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처리 하는 공장에서 생산직으로 일하고 있음.

열처리 공정을 외주받아 진행해 주는 그런 회사임.

비철금속도 열처리를 하긴 하는데, 열처리 공정의 메인이 되는 소재는 기본적으로 '철'임

보통 물질이 고체, 액체, 기체 상태가 존재한다고 하는데, 몇몇 물질들은 고체 상태에서도 여러 상태가 존재함.

철이라는 물질은 보통 약 천도 정도에서 조직의 구조가 바뀜. 이 온도를 변태점이라고 함.

이 변태점을 넘긴 온도에서 천천히 식히면 다시 원래의 조직으로 돌아오고, 급격하게 식히면 변화된 조직상태 그대로 온도가 떨어지게 됨. 이 과정에서 철은 경도가 올라가고 인성이 낮아짐.

이걸 보통 담금질이라고 함.

열처리 공장에서 하는 일은 기본적으로 철을 변태점 이상으로 가열한 뒤 빠르게 냉각시켜서 철의 경도를 높이는 것임. 그리고 그 후 뜨임 과정을 거쳐서 잔류 응력을 제거하고 경도와 인성을 적절한 수준으로 조절함.

담금질을 할 때 냉각을 하는 방법은 철 합금의 종류마다 다름. 내가 일하는 공장에서는 물로 식히는 건 안 하고, 보통 공기나 기름으로 식힘.

공기로 철을 식히는 건 그냥 공업용 선풍기로 식히는 거라 뭐 특이점은 없음.

문제는 기름으로 식히는 것임.

앞서 말했듯 담금질을 할 때는 천 도 넘게 철을 달구어야 하고, 기름 담금질을 한다는 건 천 도가 넘는 철을 기름에 담근다는 예기임.

천 도가 넘는 쇠가 기름에 들어가면 어떻게 될까?

철 표면에서는 기름이 확 끓어오르고, 엄청난 기름 증기가 발생함. 그리고 기름 증기에 불이 붙을때도 있음.

아무튼 엄청난 기름증기가 발생함. 이 증기가 공기중에서 식으면서 유증기 분진이 됨. 연기가 기름통을 가득 채워 기름통이 안 보일 정도임.

이 정도만 봐도, '아, 호흡기에 뭘 써야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 법도 한데, 부장 직함을 달고 있는 양반은 얼굴에 아무것도 안 쓰고 작업하더라.

오히려 연기 없앤다고 입으로 후 후 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