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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머히어로x점붕소설169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11.11 02:10:15
조회 492 추천 18 댓글 12

“보일러도 안 될 텐데.”

“그러게요…….”

“벼, 병원은?”

“춥다고 누가 병원까지 가요……. 지금 시간이면 문도 다 닫았을걸요.”

“잠깐만, 그럼 이불이라도 좀 가져올 테니까…….”


눈치 참 더럽게 없네.


짜증이 치민 서하가 손을 홱 뻗었다. 금방이라도 침실로 튀어가려는 동욱의 손목을 그러쥐자 널따란 어깨가 크게 움찔했다. 어안이 벙벙하다는 표정으로 저를 돌아보는 늑대인간. 흐리멍덩한 눈동자가 조금은 맹하게 보였다.


“왜, 왜? 또 불편한 데 있냐?”

“아뇨……. 뭐. 이불 좀 덮어봤자 얼마나 따뜻하겠나. 싶어서요.”


말끝을 배배 꼰 서하가 동욱을 슬그머니 눈짓했다.


“추울 땐 서로 안고 있는 게 좋다던데…….”


정확히는, 널따란 가슴팍을 향해서였다.


아무리 둔감한 늑대여도 이 정도면 눈치챘을 터였다. 멍청하니 눈만 껌뻑이던 동욱이 별안간 헛기침을 거세게 내뱉었다. 세상 당혹스럽다는 듯 온몸의 털이 오소소 곤두서는 꼴이 맨눈에도 보일 지경이었다. 이건 무슨 고양이도 아니고.


또 또 내뺄까 싶어 서하는 괜히 부추기지 않았다. 쭈뼛대는 동욱에게 양팔을 슬그머니 펼치기나 할 따름이었다. 짐짓 순수한 척 미소를 머금고, 짐짓 병약한 척 기침을 내뱉고. 어떻게든 목적을 달성하려는 모습이 지독하리만치 필사적이었다.


“그…….”


간절히 바라면 온 우주가 도운다던가.


“그렇겠지. 음.”


오랜 고민 끝에, 동욱이 고개를 끄덕였다.


결심을 내린들 쭈뼛거림은 그대로였다. 귀를 세웠다 접었다, 주둥이를 벌렸다 닫았다 하던 동욱은 양팔을 슬쩍 들었다. 평소에도 위협적으로 보이던 덩치는 팔까지 벌리자 무슨 태산처럼 우악스럽게 느껴졌다.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더더욱이.


통나무 같은 팔뚝은 서하의 등을 찬찬히 휘감았다. 고장 난 기계 같은 움직임으로 팔꿈치를 굽히고는, 이어 큼지막한 손바닥으로 등줄기를 가볍게 짚었다. 힘을 살짝 줌과 동시에 스르르 당겨지는 몸뚱어리. 서하는 그대로 동욱에게 파묻힌 꼴이 되고 말았다.


동욱이 서하를 끌어안았다.


동욱의 품은 따뜻하고 부드러웠다. 온몸을 덥수룩하게 덮은 검회색 모피, 털 올올이 맺힌 뜨뜻미지근한 체온. 이불이나 매트리스 따위와는 비할 바 없을 정도의 편안함이었다. 이런 상황만 아니었다면 그대로 곯아떨어졌을 정도로.


그렇다고 마냥 푹신하기만 한 것도 아니었다. 가슴팍 깊이 얼굴을 기대자 강한 반발력이 느껴졌던 까닭이다. 팽팽하게 충전시킨 타이어를 만지는 것 같은 감각. 고작 촉감만으로도 모피 아래에 아로새겨진 강건함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덩치만 크신 게 아니구나.


묘한 고양감에 휩싸인 서하가 팔을 뻗었다. 상대에 비한다면야 여위기만 한 팔뚝으로 털북숭이 몸을 가볍게 끌어안았다. 날갯죽지를 스치듯 매만지자 동욱은 눈에 띄게 움찔했다. 손가락 아래로 잔뜩 긴장해 단단하게 변한 근육의 굴곡이 느껴졌다.


마른침을 삼킨 동욱이 중얼거렸다.


“……사실 안 추운 거 아니냐.”

“춥거든요.”


불퉁하게 중얼거린 서하가 몸을 더더욱 밀착했다. 양팔에 힘까지 주니 무슨 찰거머리 같은 모양새가 되고 말았다. 무게를 실어도 기울어지기는커녕 꿈쩍조차 하지 않는 몸뚱어리. 서하는 눈을 감은 채로 동욱의 가슴팍에 귀를 갖다 댔다.


시야가 없으니 다른 감각이 선명해졌다. 대체로 청각이었다. 동욱에게 몸을 내맡기다시피 한 서하는 귓바퀴를 타고 흘러드는 작달막한 소리까지 하나씩 긁어모았다. 목울대가 껄떡대는 소리, 살갗 아래 피가 휘도는 소리, 나지막한 으르렁거림.


“심박수.”


그리고, 쿵쾅대는 심장 소리.


“엄청 높으시네요.”

“……시끄러.”


끙, 소리를 낸 동욱이 반박했다.


“네 소리잖아.”

“그것도 맞고요.”


시원시원하게 인정한 서하가 고개를 들었다.


동욱은 생전 처음 보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웃는 건지 우는 건지 전혀 분간이 가질 않았다. 접히다 못해 찌그러지다시피 내리깐 귀와 휘둥그레 뜬 검붉은 눈. 헤벌린 채로 이따금 뻐끔거리는 주둥이. 시도 때도 없이 벌름거리는 새까만 코.


“너…….”


동욱이 말끝을 흐렸다. 불거진 목젖이 침을 삼킬 때마다 잇새로 으르렁거림이 샜다. 세상 살벌한 소리였음에도 그다지 무섭지는 않았다. 상대가 자신을 해할 리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일지, 아니면 상대가 사춘기 남자애 같은 표정을 짓고 있기 때문일지.


그랬기에 서하는 더더욱 동욱에게 가까워졌다. 빈틈 하나 없이 몸을 맞붙이곤 동욱의 눈을 가만히 응시했다. 고작 서로 시선을 마주하는 것뿐임에도 늑대는 세상 불편해 보였다. 검붉은 눈동자 가운데 새까만 동공이 부르르 떨리는 것이 보였다.


“아니, 그게……!”


그리고, 거기까지였다.


숨까지 헐떡거리던 동욱이 별안간 앞으로 고꾸라졌다. 품에 안겨 있던 서하는 자연스레 소파에 등을 붙이고 드러누운 자세가 되었다. 툭, 하는 소리와 함께 머리에 닿는 가죽 소파. 어찌나 거칠게 자빠뜨렸는지 뒤통수가 다 얼얼할 지경이었다.


동욱은 서하의 눈앞에 자리했다. 서하가 누운 자리 바로 위에 무릎을 대고 엎드린 자세이다. 우는 듯 화난 듯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은 그는 양손으로 서하의 어깨를 붙들고 있었다. 힘을 줘 살짝 밀자 호리호리한 몸뚱어리가 푹신한 소파 아래로 침잠했다.


“너.”


한참이나 주저하던 동욱이, 끝끝내 목소리를 냈다.


“후회 안 할 자신 있어?”


조금은 뜬금없는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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