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메갤문학) 보스돌이 아델앱에서 작성

ㅇㅇ(118.235) 2022.04.26 17:55:32
조회 69 추천 1 댓글 1


“후우…”

나는 익숙하게 제단에 손을 올렸다.
처음에 느꼈던 오싹함과 두려움도 더 이상 느껴지지 않았다.
이젠 오히려 지루할 정도였다.

쿠구구구!!

발 끝에 요란한 진동이 닿았다.

‘여기? 이번엔 여기쯤인가.’

언제나 그렇듯, 정확하게 내 발 아래쪽이다.
한 치의 오차도 없다.
그리고 그건, 나 역시 마찬가지.

화악-. 돌연 몸 주위로 하얀 빛이 휩싸였다.
빛의 형상은 점점 검의 형태로 잡혀가고 이내 몸이 앞으로 도약했다.

쿠구구구궁!!!!

놈이 치솟은 순간과 정확히 일치했다.

“쿠아아악-!!!”

동굴 속에 퍼지는 엄청난 괴성.
놈이 내뿜는 살기에 금방이라도 몸이 굳어버릴 것 같다…는 것도 옛날 이야기.
곧바로 이어질 공격에 대비한다.

나는 손을 뻗었다.
붉은 검의 형상이 하늘에서부터 수직으로 내리 꽂혔다.
벨룸의 긴 몸통을 옥죄는 나만의 영역.
수십개의 검이 놈의 단단한 갑옷을 연속해서 꿰뚫기 시작했다.

“캬아아악!!!!”

등 뒤에서 느껴지는 오싹한 감각.
재빨리 또 다른 빛의 형상을 만들어낸다.

콰드드득!!!
발 밑에서 솟구쳐오르는 바위 송곳.
무식하게 단단한 이것이, 놈의 꼬리 부분이다.
발빠르게 만들어낸 에테르 소드의 방어막이 없었다면, 진작에 내 몸통은 반 토막이 났으리라.

‘사실…여러 번 나기는 했었지.’

놈의 공격에 튕겨져 나간 제 몸을 그대로 추진력 삼는다.
나는 손을 뻗어, 공명하고 있는 에테르 소드를 한 곳으로 모았다.
나를 중심으로 천천히 휘감아지는 빛의 검들.
이내 속도에 가속도를 붙이며 폭풍우처럼 빠르게 회전한다.

나는 그대로 놈에게 달려들었다.
허나, 놈에게 닿지 않는다.

쿠드드득!!!

그대로 땅 밑으로 숨어버린 벨룸.
그 탓에 동굴의 천장에선 거대한 종유석이 사정없이 떨어져 내렸다.
마력이 깃든 저 종유석을 안다.
스치기만 해도 치명적인 마비를 일으킨다.

나는 마력을 한 곳에 끌어 모았다.
내 몸을 중심으로 거대한 빛의 검을 만들어낸다.

종유석이 닿기 직전, 몸체가 잠시 부유했다.
그리고 곧, 날아다니던 에테르가 만들어 놓은 결정에 빛의 속도로 돌진한다.
그 검로에서 지나치는 종유석들은 모두 산산조각이 났다.

지면에 몸이 닿자마자 감각을 고양시켰다.
놈의 위치, 이어질 공격에 대비하여 경계를 한껏 끌어 올려야 했다.

쿠구구구구-!

젠장, 동굴의 끝쪽인가.
나는 서둘러 빛을 휘감았다.
동굴의 끝에서 끝.
도달할 수 있을까.

돌연 주변이 차게 내려앉았다.
공기가 달랐다.
바짝 곤두선 감각이 소리치고 있었다.

‘이건….’

피해야했다.
어디로?
이것을 유일하게 피할 수 있는 곳은….

빛을 휘감아 공간을 자르고, 몸통을 추켜세웠다.
도약에 도약을 이어, 놈이 벌리고 있는 아가리에 에테르를 보내 결정을 만든다.
주변의 마나가 놈에게 휩쓸려가는 것이 느껴진다.
동굴 전체가 떨리기 시작했다.

쿠구구구….

등 뒤로 식은땀이 흘렀다.
피하기엔 늦었다.
거대한 빛의 형태가 놈의 입가에 모여들었다.
그 구체는 점점 불어나, 크기를 더하더니, 이내.

콰아아아!!!!!!!!!

브레스가 신전 전체를 덮었다.

*

“…어린 불멸자여. 역시 알고 있었다.”

“뭘? 이대로는 죽지 않을 거라는 걸?”

새로운 공간.
내가 창조해낸 검의 공간.
이 곳은 검과 나.
그리고 녀석밖에 없는 유일무이한 공간이다.

“개구라까시네. 이번엔 정말 죽일 생각이었잖아? 하긴, 데카를 깐지도 꽤 오래되긴 했지.”

피식 웃으면 놈을 노려보았다.

“크르릉… 네 녀석. 그런 주제에 잘도 말하는 군.”

