이나마 유추해 볼 따름이었다.


어쩔 땐 한낮이고, 어쩔 땐 노을이고, 어쩔 땐 어둠이고.


또 어쩔 땐…….


“형님.”


……태건이 있고.


거슴츠레 눈만 껌뻑이던 영윤이 쌕쌕 기침했다. 퉁퉁 부은 목구멍은 바람 빠져나갈 공간조차 없는 듯싶었다. 재채기 한 번에 딸려 나오는 콧물과 가래. 역한 느낌에 질색한 영윤은 눈을 질끈 감고 코를 세게 빨아들였다.


태건의 부축을 받으며 비실비실 몸을 일으켰다. 어스름조차 가신 창밖은 어느새 완연한 밤이었다. 분명 마지막으로 보았을 때엔 저녁이었는데 말이다. 언제 이렇게 길게 잠들었었지. 종일 뒤척거리다 지쳐서 기절이라도 했나.


“몇 시예요……?”

“10시입니다.”

“지금 돌아왔어요?”

“아까 왔습니다.”


고개를 느릿하게 끄덕이던 영윤이 또 기침했다.


“……이건 뭐예요?”


그러다 아래를 눈짓했다.


웬 앉은뱅이 탁자가 영윤의 눈앞에 있었다. 딱 양팔만 얹을 수 있을 정도로 소담한 공간엔 별의별 것들이 얹혀 있었고 말이다. 네모난 플라스틱 용기 둘, 브랜드 로고가 판각된 팥색 뚜껑. 장조림과 김치, 동치미 따위의 밑반찬 여럿.


죽.


“죽입니다.”


조용조용 대답한 태건이 뚜껑을 열었다. 희뿌연 김과 함께 고소한 냄새가 어른어른 풍겨왔다. 내용물이 허여멀겋지 않고 초록빛이 도는 것을 보건대 전복죽인 모양이었다.


“입맛 없는데…….”

“약 먹으려면 식사는 하셔야 합니다, 형님.”


칭얼거림은 금세 막혔다. 일회용 수저 대신 집에서 쓰는 숟가락을 든 태건이 죽을 한 숟갈 떴다.


“아아.”


낯부끄러운 울림이었다. 어물거리던 영윤이 앓는 소리를 냈다.


“아니…… 혼자서도 먹을 수 있는데…….”

“아아.”


태건은 듣는 시늉도 하지 않았다.


“잘하셨습니다, 형님.”


민망함을 무릅쓰고 한 입 받아먹으니 이런 소리가 들려왔다. 흡족함과 장난기, 그리고 웃음을 머금어 부드러운 목소리였다. 흐리멍덩하고 침침한 시야 탓에 잘 보이지 않았다마는, 상대가 무슨 표정을 짓고 있을는지는 불 보듯 뻔했다.


“자, 형님. 아아.”


히죽히죽 웃고 있겠지.


이러니저러니 해도 숟가락 들 힘조차 없기는 했다. 우물쭈물하던 영윤은 끝끝내 포기하곤 태건이 떠다 준 죽을 얌전히 먹었다. 오물오물 씹을 때마다 기특하다는 듯 정수리를 쓰다듬는 큼지막한 손아귀. 하극상도 이런 하극상이 따로 없었다.


“와, 형님. 땀 되게 많이 흘리셨습니다.”


죽을 삼키면서 시선을 다소곳이 떨어트렸다. 흠뻑 젖어서는 푹 내려앉은 털과 잠옷이 눈에 들어왔다. 방금까지 등을 맞대고 있던 매트리스에는 무슨 웅덩이가 하나 고여 있기까지. 태건의 말마따나 땀을 많이 흘리긴 한 모양이었다.


“힘드셨겠습니다.”

“괜찮았어요……. 그냥 하루 종일 자서. 태건 씨는요?”

“제가 힘들 게 뭐 있겠습니까. 맨날 하는 훈련인데.”


어둠에 차츰 익숙해진 시야에 태건이 들어왔다. 침대 귀퉁이에 엉덩이를 붙여 앉은 채로 자신을 얌전히 마주 바라보는 멍멍이. 거뭇한 입꼬리를 씩 당겨 올린 미소는 언제나 그렇듯 시원시원했고, 또한 어딘지 모르게 진중하게 느껴졌다.


“몸은 좀 어떠십니까?”

“푹 자고 일어나면 나을 것 같은데…….”


어깨를 으쓱한 영윤이 힘없이 웃었다. 얼기설기 쪽잠이라도 자고, 땀도 비처럼 쏟아내니 아까보단 조금 나아진 것 같기도 했다. 술에 취한 듯 어질어질한 머리와 콧물 가래로 불편하기 그지없는 호흡은 여전했다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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