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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3앱에서 작성

Jubei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10.31 21:33:00
조회 119 추천 10 댓글 5

[시리즈] 그거
· 그거 2편






“...후우…”



 또 다시 담배를 꼬나문 A가 한숨인지 연기를 뿜는 건지 모를 숨을 내쉬었다. 시선은 하늘을 향하고 있었지만 어쩐지 공백이 느껴졌다. 그렇게 한 개비를 다 태운 A는 미련없이 꽁초를 짓밟더니, 이내 예의 바르게 두 손을 모으고 선 늑대를 바라보았다. 시비걸릴 일 하나 없어 보이는 덩치의 늑대였지만, 어쩐지 그의 뺨에는 세 갈래의 할퀸 듯한 상처가 있었다.



“반성했어요?”


“...네, 죄송합니다.”



 이번엔 분명한 한숨을 내쉰 A가 가벼운 현기증을 느끼며 기억을 되짚었다. 자신은 곧이 곧대로 늑대의 말을 따랐고, 무례하게 허락없이 몸을 더듬는 것 역시 문제삼지 않았다. 헌데,



“근데, 옷은 왜 벗긴 건데요?”  


“그게, 정상체중보다 너무 낮게 나오셔서… 사람 몸이라는 게 직접 봐야 아는 거라….”


“...아니, 그렇다고 다짜고짜 벗기는 게 어딨어요. 그것도 다른 사람들 다 있는 곳에서.”


“죄송합니다, 저희는 이게 일상이라…”



 쓰읍.



 A가 칼같이 늑대의 변명을 잘라냈다. 아까의 기억과 모멸감이 아직까지도 생생하다. 관장님과 늑대를 포함한 불특정 다수에게 헐벗은 상체를 내보인 그 순간이, 아직도. 하지만 그보다 충격적이었던 건, 그게 당연하다는 듯 A 그 자신과 같은 반응을 보인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것이었다.



“...담배, 해요?”



 골머리를 앓는 것에 염증을 느끼던 A가 늑대에게 담배 한 개비를 건네며 물었다.



“네? 아, 아뇨… 술은 조금 합니다. 몸에 안 좋아서 가끔씩이지만.”


“쯧, 그럼 인생 힘들어서 어떻게 사신담.”



 이쯤되니 운동할 기분도 싹 가셨다. 대낮이라지만 옥상에서 한 개비를 태우고 나니 막 중천에 떠오른 해도 뉘엿뉘엿 저무는 석양을 보는 듯 했다. 그렇게 한바탕 소동을 피우고 나왔으니 다시 돌아가서 눈칫밥을 먹고 싶지 않기도 했고.



“지금 한가하죠?”


“네? 아, 뭐… 딱히 할 일 없긴 합니다만… 전단지라도 계속 나누고 있어야죠.”


“그럼 저녁에는?”



 늑대는 앓는 소리로 고뇌하더니, 썩 자신없어 보이는 말투로 입을 열었다.



“한가…할 것 같습니다.”


“그래요? 그럼 전화번호 드릴 테니까, 저녁에라도 다시 봐요. 상처낸 거 미안해서 밥이라도 한번 사게.”



 내뱉고서야 든 생각인데. 이거, 번호 따는 거 아닌가? 

 물론 저 몸에 흑심이야 있었다만, 기껏해야 상대는 일반인 아닌가. 공적인 관계 이상으로는 발전할 수 없는, 그런 관계. 

 …까여도 별 말할 수 없는, 그런 관계.



“저, 정말입니까? 지금 밥 말씀하신 거 맞죠?!”


“네? 아, 네… 맞는데요.”



 이건 뭐 배에 걸신이 들렸나. 먹는 얘기 하니까 눈에서 빛이 다 나네. 뭐, 꼴을 보아하니 적어도 까이지는 않겠구나, 싶었다.



“제가 여기 헬스장, 아니. 근처는 진짜 다 외워놓고 있거든요! 7시 어떠십니까?! 여기에서 뵈도 괜찮으신거죠? 네?!”