놈은 그 따위의 말을 내뱉을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몸통의 사이, 관절의 사이, 눈과 귀, 입과 비늘의 사이.
역린이라 할만한 곳엔 온통 붉은 검이 쳐 박혀 있었다.
그러고도 수천만 개의 검이 그 주변을 떠돌고 있었다.
언제라도 온 갑옷을 뚫어버릴 기세로.

“하지만 불멸자여. 그대도 알 것이다. 이걸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물론 알고 있다.
이 공간은, 그저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잠시 피해온 공간일 뿐이다.

‘지속시간이 그리 길지도 않고….’

쩝. 입맛을 다시며 놈에게 대꾸했다.

“최대한 아껴두고 싶었는데 말이지. 오늘은 꽤 사나운데?”

“서서히 공간이 무너지고 있군.”

놈은 아무렇지도 않았다.
아마 피통의 반도 채 깎지 못했으리라.
그래도 저렇게 전신에 검을 꽂아 놓고 있는 모양새를 보니, 고슴도치 같아 퍽 웃음이 터질 것 같았다.

“자 그럼 다시 시작해볼까?”

다시 손을 뻗었다.
하얀 빛의 에테르가 다시 주변에 모여든다.
놈은 계속해서 그저 나를 보고 있을 뿐.
그 안에 든 생각이 무엇인지 알 수는 없었다.
알 필요도 없었고.

챙그랑.
공간이 완전히 무너졌다.
그와 동시에 두개의 대검을 만들어, 놈의 목덜미에 쑤셔 박았다.
…쑤셔 박으려던 찰나였다.

“너 뭐하냐?”

“…베어라.”

“뭐하냐고 지금.”

검의 예리한 날이 놈의 목덜미 앞에서 멈춰섰다.
나는 고개를 들어 차례차례 턱, 주둥이, 그리고 눈동자를 쳐다보았다.
벨룸은 눈을 감고 나의 검을 받아들이려 하고 있었다.

“…불멸자여. 그대는 어찌하여 매번 이렇게 죽음을 무릅쓰고 싸우는가.”

아무런 기척이 없자, 놈이 서서히 눈을 떴다.

“어찌하여 검을 사용하여 폐부를 찌르고 난도질하며 그에 목숨을 거는가. 실패하여 온 몸이 갈기갈기 찢기고, 불구덩이에 살이 녹으며, 종유석에 맞아 몸통이 반이 되고, 맹독에 허우적거리며 숨을 쉬는 것조차 고통일 터. 그것을 반복하며 계속 도전하고 그것에 익숙해지려는 이유가 무엇인가.”

“…왜 그런 걸 묻지?”

뻗었던 손을 내렸다.
녀석에게 동정심이나 없던 자비가 생겨서가 아니었다.

“그대는 나를 만난 이후로 하루도 빠짐없이 이 곳에 왔다. 그리고… 여전히 그 상태 그대로지.”

벨룸도 살의를 거두었다.
아니, 애초에 거둔 지는 한참 되었나.
브레스를 내뿜을 때가 끝이었던 것 같다.

“그대가 원하는 것이 이것이라면…언제든지 내어줄 수 있다.”

놈의 이마 위 비늘에서 파란색 수정이 천천히 드러났다.
결정석.
시장에 있는 콜렉터가 비싼 값에 매입한다는 보석이었다.

“정녕 이것을 원하는 것인가. 그대는?”

팅-.

결정석은 천천히 공중을 부유하다가 이내 내 발 밑으로 툭 떨어졌다.
마치 아무런 보잘 것이 없는 그것처럼.

“…그대는 이 따위 것을 원하는 게 아니다. 나는 무수히 많은 용사들을 보았지.”

“…….”

“걔 중에는 그대처럼 현재에 머무는 용사들도 있었고, 성장하고 또 성장하여 매번 강해진 모습으로 나타나는 용사들도 있었다. 어느덧 그들은 더 이상 나타나지도 않았지. 아마 이 곳… 땅 밑의 제단이 아닌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간 것이겠지.”

그가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작은 콧김에도 미세하게 주변이 웅웅거렸다.
놈은 그에 개의치 않고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그대는 어떤가? 정녕 이것 만을 원하는가?”

그의 시선을 따라 나도 발 밑에 떨어진 결정석을 보았다.
어두운 공간 속, 홀로 빛을 내는 푸른 보석.
기억도 안 날 그 시절이 잠시 겹쳐졌다.

제롬을 만나고, 검의 선택을 받고, 대륙을 오가며 해냈던 많은 이야기들.
좋은 무기를 만나고, 비싼 장신구를 끼며 사람들을 구하고 악의 세력에 맞서는….

“…나는….”

언제부터 이 곳에 멈춰 서게 된 걸까.
언제부터… 모험을 끝냈었지?

