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끝나고 박용택은 분노에 차 있었다. 타석에서 세 번의 헛스윙을 당한 것에 대한 자존심도 상했지만, 무엇보다 직구 하나 없이 포크볼만 던진 김원중의 전략에 화가 치밀었다.

더그아웃으로 돌아가면서 박용택은 험한 말을 내뱉었다.

“씨발, 직구 하나도 안 던지네! 저 포크볼만 던지는 놈.”

김원중은 마운드에서 내려오면서도 박용택의 그 말이 들렸지만, 아무 말 없이 고개만 숙이고 있었다. 그는 오늘 승리의 기쁨도 잠시, 박용택의 분노 섞인 말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날 이후로도 김원중은 계속해서 포크볼을 주무기로 삼았고, 타자들에게 위력적인 투구를 이어갔다.

그러나 몇 년이 지나, 김원중이 FA 시장에 나왔을 때 일이 벌어졌다. 그동안 쌓아온 실력에도 불구하고, 예상했던 만큼의 대형 계약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해설위원이 된 박용택은 방송 중에서 이런 말을 던졌다.

“내가 단장이면 김원중 4년 80억에 영입한다”

사람들은 박용택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말은 농담이 아닌, 깊이 있는 분석처럼 들렸다. 그러나 김원중은 그 방송을 보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날 박용택에게 던졌던 포크볼 3개가 그의 커리어에 이런 방식으로 영향을 미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결국, 김원중은 대형 계약을 따내지 못했고, FA 시장에서 예상보다 낮은 금액에 계약을 체결하게 되었다. 그 순간 그는 자신에게 내려진 박용택의 ‘저주’를 실감하며, 그날의 헛스윙이 자신의 인생에 큰 전환점을 만들었다는 것을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