“...네, 네. 그렇게 해요. 흥분하지말고 제 때 시간이나 맞춰 나오시고요.”



 북슬한 꼬리가 떨어져라 흔들대고 있는 꼴이 퍽 우스워, A는 어이가 없다는 듯한 실소를 흘렸다. 분명 방금 전까지만 하여도 아침 산책을 나온 길이었는데, 어쩌다 전단지 호갱을 잡혔다가 여기까지 오게 된 걸까, 싶었으니.



“여기, 헬스장 명함입니다. 제 전화번호는 따로 없고, 그냥 헬스장 전화로 저 부르시면 바로 나오겠습니다.”


“뭐, 관장님이 받으면 먹보 늑대 한 마리 내려오라고 할까요? 이름은 알아야 서로 편할 거 같은데.”



 아까는 의식하지 않았지만, 통성명은 명확히 A의 의도가 다분했다. 시작이 반이라고 하던가. 보기에도 퍽 어린 것이, 앞으로 어떻게 구워 먹을지는 불판에 놓인 고기마냥 때깔이 흘렀다.



“편하게 B라고 부르세요. 실례지만 그… 저보다 연상이신 것 같은데, 선배라고 불러드려도 되겠슴까?”


“선배? 왜 선배에요? 그렇게 불린 적이 없는데, 신기하네.”



 이건 그냥 내가 친한 사람이 없어서 그런 거 같지만.



“저보다 사회에 먼저 나오셨잖습니까. 그럼 다 선배죠, 뭘.”


“그...렇네요.”



 묘하게 정곡을 찌르는 데가 없지않은 말이었다. 누구는 곰팡이 묵은 원룸에서 자고 밥 먹고 담배피고 딸 칠 시간에, 누군 열심히 몸 만들어서 벌써부터 영업을 뛰고 앉았으니. 배가 아플래야 아플 수도 없을 정도로 비견되는 꼴이었다.



“오늘은 먼저 들어가 볼게요. 오늘 PT는 받은 셈 치고, 내일부터 다시 봐도 되죠?”


“...! 그럼, 등록해주시는 겁니까? PT, 그것도 저랑만?”


“뭐… 그렇죠? 못하면 바로 갈아탈 거니까, 잘 가르쳐주세요.”



 이건 호구를 잡은 걸까 잡힌 걸까. 그래도 저리 어린아이마냥 신나하는 모습을 보니 그건 아무래도 좋을 성 싶었다. 밥 한끼 산다는 말에 세상 기뻐하는 것도 퍽 우스워, 덩치만 큰 햇병아리를 보는 듯 했다.



“집은 이 근처세요? 이왕이면 가까운 편이 좋긴 한데.”


“아, 네 뭐… 저기 빌라촌에 살고 있어요. 별로 좋은 집은 아니지만.”



 A가 턱짓으로 저 멀리 유독 어두컴컴한 장소를 가리켰다. 건물끼리 때를 지어 모여있는 탓인지 땅 전체가 통째로 가라앉은 듯 어둑했다. 이를 지켜보던 B는 무어라 말을 이으려다, 이내 까닭을 모르겠다는 듯 말을 아꼈다.



“B씨는요? 근처에 살아요? 운동하는 사람들은 헬스장이 집이라던데.”


“집…까지는 아니지만, 일단 여기서 숙식하고 있습니다. 딱히 나가서 살 이유도 없고.”


“헬스장에서 산다고요? 원룸이나 방도 안 구하고?”



 B의 대답은 무언의 미소였다. 그것도 어디 켕기는 구석이 있는 것처럼 퍽 수상한. …뭐 숨기는 거라도 있나. 아무리 털털한 수컷이라지만 제 사생활이 있을 텐데, 그럴만한 사정이라도 있는 걸까. 



“아, 관장님이 부르시네… 그럼 이따 뵙겠습니다! 꼭 전화주세요!”


