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맨날 담배피는 양아치긴 한데 직접적으로 누구 괴롭힌적은 없음 불량한 애들이 시비 털면 맞짱은 자주 깜 근데 얘는 불량한 애들이랑 무리지어서 안 다니고 혼자만 다님 그러다 얼마 전에 불량 무리들한테 다굴빵 당해서 얼굴이랑 몸에 상처투성이임 이동 수업 시간이라 자리 친한 친구랑 앉아야 하는데 너는 개찐따라 혼자 먼저 가서 앉음 애들 한두명씩 들어오는데 역시 아무도 니옆에 안 앉음 그러다 A가 뒷문 열고 두리번 살피더니 니 옆자리 의자 빼면서 친구가 없어서 내가 이런 찐따랑 앉는다는둥 투덜거림 머쓱해서 머리만지며 고개 돌리다 걔랑 눈 마주쳤는데 웃고 있음 그러니까 걔가 뭘 보냐면서 니 머리에 땡콩 때림

그렇게 가까운듯 먼듯 지내다 어느날부터 A가 학교를 안 나오기 시작함 일주일쯤 지나고 A가 1교시 자습 시간에 반으로 들어옴 창가 제일 뒷자린데 책상에 앉자마자 고개 돌려서 엎드려 있음 그리고 몇 번 지나서 앞자리에서 애들이 수근거림 누가 교무실에서 들었다면서 어떤 이야기가 돎 A는 어렸을 때 앰앱 다 죽고 할머니랑 둘이 살아가고 있었는데 얼마 전에 할머니마저 건강 안 좋아서 돌아가셨다는 소문임 때문에 다른 지역에 있는 이모 따라 전학 갈 수도 있다는 소문이었음 애들 몇 명은 쟤 무서웠는데 진짜 가냐면서 조용조용 얘기함 근데 니 마음은 뭔가 허함 제일 앞자리인 니가 고개를 뒷자리로 돌림 A는 턱 괸 채 허하게 창밖만 바라보고 있음

수업 듣다 졸았는데 눈 뜨니 체육 시간임 개찐따라 아무도 안 깨워 줬지만 당연한듯 허겁지겁 체육복 외투만 챙기고 반에서 나가려고 함 그러다 혹시나 싶어서 고개 뒤로 돌리니 A도 여전히 책상에 엎드려 있음 깨워줘야 하나 쭈뼛쭈뼛거리면서 다가가 A 몸을 흔듦 A가 천천히 일어나면서 니 얼굴을 빤히 쳐다봄 괜히 부담스럽기도 하고 묘하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해서 눈알 돌림 그러니까 A가 차피 오늘 피구 수행평가 아니냐면서 할 친구도 없을 텐데 수업이나 째자고 그럼 찐따지만 무단 결석이나 하는 나쁜애는 아니었기에 안 된다고 말하려 뜸 좀 들이다 입 떼려니 A가 너한테 할 말 있어서 그래 하면서 팔목 확 잡음

잡힌 팔목 뚫어져라 쳐다보니 A가 아 미안 하면서 손 뗌 얼마나 세게 잡았는데 팔목에 빨감 자국이 그을림 뭐길래 저러지 속으로 생각하며 너는 알겠다고 함 그러니까 확 웃으면서 그럼 같이 어디 좀 가자고 함 고개 끄덕였더니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너한테 확 어깨동무 함 얘랑 원래 이렇게 키 차이가 났나 싶음 뭔가 두근거리는 소리가 얘한테 다 들릴것 같아서 진정시키려 조용히 심호흡함 와중에 이게 무슨 감정인지 모르는 너임

A 따라 간 곳은 학교 옥상이었음 A는 무슨 놈의 학교가 옥상 문도 안 잠구냐면서 투덜거리지만 그래도 드디어 너랑 여길 오네 하면서 싱긋 웃음 얼굴은 쌈박질 때문인지 만신창이인데 덕지덕지 붙여진 밴드가 눈에 보임 뭔가 모르게 얼마나 다쳤는지 많이 아팠는지 확인하고 싶어서 밴드를 벗겨 확인해보고 싶어짐 근데 그렇게 행동하면 처맞을까봐 그냥 상상으로만 남겨두기로 함

걔가 큼큼거리더니 하늘 되게 예쁘지 않냐고 물음 예쁘긴 해 하면서 하늘을 계속 쳐다봄 걔가 자기 옆에 앉으라고 안 더럽게 손으로 털어뒀다고 함 그렇게 A랑 너는 옥상에 앉아서 하늘을 바라봄 그러다 둘의 대화가 오고감 내 이야기 너도 들었지 응 들었어 그거 사실이다 진짜로? 나 그래서 전학 갈지도 몰라 그렇구나 그래서 말하는 건데

시선이 A의 얼굴로 향함 A도 너를 쳐다보고 있음 너도 A를 쳐다보고 있음 A의 얼굴에 덕지덕지 붙여진 반창고 위로 눈물이 흐름 나 이상하게 생각하지 마라 알았어 순간 왠지 모르게 A에 대한 무서움이 없어짐 무슨 깡이었는지 모르겠는데 너는 A의 얼굴의 반창고에 손이 감 A가 니 팔목을 잡음 나 너 좋아하는 것 같다 이상하지 그리고 너는 말함 많이 아팠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