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어떤 프로게이머가 그랬거든

언제 은퇴해야겠구나라고 결심했는지 누가 물으니까

답하더라고

이기든 지든 무덤덤해졌다고

예전엔 이기면 엄청 기쁘고

지면 엄청 분하고 그랬는데

그런 게 없어졌다고

나도 느끼는 게

토토 적중해도 그냥 아주 잠깐 기쁘고

낙해도 아주 잠깐 기분 나쁘고

뭔가 무덤덤해져버림

초창기엔 적중하면 하루종일 기쁘고 계속 생각나고

낙하면 한폴낙이면 특히 몇일동안 생각났는데

이젠 아주 잠깐임

그냥 습관처럼 한다는 느낌?

담배나 자위랑 비슷

근데 문제는 관두면 대신 뭘 하지?

이럼 할 말이 없어짐

직장 다니고 운동하고 자격증 공부하고

그래도 남는 시간에 뭘 하지?

직장 하루 8시간 운동 1시간 조금

외국어, 자격증 공부 3~4시간

거의 평일에 5시간 이상

주말엔 13시간 이상 있는데 할게없음

토토뿐만이 아니라 다 식상해졌달까

영화, 드라마, 만화 전부 다 그 내용이 그 내용이고

게임은 공략보고 이렇게 저렇게 해서 레벨업 장비 맞추고 그거 반복

친구도 나이들수록 안만나게 됨

각자 사느라 바쁘고

뭣보다 만나봐야 늘 보던 곳에서 했던 얘기 하고 또 하고 그것뿐

여자도 솔까 힘들여 구애하고 비위맞춰서 한따까리 하기보단

그냥 돈주고 하거나 딸치는 게 훨 깔끔하고 편하고

요샌 왜 사람들이 마약에 손대는지 알겠더라

이 무미건조함을 탈출하려고 그러는구나 싶음

근데 어차피 그것도 순간 아닌가?

뭘 위해 사는지 모르겠음 인생을

돈이 많았으면 싶지만 막상 돈 있어도 하고 싶은 건 없음

그냥 통장에 넣어두고 안전빵으로만 여기지

직장 관두고 뭐하고 저거하고

다 귀찮음 오히려 일할때까 이 무미건조함을 잊을 수 있어서 좋고

예전엔 왜 저 사람은 나이들어서도 일욕심 내고 죽어라 출근하려하지?

노이해였는데 이젠 와닿음

나도 이젠 진짜 나이가 들었구나 싶다

에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