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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머히어로x점붕소설17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11.16 02:38:47
조회 344 추천 25 댓글 14

“……우리.”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려던 A가 입을 뚝, 다물었다.


“그, 그냥 다음에 할까?”


이 아저씨가 지금 뭐라는 거지?


입술만 뻐끔대던 A가 이내 괴상한 표정을 지었다. 무슨 질 나쁜 농담이라도 들었다는 반응이다. 아니, 그보다 심하다고 말할 수 있을 테다. 입을 쩍 벌리고 깡깡 얼어붙은 꼴은 내일 세상이 멸망한다는 소식을 들은 사람의 그것에 가까웠으니 말이다.


“네…… 네? 뭐라고요?”


세 번씩이나 되물어도 상대는 묵묵부답이었다. 음울하게 내리깐 세모꼴 귀를 보아하니 애석하게도 자신이 잘못 들은 것은 아닌 듯싶었다. A는 뭍으로 끌려 나온 붕어처럼 입술을 뻐끔댔다. 혼란스러운 머리통은 방금 들은 이야기를 되뇌는 데에 여념이 없었다.


다음에 하자.


황망하기 그지없는 소리였다. 아니, 늑대인간이 뽀뽀하다 보면 상대 좀 깨물고, 뭐 그럴 수도 있지. 무슨 머리가 깨진 것도 아냐, 그렇다고 피가 나는 것도 아냐. 당사자가 괜찮다고 단언하기까지 했는데도 이렇게 지레 겁을 먹어서 내뺄 수가 있나.


물론 상대가 어떠한 뜻으로 그러한 말을 꺼냈는지는 십분 이해할 수 있었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B는 저를 무슨 도자기 인형 대하듯 아꼈으니 말이다. 땡볕에서 좀 걸었다고 열사병 걱정에, 발바닥 좀 베였다고 파상풍에 패혈증에. 부모님도 이 정도로 걱정하진 않았는데.


“싫은데요.”


아무렴 이해와 수용은 별개의 문제였지만.


좋아하는 사람이 건네주는 걱정이야 언제든 좋았지만, 지금만은 전혀 아니었다. 흥분이란 흥분은 다 시켜놓고 인제 와서 그만두자고 하면 쌍수 들고 반길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도리어 백이면 백 화를 벌컥 내겠지. 무슨 똥개 훈련도 아니고.


자고로 처음부터 안 주는 놈보단 주는 척하다 도로 뺏는 놈이 더 치사한 법이었다. 인상을 홱 우그러뜨린 A는 두 눈에 쌍심지를 켰다. 이어서는 다소곳이 앉은 자세 그대로 엉덩이만 들썩거리며 곁에 앉은 B를 향해 무섭도록 빠르게 가까워졌다.


“야, 야…….”


돌발 행동에 놀란 듯 B가 털을 세웠다. 그러곤 A가 다가오는 반대 방향을 향해 꿈질꿈질 피하기 시작했다. 좁아터진 소파에 도망갈 곳이 과연 얼마나 있겠냐마는 말이다. 소파 팔걸이에 등을 기댄 B는 제게 껌딱지처럼 달라붙는 A를 망연히 보았다.


몸을 기울인 A는 별안간 팔을 활짝 펼쳤다. 두껍기가 통나무 같은 팔뚝을 휘감고는 고개를 들어 B를 빤히 바라보았다. 어벙한 눈빛, 쫑긋 세운 귀, 헤벌린 주둥이. 다소 얼떨떨해 보이는 표정과는 별개로 벌름대는 까만색 코에선 흥분 섞인 콧김이 연신 쌕쌕 샜다.


입술을 삐죽 내민 A가 늑대의 어깨에 턱을 괴었다.


“싫다고요.”


그러곤 시끄럽게 쫑알거리기 시작했다.


“지금 안 하면 다음에 언제 할 건데요.”

“그……. 그게.”

“아니. 애초에 왜 다음에 해요? 다 큰 성인이 서로 눈 맞았으면 마땅히 당일치기로 하는 게 도리고 옳은 일이죠. 사람 기대란 기대는 다 시켜놓고 이러시면 안 돼요, B 씨. 상도덕에 어긋난다니까요.”

“…….”

“왜요, 저랑 하기 싫어졌어요?”

“뭐, 뭐? 아니!”


얌전히 듣기만 하던 B가 고개를 거세게 도리질했다.


“아니, 야. 내가 지금 뭐. 너 싫어서 이러는 줄 아냐. 나도 하고 싶지. 하고 싶은데…….”

“하고 싶으면 하면 되잖아요.”

“……다 너 생각해서 이러는 거잖아. 이러다 뭐, 어디 부러지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부러지면 병원 가면 되죠?”


말을 끊은 A가 어깨를 으쓱했다.


“물려서 피 나면 반창고 붙이면 되고요.”


B는 황당하다는 듯 눈을 껌뻑였다. 아예 할 말을 잃었다는 표정이다.


그러든 말든 A는 흠흠, 헛기침하곤 말을 이었다.


“아무튼. 제가 하고 싶은 말은요. B 씨.”

“…….”

“걱정해 주시는 건 고마워요. 고마운데요. 저 진짜 괜찮다니까요? 제가 보기에만 좀 말랐지, 생각보다 엄청 튼튼해요. 조금만 조심해도 다칠 일 거의 없을걸요.”


어깨를 끌어안은 채로 속사포처럼 주절거리는 꼴이 심히 처절했다. 이런 각고의 노력이 무색하게도 막상 B에게선 별다른 대답도 돌아오지 않았다. 구부정한 자세 그대로 돌처럼 굳어서는, 이따금 A를 흘끔 곁눈질하는 것이 반응의 전부였다.


A가 눈매를 좁혔다. 보통 이렇게까지 몰아세우다 보면 얼렁뚱땅 제 의견을 들어주곤 하던 늑대였는데, 참 이상한 일이었다. 좋아하는 거 뻔히 아는데 뭘 이렇게 필사적으로 피하시려고 드는 걸까. 어쩌다 한 번 깨문 게 그렇게나 충격이었나.


아니면 뭔가 또 다른 이유가 있나.


문득 떠올린 추측이었다. 순수하게 자신을 걱정한다기엔 상대가 너무도 곤혹스러워 보였던 까닭이다. 끊임없이 튀어나오는 헛기침이라든지, 마른침을 삼키느라 연신 껄떡대는 목젖이라든지, 초조하다는 듯 거실 바닥을 툭툭 두드리는 발이라든지, 등등.


무슨 문제라도 있으신가.


설마 고자는 아니시겠지.


나는 B 씨가 고자여도 사랑할 자신 있는데…….


“……그리고.”


우스꽝스러운 지레짐작이나 이어가던 찰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 그……. 처음이라서.”


세상 작달막하고, 또 세상 쭈뼛거리는 어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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