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아침부터 여유를 부려서 그런가

저녁 8시에 퇴근해야겠다는 계획은 틀어지고

결국 저녁 10시가 되어서야 퇴근했다.

일을 하는 와중에도 계속해서 치고 들어오는 일들이 생겨났고

해야 하는 일들은 쌓여있는데 시간은 계속 흘러가고

일정은 빡빡하고 마음은 조급하고 미칠 것 같았다.

이와중에 사무실 다른 사람들은 웃고 떠들며 여유로워보이는데

내가 스스로를 너무 몰아붙이는 걸까?

사실 너무 많이 혼나고 지적 받아서

스스로 뭔가 결정하기가 힘들다.

내가 뭘 해서 제출하고 보고하면 다 뜯어고치고 지적하니...

이젠 메일 하나를 쓸 때도 확신이 서지 않고 불안하다.

입사 4개월만에 상사의 지적사항은 80개가 넘어가고

억울하고 속상해서 남 몰래 운 것도 4번 정도.

나는 이미 제정신이 아닐지도 모른다.

우리팀은 8시가 되기 전에 모두 퇴근했고

9시가 넘어가자 회사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때부터 지쳐서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일도 손에 안 잡혔다.

대충 마무리 하고 사무실을 떠나는데

보고를 안 했다고, 일을 못 끝냈다고 월요일에 혼날 것을 생각하니 발걸음이 무거웠다.

차에 올라타서 블루투스를 연결하려는데 잡히지가 않았다.

유튜브에 검색해봐도 연식 10년이 넘은 중고차의 조작법은 유튜브 영상과는 달랐다.

지긋지긋해서 짜증이 치밀었다.

결국 내일 100km 가량 운전할 동안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어야 하는 것이다.

막상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기 시작하니 기분이 센치해져서 집에 바로 들어가지 못하고 밖을 서성였다.

이렇게 음악 소리를 들어보면 삶은 너무나 다채롭고 풍부한데

왜 내가 있는 곳까지는 빛이 닿지 않는 것 같을까

나에게도 색깔이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