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회사가 딱 그렇다

대표가 영업을 안한다. 대기업 고객사에서 영업하시는 분 계시는데 그분이 어쩌다 대표 대신 영업 뛰어주신다.

우리 대표는 운이 좋은 인간인 거 같음. 사무실에 가만히 있어도 그 사람이 알아서 영업해주니까..

물론 그 사람도 본업이 있기 때문에, 거래처는 운이 좋으면 2년에 한번 생길까 말까한 수준이다.

지금은 4년째 거래처 하나 못 뚫고 있어서 빌빌대는중

여긴 정부 지원과제 없이 회사 운영이 안되는 곳임. 연매출 제하고 1인당 순수익이 1~2천만원 정도 하는 회사라서, 정부지원 과제가 끊기면 큰일남.

그래서 바깥 활동 없이 365일 내내 사무실에 쳐박혀서 다른 정부지원 과제 없나 찾아보고 있음.

엔지니어 출신이라서 그런지 비즈니스도 안하고 기술 개발만 하고 있다. 기술 개발해서 좋은 제품 만들면 바깥에서 알아줄거라 생각하나봄.

물론 진짜로 알아봐줘서 지금 영업해주시는 분과 어쩌다 운이 좋게 인연이 닿긴했지만.

기술 개발한 제품도 국책 과제 패스하기 위한 정도의 퀄리티라서 어따 팔아먹지도 못하는 수준임.

선택과 집중을 해도 모자를 판에, 이거 저거 국책 과제 되는대로 다 신청하면서 아마추어 신입 직원들 데리고 일을 존나게 벌려놓는데

제품 퀄리티가 나아지겠나?

회사는 딱 9년차되가는 시기인데, 어떻게 이렇게 오래동안 회사를 운영해 올 수 있었는지 미스테리.

내년에 또 국가지원 사업 알아본다는데 아직도 정신 못차린 거 같음.

과제 따내려면 제안서 작성해야되는데, 제안서 작성도 씨팔 지가 주도해서 하는게 아니라 전부 아래 1~2년차 뭣모르는 신입 직원들에게 맡김.

회사를 존나 쉽게 운영하는거 같음. 힘들고 가치없고 반복되고 보람없는 일은 그냥 아래 직원두고 맡기면 되니까.

사내에 제안서 템플릿 하나 없어서 신입 직원들 밑바닥부터 똥싸가며 만들어야됨.

사업화가 불가능한 아이템 갖고 과제 따내면서 산소 호흡기로 목숨 연명하는게 뭐가 의미가 있지 모르겠다.

이런 상황에 몇몇 경력 직원들 두달 전부터 추노해버려서 신입 두명이랑 나 혼자 남은 상황임.

좆같은건 나간 사람들 자리는 모두 신입으로 채우겠댄다.

나하고 나머지 신입 한명은 다음 주에 사표 던질 계획임.

국책 과제나 하면서 목숨 부지하는 좆소 회사 다닐 바에 그냥 노가다나 딸배해서 사회에 기여하는게 더 보람있는 일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