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어머니가 암표 2장을 구해 줬었어.
옛날부터 뮤지컬을 많이 보던 분이라 암표 값도 뮤지컬 티켓 값이랑 비슷하다고, 뮤지컬에 비교하면 낼 만 한 돈이라고 바로 결제 하셨대.
근데 정작 본인은 너무 떨린다고, 못 볼 것 같다고 해서.. 나랑 아빠랑 가게 됐어(22년 플옵도 일부러 안 봤고 코시도 4차전부터 챙겨보심).


위치가 거의 1루쪽 스카이석, 잠실로 치면 아마 311,312블럭 정도 되는 곳이었던 걸로 기억해. 거기서 아빠랑 경기 시작 기다리는데 ㄹㅇ그냥 냄새부터가 다르더라ㅇㅇ 서늘하게 스쳐 지나간 그날의 바람은 진짜 잊지 못할거야. 그러다 콱팬 여성분이 오셔서 트레이드를 요청하더라고.


두 분이서 오셨냐고, 저희도 3루 쪽에 자리 두 개 있다고 해서 그 자리 가봤는데 ㄹㅇ그냥 쥐팬밖에 없음ㅋㅋㅋㅋㅋ 그래서 바로 틀드 하자고 하고 3루 한중간에서 쥐붕이들이랑 응원하면서 봤다


선수들에게도 그랬지만 나한테도 정말 우주의 기운이 몰렸던 경기였어. 그 순간에서 틀드를 해서 응원하기 좋은 자리에서 보고, 오스틴 폴대런도 보고, 참치 재역전 투런(나 이거 보고 ㄹㅇ그냥 그 자리에서 뛰었어. ㄹㅇ점프를 함) 딸깍 해놨더니
또 역전 투런 맞고… 현장에서 보면 걍 웃음밖에 안나오더라. 말이 안 나와. 그냥 입이 안 떨어지고 단전에서부터 그 어떤 소리도 올라오지 않아.


완전 결과론이라고 욕먹을 수도 있는데, 사실 난 우석이 투런 맞을 때도 저쪽에서 콱파트 부를 때도 이 경기 질거라고 생각 안했어 반드시 이길 거라고, 반드시 저 사람들에게 우리의 아파트를 들려줄 수 있다고 확신했어
근데 지금 생각해보니 이건 반쯤은 내 희망사항이 아니었나 싶기도 하고ㅋㅋㅋ그냥 이번 시즌 마지막 직관을 이렇게 끝낼 순 없다고만 생각했어


그러다 타석에 선 오지환 등짝을 보면서 ‘지배’라는 별명을 곱씹고 있었는데
공이 떴어
검푸른 밤하늘 위의 하얗고 작은 점 하나가 높이 뜬 모습이 아직도 기억나
무튼 그거 보면서 끝났다, 생각하는데 콱 우익수가 멈추질 않는거야 걍 계속 달림
그 이후부턴 쥐붕이들도 다 알거야 이참에 자기 전에 그때 느꼈던 그 감정을 다시 떠올려봐


9회 말은 할 수 있어 라는 말만 반복했던 것 같아 공을 놓쳐도 폭투를 던져도 할 수 있어 라는 말만 반복했지
난 선수들이 송구를 그렇게 느리게 하는 모습을 그때 처음 봤어. 근데 집 가서 보니까 그냥 거기서만 ㅈㄴ느리게 보이는 거였더라.


참고로 난 수원쥐라서 위팍을 걸어서도 다녀. 그날도 경기 끝나고 나가는데 콱순이 하나가 계단에서 누운 채로 지 아빠 무릎에 머리 올려두고 조용히 울더라… 그건 좀 마음이 아팠다


내가 기억하는건 여기까지야 내가 글 쓰기 시작했을 때가 슬슬 코시 떡밥 식어갔을 때로 아는데 글 쓰느라 좀 오래 걸렸다ㅈㅅ
글고 긴 글 봐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