“...네 뭐, 수고하세요.”



 계단에 메아리치는 관장의 부름에 따라, B가 늦을 새라 쾅,쾅 바삐 계단을 내려갔다. 떠들썩한 분위기가 싹 가신 뒤 홀로 덩그러니 남겨진 꼴이 썩 멋쩍어, A 역시 계단을 따라 건물을 나섰다. 골목길의 담뱃재 섞인 바깥 공기를 마시자, 다시금 일상으로 돌아온 느낌이 물씬 풍겼다. 방금 전까지의 소란이 정말 거짓말 같게만 말이다.



“...집이나 가자. 더 할 것도 없네.”



 엉킨 털을 바락바락 신경질적으로 긁은 A가 휴대폰을 보았다. 오후 1시. 낮잠, 혹은 낮술이나 한잔 때리고 퍼질러 있기엔 딱 좋은 시간이었다. 뭐 더 없나, 하고 휴대폰을 뒤적이던 A는 저 아래 묻힌 문자에서 50만원 가량의 생활자금이 부모님으로부터 송금된 것을 확인했다. 


 …죄송해요, 엄마 아빠. 이 못난 아들은 이 돈으로 낮술이나 퍼마시렵니다.



“에휴.”



 집으로 돌아온 A의 한 손에는 편의점 로고가 박힌 비닐봉투가 들려있었다. 무얼 사온 것인지 봉투는 터질 듯이 빵빵했다. 간만에 본 햇빛에 밝아진 집안 꼬라지를 보고서, A는 저도 모르게 욕부터 내뱉었다. TV에 나오는 병자들의 수준까진 아니지만, 어디 한 구석을 들추면 바퀴 정도는 기어나올 법한 풍경이었다.


 침대 밑에 낭자한 정액 묵은 휴지. 수십개가 구석에 나부끼고 있는 빈 패트병들. 빠진 털들이 케묵어 카펫을 이루고 있는 이불. 아무렇게나 짓이겨 꺼트린 담배 몇 개비. 환기 따윈 하지도 않은 듯이 벽에 덩굴진 곰팡이. 그리고 그 온갖 폐기물들이 모여 자아내고 있는 악취의 하모니.



“지랄났다, 진짜…”



 바깥 공기를 쐬고온 탓인지 찌든 냄새가 A의 코를 역하게 찔러댔다. 자신의 생활 수준이 이 정도였다는 것에 적잖이 충격을 먹은 것일까. A는 곧바로 큼지막한 쓰레기 봉투 하날 꺼내들어, 그걸 장갑처럼 까뒤집은 채 쓰레기를 쓸어담기 시작했다. 


 이불은 돌돌 말아 옥상에서 쿰쿰히 묵은 털을 털어냈고, 곰팡이는 되는 대로 물에 적신 수건으로 닦아냈다. 그닥 호흡기에 좋은 방법은 아니지만 언제는 깨끗하게 살았던가. 



“이제야 좀 사람 사는 집 답네.”



 꽁초로 얼룩진 자국마저 깨끗이 닦아낸 A가 새삼 뿌듯하게 기지개를 폈다. 찌든 담뱃내는 여전했지만, 그래도 사람 한명 데리고 와서 부끄러울 구석은 썩 없는 집안이었다. 예를 들면, 아침에 봤던 B라던가.



“잘생겼었지. 몸도 좋고, 성격도 유쾌하고…”



 활짝 열어젖힌 창문에서 상쾌한 바람이 불어왔다. 그제서야 퍼뜩 정신이 맑아진 A는 술이 미지근하게 식을 새라 바삐 봉투를 침대에 털어넣었다. 서리가 맺힌 500ml짜리 맥주캔 2개와 안주거리로 씹어먹을 과자 한 봉지. 그리고 집에 묵혀놓을 담배 대여섯갑. 낮술하기엔 딱 적당한 조합이었다.



“지금이 2시니까, 낮술하고 자면 딱 7시 쯤 되겠네.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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