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가 잘못한 일 대신 해결하다가 내가 잘못한 일이라고 누명 뒤집어썼던 거.

마치 소방관 역할을 하면서 방화범 취급을 당하는 기분이었음.

당장 터진 문제는 마치 불길이 치솟는 거 같이 다급한데 방화범 취급 당하기 싫다고 소방호스 던져버릴 수도 없고...

일단 당장의 문제 해결에만 집중하고나니 어느새 내가 잘못한 일로 되 있더라.

몇 번 해명의 기회가 있기는 했는데 같은 팀에서 벌어진 문제에 대해 '내가 한 거 아닌데요?'라고 쳐내는 게 옳지 않은 것 같았고 만약 그렇게 했다고 하더라도 '그럼 누가 한 건데요'라는 반문에 '제 상사가요'라고 답 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고 착각했었음.

그래서 남 좋은 일만 제대로 해 줌.

상사는 해결도 내가 하고 누명도 내가 써주니 얼마나 좋았겠냐.

회사 입장에서도 아마 이게 최선의 시나리오였겠지만 당하는 난 뭔 죄임?

결정적으로 문제 해결도 날 통해서 하고 나중엔 누명까지 씌워버리려는 상사를 보고 생각이 완전히 바뀜.

누가 남이 잘못한 거 나한테 들고오면 내가 한 거 아니라고 하고 쳐냄. 그게 아무리 다급한 일이고 나랑 같은 팀 내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해도.

그리고 누가 한 거냐고 따지고 들면 내 상사가 한 거라고 질러버림.

이게 옳은 태도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또 이런저런 이유로 말 없이 남이 잘못한 거 대신 해결 해 주기엔 지난 날의 트라우마가 너무 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