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엄마랑 임대주택 사전점검을 다녀왔다.

별다른 기대 없이 갔는데 생각보다 공간도 크고 주변 시설도 괜찮았고

덕분에 엄마는 입이 귀에 걸려서 이모들한테 전화로 자랑했다.

그러면서 카페에서 나한테 하는 말이

"이제 엄마는 마음이 놓인다"

이해가 안 된다.

물론 원룸을 전전하긴 했지만

경기도 10평도 안 되는 임대주택, 그것도 전세집에 왜 저렇게 만족할까?

주차장은 세대의 0.7 정도고

직장을 다른 곳으로 옮기면 금방 나가야 될지도 모르는데 왜???

자랑할만한 일인가?

책상, 세탁기, 냉장고도 없어서 새로 사야 하는데

전세 계약 끝나고 다음 풀옵션 원룸으로 옮길 땐 어떻게 처분하지?

지금 있는 직장도 하루하루 빨리 탈출하려고 여기저기 지원하는데

서울이라도 직장 잡히면 서울쪽에선 출퇴근하기 어려울텐데

그럼 또 여기 계약금만 날리는 거 아닌가

엄마는 너무 생각이 없는 거 아닌가?

괜시리 짜증만 더 올라왔다.

그런데 오늘 오후 산책하면서 여기저기 둘러보다가

인근 지역 벚꽃으로 가득한 아파트 산책 길을 들어갔다.

여유로워 보이는 사람들과 산책하는 강아지들

기분 좋은 바람과 풍경들

이어폰에서 새로 듣는 노래는 내 취향을 저격해서 울려퍼지고

막 카페에서 마신 커피로 기분도 들떴다.

문득 내가 또 세상의 어두운 면만 바라보며 비관하고 있었다는 걸 느꼈다.

맞다. 반드시 해야 하는 건 없다.

세상에는 법칙도 없고 하나의 길도 없다.

생각해야 될 것도 많고 준비해야 할 것도 많고
직장에서는 계속 털리고 있고

경력도 고민 되고

불투명한 미래가 잔뜩 있지만

그래도 조금은 현재 처한 현실에서 밝은 면도 바라볼 필요가 있다.

성실하게 살 필요는 있지만 스스로 채근할 필요는 없다.

조금만 더 세상을 넓게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