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훈은 매일 아침 일어나면 가장 먼저 양말을 확인했다. 그가 사용하는 양말은 특별했다. 아니, 사실 양말 자체가 특별한 건 아니었다. 문제는 지훈이 양말을 신는 방식이었다. 그는 같은 양말을 최대한 많이, 그리고 오래 신는 걸로 유명했다. 친구들은 이를 두고 "양잦"이라고 부르며 장난 삼아 놀리곤 했다.

"야, 지훈아. 너 오늘도 양잦 기록 깨러 가냐?"
"당연하지. 이번엔 7일간 연속 신기에 도전할 거야."
"헉... 진짜 대단하다. 근데 냄새는 어쩌려고?"
"그게 양잦의 미학이야. 한계에 도전하는 거지."

지훈은 양잦 기록을 세우는 데 있어선 자부심이 있었다. 하지만 정작 양말을 벗어 빨 때는 신성한 의식처럼 느껴졌다. 그는 양말을 세탁기에 던져넣으며 중얼거리곤 했다.

"양잦, 오늘도 수고 많았다. 이제 새롭게 태어나자."

그렇게 매주 금요일은 지훈의 '양잦 빨기'의 날이었다. 깨끗해진 양말을 손에 들고 그 냄새를 맡을 때, 지훈은 세상 모든 고민이 사라지는 기분을 느꼈다. 그날도 빨래가 끝난 후, 지훈은 새하얗게 빛나는 양말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양잦... 널 정말 많이 빨고 싶어."

그런 지훈을 지켜보던 친구 영수는 그를 말없이 바라보았다. 그리고 한참을 고민한 끝에 말했다.
"야, 너... 괜찮냐?"
"뭐가?"
"아냐. 그냥 너의 열정이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어."

결국 지훈의 양잦 사랑은 친구들 사이에서 전설처럼 퍼져갔다. 그가 양말을 벗어 빨 때마다, 모두가 한마음으로 외쳤다.

"양잦, 오래 살아라!"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