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복지가 없어도 너무 없음

이 회사에서 복지라는 건 사장 옆자리에 차려놓은 책상에 얹어진 믹스커피와 커피포트 뜨거운 물이 전부임

(정수기 없음)

그마저도 사장 옆자리에 있어서 먹을 때마다 눈치를 드릅게 준다

입사 첫 달엔 눈치도 지지리도 없어서 '커피가 그렇게 맛있냐?' 하면 '너무 잠이 와서요 헤헤' 했는데

내 사수가 그거 눈치 주는 거라고 알려준 다음부턴 걍 근처도 안가고 나가서 카페 간다

식대? 교육비? 통신비? 복지포인트? 이런건 그냥 아예 생각도 안한다

이제 겨울인데 사무실에 히터나 하나 놔주면 좋겠지만 나 나가도 놔줄런지 모르겠다

2. 회사 건물이 너무 낡음

우리 회사는 흔한 아파트형 공장? 사무실? 그런거다

101호엔 정승네트워크 102호엔 제일C&C 103호엔 삼일테크 

이딴 이름도 모르는 잡쓰레기들 줄줄이 들어찬 그런 곳

문제는 여기 건물이 너무 낡아서 겨울엔 얼어 죽고 여름엔 쪄 죽는다

사장은 전기세 많이 나간다고 난로도 못틀게 하거나 '실내' 온도가 영하로 떨어져야 간신히 1단을 허락해준다

실내 온도다 실내

히터라는거 자체가 없다

겨울에 화장실에서 똥이라도 쌀라 치면 휴지를 4번 정도는 접어서 깔아주고 앉아야 살을 붙일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불알이 건포도가 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3. 연봉 상승이란게 없다

정확히는 있긴 있다. 2프로

내가 2019년 1월에 2400으로 입사해서 지금 2700? 2650? 그정도 받고있다

근데 3년전에 국밥이 6천원이었던거같은데 이정도면 내가 돈을 내고 회사를 다니는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4. 커리어라는게 없다

솔직히 나도 한 회사에서 3년쯤 짬을 먹으니 업계 분위기나 고객사들 일하는거나 

이것저것 보는 눈도 생기고 듣는 귀도 생긴다

근데 아무리 객관적으로, 긍정적으로 생각해도 내 업무 스킬은 중견기업 신입 1년차만도 못하다

사실 1년차도 과분하고 6개월 정도면 적당할 듯

여기 계속 있다간 나이만 먹고 진짜 내세울만한 경력도 없이 아무데도 안받아주다가 여기서 마감할 것 같은 불안감에 밤에 잠도 잘 안온다

그동안은 나간다 나간다 생각만 했는데 이제 진짜 갈 때가 된 것 같다

내 나이도 어느새 서른 중반을 바라보는데

솔직히 여기 나가도 어디서 받아줄 지 모르겠지만 마지막 날갯짓이라 생각하고 한번 뛰어 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