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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청춘에 당신이 물들다

시완쨩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5.10.20 03:09:48
조회 88 추천 0 댓글 1

7년 전, 대학교에 입학했다.


그 모든 것이 파란 하늘의 구름만큼 들뜨고, 흐드러지게 핀 벚꽃만큼 설레이던 때,


나는 그를 만났다.

그 날은 경주에 팬션을 잡고 MT를 간 날로, 아직도 주위의 공기마저 잊을 수 없는 가슴떨림이 있다.


쉴 새 없이 게임을 하다 힘이 다 빠져 선배들 눈을피해 큰나무아래 평상같은 곳에 앉았는데,


저-쪽에 누가 누워서 눈을 감고, 어려워보이는 책 한 권을 배 위에 올려놓고 있었다.


'아. 아까 선배들이 말한 제대한지 얼마 안된 복학생 선배구나' 그도 그럴 것이 까까머리에다


약간 그을린 피부, 예비역이면 저렇게 누워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 속웃음이 나왔다.


문득 그가 배 위에 펼쳐 뒤집어 놓은 책이 궁금해졌다.


어떤 책을 읽는걸까? 왠지 정말 어려운 책일것 같았다.


나는 궁금함에 앉은채로 정말 조심스럽게 선배 옆으로 옮겨갔다.


머리를 쭉 내밀어 책이름을 보려는데 책까지 채 가기도 전에 내 눈이 선배 얼굴에 머물렀다.


그가 눈을 떠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우리는 눈이 마주쳤다.

아니 입을 마주친 것도 아니고, 눈을 마주친건데.......순간 숨이 헉. 막히고 심장이 내려앉았다.


빨려들어간다 해야되나. 분명 바람이 많이 분 날이었는데, 그 순간은 모든게. 정말 모든게 멈췄다.


그는 누워서 날 쳐다보고, 난 앉아서 그를 내려다보았다.


그 다음부턴 진짜 기억이 안난다. 내가 어떻게 그에게 말했는지, 그 자리를 어떻게 빠져나왔는지..

저녁을 먹는데 머리가 멍했다. 내 머리 속은 그 선배선배선배그그그그선배그선배선배


커피를 마시지 않았는데, 심장이 신경쓰이게 뛰었다. 술도 아직 안마셨는데 머리가 어지러웠다.


정신없이 친구들따라 이리저리 다니다가, 모두 모이게 되었고 학회장 선배가 미리 짜둔 조대로 또 모였다.


내 옆의 선배가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며 이리 오라는 신호를 보냈고, 누군지 올려다보기도 전에 그가와서 내 옆에 앉았다.


갑자기 얼어서 나도모르게 안녕하세요. 인사를 했고, 그는 피곤해보이던 아까와는 달리 부드러운 미소로 아 안녕^^ 이라 했다.


옆에 선배가, 아 뭐냐. 너 괜히 ㅇㅇ 아는체 하지마라며 놀렸고, 그는 우리 아는사인데? 그치~라며 괜히 더 장난식으로 말했다.


그는 내가 그의 친척을 닮았다고 했다. 아. 그래서 더 친숙하게 다가와주는구나.


선한인상이, 어깨까지오는 머리스타일이 모두 닮았다며 신기하다고 했다.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친구들사이에서조차 털털하다고 소문난 나인데, 그 때는 그저 고개를 약간 숙이고 수줍게 웃을뿐. 내가 이런면이 있었나 싶었다.


갑자기 학회장선배가 들어와서 다 정했으면 얼른 바깥으로 나오라했다.


우리는 그냥 여기서하면 안되냐고 투덜대면서 하나둘씩 나갔고, 나는 그를 신경쓰며 그대로 서 있었다.


다른 조가 다 나가고 우리조가 마지막으로 나가게 되었고, 그 중에서도 그와 내가. 제일 마지막에 나왔다.


그는 불을 끄고 나오며 갑자기 내 손을 잡았다.


놀란 토끼눈의 나에게 웃으면서 '우리 친한데 그치~?'


아 뭔가.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손에서 두근두근한 느낌이 났다. 티나면 안돼는데...이사람 말로만듣던 선수인가. MT 끝날 때 까지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다.


집에돌아와서도 계속 생각했다. 그래. 얼굴도 (내눈에) 호감형인데 선수인가보다


그냥 새내기 한 번 귀여워해준 것 뿐인가보다.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그 뒤로 학교에 갈때마다 내 눈은 그를 좇았다.


생각과는 다르게 그는 성실,정직의 대명사였고, 여자후배들에게 추근덕댄다거나 눈길을 주는 그런사람은 더더욱 아니었다.


그리고 몰랐으면 좋았을 걸, 그는 여자친구를 한 번 사겼고, 군대가면서 헤어졌는데 요즘 몇 번 만나는 것 보니 못잊고 다시 만나려 하는 것 같다고들 했다.


그래. 눈한번 마주치고 손 한 번 잡은 것 뿐인데 3류 만화주인공도 아니고 그만하자


이게 뭐니, 주위엔 다들 소개팅하고 난리인데..다들 우스갯소리로 하는 위험군 1위인 복학생 한테.


웃기다. 이제 그만하고 나도 소개팅이나 해야겠다라는 생각으로 웃고 떨쳐버리려 했다.


근데 그게 생각처럼만 되면 얼마나 좋을까.

그 후 4년이 넘게 그를 좋아했다.


친구들은 아직도, 내가 그를 그렇게 오래 좋아할 줄 몰랐다고들 한다.


그 날 나는 큰 나무 평상 아래에서 그에게 반했다.


내 인생에 다시 없을 그 날의 이상한 기분이 그에게 한 눈에 반했기 때문인가보다.


그가 올해 결혼을 했다고 한다. 그 때의 그 첫 여자친구와 함께.


물론 나도 청첩장을 받았었다. 이상하게 그는 학교사람들 중에서 가장먼저 나에게 청첩장을 보내는거라 했다. 내가 궁금하다며 나는 꼭 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결국 난 가지 못했지만.

그는 그때도, 앞으로도 내가 그 때 그를 얼마나 좋아했는지 모를거다.


내 대학생활에서 그를 뺀다면 아주 많은 추억이 날아가 버린다는 것도 모른다.


아ㅡ 잘지내고 있을까.


수박을 고르면서도 뚫어져라 집중하는 그 진지함을 좋아했는데.


수업에 항상 1등으로 도착하는 성실한 그의 옆에서서 그에게 물들고 싶었는데.


나의 첫사랑답게,


날 설레게 했던 하루하루처럼 행복하게 잘 살고 있기를 - *



출처 : http://www.instiz.net/pt?no=3142162&page=13#


---------------


존나 아련하노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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