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신인 정우영(20)이 누구보다 화려한 데뷔 시즌을 만들어가고 있다. 팬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으면서 고졸 신인투수 최초로 올스타 베스트 12 선정이 확실시된다. 신인왕 유력 후보로도 거론되는 정우영은 한 발 더 나아가 프리미어 12 대표팀을 향한 포부까지 품고 있다.

정우영은 지난 1일 발표된 2019 올스타전 베스트 12 선정 팬 투표 3차 중간집계 결과에서 48만668표를 얻어 전체 3위를 차지했다. 중간투수 부문 2위인 한화 박상원보다 27만여 표 앞서가고 있어 고졸 신인투수 최초로 베스트 12에 선정되는 기록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 

최근 서울 잠실구장에서 만난 정우영은 “올스타 투표 현황은 매일 듣고 있다. 가족들이 얘기해주고 친구들이 알려준다”며 “올스타전에 나가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데 고졸 신인투수 최초라면 더 뜻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본인에게 직접 투표한 적은 없느냐’는 질문에 “한 번 해볼까 하다가 ‘아 창피하다, 하지 말자’ 했다”며 웃었다.

정우영은 위로 누나만 다섯인, 딸 부잣집의 늦둥이 막내아들이다. 첫째누나와 16세 차이가 난다. 그는 “(막내가 야구를 잘하고 있으니까) 부모님이 연락 와서 자랑스럽다는 말씀을 하신다”며 “조카가 2명 있다. 하나뿐인 외삼촌으로서 조카들에게도 자랑스러운 외삼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한 시즌의 절반 이상을 소화한 요즘 정우영에게 고민이 있다면 빨라진 구속이다. 지난달 19일 대구 삼성전에서 프로 데뷔 첫 피홈런을 기록했던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게 본인 진단이다.

정우영은 “공에 힘이 들어가다보니 가운데로 좀 몰리고 안타를 잘 맞는다”며 “삼성전에서 홈런 하나 맞고 다음날 일어났더니 오른쪽 승모근이 올라와 있었다. 이런 일이 처음이라 팀 형들에게 말하니까 ‘스트레스 받아서 그렇다’고 하시더라”고 떠올렸다. 그는 “그래도 첫 홈런을 맞을 만한 선수(구자욱)에게 맞아서 괜찮다”며 웃었다.

정우영은 2일 기준 38경기에서 4승3패, 9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 2.23을 기록 중이다. 시즌 초부터 신인왕 후보라는 평가를 워낙 많이 들었던 터라 데뷔 동기인 삼성 원태인(19)과도 신인왕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나누고 있다. 두 사람은 시즌 후 열리는 프리미어 12 대표팀 승선을 두고도 ‘과연 우리가 갈 수 있을까’ 점쳐보고 있다.

정우영은 “태인이가 너무 잘하고 있다. 태인이한테 ‘네가 (신인왕) 받아라’ 하면 태인이가 ‘아 난 안된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어 “신인왕은 단 한 번만 받을 수 있는 뜻깊은 상이지만 (신인왕과 국가대표 중 하나만 할 수 있다면) 프리미어 12에 나가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며 “태인이에게 ‘네가 신인왕 받아. 내가 프리미어 갈게’라고 농담한다”고 말했다.

시즌이 후반을 향해 달려가고 날씨가 더워지면서 정우영의 관심사는 체력 관리로 옮겨가고 있다. 첫 피홈런 후 승모근이 생전 처음 올라왔듯, 1루 베이스 커버를 다녀온 뒤 정상 호흡이 돌아오지 않는 경험도 처음 해봤기 때문이다. 

정우영은 “베이스 커버 갔다왔는데 숨이 안 올라와서 다음 타자 상대를 못할 뻔했다. 나중에 코치님에게 물어보니 ‘투수들이 다 겪는 것’이라고 하시더라”고 말했다. 그는 “신인이고 첫 시즌이라 내 몸을 내가 잘 모른다”며 “체력 관리를 어떻게 하느냐가 남은 시즌 관건일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