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O야, 우리 같이 고시원에 들어갈까?“
신호등 앞에서 기다리던 중, 그가 불쑥 물어본 말이었다.
”우리 둘이 대충 돈 모아서 어떻게든 합치면 되지 않을까?“ 신호등 불이 바뀌자 그는 곧잘 이어서 말했다.
‘고시원..’
그냥 지금처럼 계속 도서관 다니면 되지 않냐고 되물어볼 수 있었지만 다른 의미가 있었다는 것을 이미 느꼈다.
둘 다 각자의 집에서는 달갑지 않는 존재였다. 정신병에 제 자식도 못 알아보는 우리 집과 그에 못지않게 속사정이 있는 듯한 집안이라 그는 하루라도 빨리 나가고 싶어하는 것 같다.
”..생각 좀 해 보고“
옆 모습을 몰래 훔쳐보며, 생각이 들었다.
옷장에 기대어 티비보다가 곤히 잠든 그 모습을 보면 몇 번인가 얼굴에 손을 대보고 싶다는 간신히 억눌르고 있었다.
고시원에 간다면..
지금보다도 더 자주 보게 될거고, 나는 그 마음이 과연 절제될지도 의문이 들었다. 비좁은 방에 대뜸 들어와서 속닥이거나 옆애서 자는 모습이 그려졌다.
아마도 나는 점점 그의 몸에 손을 대고 싶다는 욕망이 올라올 것 이다.
가슴 한 켠이 소금에 닿은 듯 찌릿하면서 아파지기 시작했다. 자기혐오에서 비롯된 우울감이 생길 것만 같았다.
“삼겹살.. 먹을까?”
조금 뜬금없긴 했지만, 지난 번 그가 집에서 같이 구워서 먹고 싶다는 생각이 떠올라 얘기를 꺼냈다. 웬 삼겹살이냐고 했더니 집에 사케가 있다고 한다.
이런 얘기를 하니, 고등학생이 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 군대를 전역한 23살의 백수 둘은 아직도 고등학생의 연장선에 있는 것 같았다.
”나, 우리집에 누구 데려온 거 OO, 니가 처음이다.“
가끔씩 그 말이 계속 머릿 속에서 맴돌았다.
정작 고등학교 때 우리는 서로 그렇게 친하지 않았다. 고2 때 전학 온 그는 큰 키에 순한 듯 웃는 미소가 잘 생겼었다. 짝사랑만큼 좋아는 했지만, 딱히 겹치는 관심사도 없고 그의 주변에는 같이 다니는 무리가 있었다. 기껏해봐야 이동수업 때 우연히 같이 앉거나, 숙제 보여달라고 그가 먼저 앙탈부린 게 고작였다. 고등학교 때 보였던 그의 모습은 잘 생긴 가오충였다. 그런 그와 상반된 집 안의 풍경은 매우 숙연했다.
시장에서 그는 이미 친숙한 듯 아주머니께 좀만 깎아달라고 웃으며 얘기하고 있었다.
“이번에는 내가 살께.”
“됐어, 다음에 사.”
다음에..
친해진 계기라고 해야 될까, 연락을 주고 받기 시작한 것은 졸업이 가까울 쯤 겨울의 밤이었다. 집 안에서는 난동을 부리는 가족 때문에 그 한테서 전화가 오면 곧잘 밖으로 나가서 통화했다. 그는 진로에 대한 고민과 원서 등을 물어보기 시작했다. 가족하고도 나눌법한 얘기인데도 그 당시 나는
그와 통화한다는 것만으로도 좋아서 무언갈 열심히 얘기를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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