“…결정석은 그대의 것이다. 가지고 가라. 그대가 다시 온다고 해도 나는 더 이상 묻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대여. 불멸의 걸음을 땅 밑으로 향하지 말라. 그대의 손 끝엔 여전히 빛이 있지 아니한가.”

쿠르르릉-!

대답도 듣지 않았다.
놈은 그렇게 땅 밑으로 사라졌다.
…결정석을 들고 사라지기 전까진 나타나지 않을 것처럼.
나는 다시 발 밑을 내려다보았다.

푸른 빛을 내던 결정석은 더 이상 밝지 않았다.
손 끝에서 공명하고 있는 나의 에테르가… 더 밝았다.

- dc official App

추천 비추천

1

고정닉 0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뒤숭숭한 시국에 기부나 선행으로 모범이 되는 스타는? 운영자 25/01/06 - -
1408848 2022년 4월 전세계 SNS/커뮤니티 순위 ㅇㅇ(124.217) 22.04.29 42 0
1408846 비추 안받으니가 갤 할맛 좆도 안나네 ㄹㅇ .. [1] ㅇㅇ(118.235) 22.04.29 46 1
1408845 짤남 귀여우면 맛점한다 [1] ㅇㅇ(106.101) 22.04.29 31 0
1408843 19주년 이벤트 할려면 101렙 찍어야 되죠? Coffe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4.29 35 0
1408842 얘 근우아니냐ㅇㅇㅋ. [4]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4.29 99 1
1408840 토익공부존내하기싫네 50100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4.29 38 0
1408839 아잉보다 뭐래얼굴이 더 좆같지 않냐 [11] 퀸시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4.29 168 7
1408838 ㄴ개졷병신똘추새끼면 개추 [4] 한량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4.29 62 0
1408837 돈 많으면 뭐하는데 ㅇㅇ(58.146) 22.04.29 28 0
1408836 근데 개새끼 치료하는데 몇백만원은 에바아님? [1] ㅇㅇ(182.228) 22.04.29 33 0
1408834 수의사 전혀안부러움 [4] ㅇㅇ(106.101) 22.04.29 87 0
1408833 파사부 에디공30 챌린지 해보고싶은데 [6] 50100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4.29 108 0
1408832 178인데 180이라 속여도 ㄱㅊ? ㅇㅇ(118.235) 22.04.29 44 0
1408830 왜 아잉한테만 엄격한건데 ..! [1] ㅇㅇ(39.113) 22.04.29 31 0
1408829 뷰티어워즈 성형 빨리좀 나왔으면 좋겠다 [4] ㅇㅇ(180.83) 22.04.29 80 0
1408828 그래픽카드3080박으면 야동 화질 좋아짐? [2] ㅇㅇ(118.235) 22.04.29 77 0
1408827 뷰티어워즈 이미 다 가졌을 픽 또 고르는게 묵혀야되서임? [2] ㅇㅇ(39.7) 22.04.29 54 0
1408826 아잉은 어차피 싫어요 많이 받을거 예상해서 ㅇㅇ(121.143) 22.04.29 35 0
1408825 메이플에서 인맥많으면 현실에서도 인싸임? [1] ㅇㅇ(133.175) 22.04.29 44 0
1408824 몬스터에너지 연속 두캔 마시면 죽냐??? [2] ㅇㅇ(118.235) 22.04.29 45 0
1408822 메붕이 평균 연봉 6천만원이 팩트냐? ㅇㅇ(175.204) 22.04.29 40 0
1408821 크하하하하 ㅇㅇ(223.39) 22.04.29 37 1
1408820 5월2일 12시20분 검마먹자 라스트하나구함 [4] 테러비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4.29 96 0
1408819 성형은 왤케 끔찍하게 못생긴게 많냐 [2] ㅇㅇ(39.7) 22.04.29 50 0
1408818 라잇즈 세후 3억 연봉 인증짤.jpg [6] 야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4.29 212 1
1408817 나 어제 직작하다가 구라안치고 20성위에서 30번누름 [2] ㅇㅇ(110.70) 22.04.29 53 0
1408816 원기베리 여태 개쳐망하기만했는데 또하고싶음 [5] 씨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4.29 80 0
1408815 시그너스 하고싶은데 리마 후 지원받고 키우는게 나음? [1] (220.126) 22.04.29 46 0
1408814 아니나미하일하고싶은데무기가없어 ㅇㅇ(111.118) 22.04.29 46 0
1408813 코디 좆같이 하는새기 특징 ㅇㅇ(118.235) 22.04.29 72 0
1408812 월7천화산족 [5] 한량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4.29 144 0
1408811 코디 ㅁㅌㅊ??? ㅇㅇ(118.235) 22.04.29 52 0
1408810 좆같은 혐잉 혐고리 드디어 빠지겠네 [2] ㅇㅇ(118.235) 22.04.29 63 0
1408809 유니온 8046인데 피시방에서 당당하게 겜 가능? ㅇㅇ(118.235) 22.04.29 41 0
1408807 2d 도트 커마로 싸우는거 진짜 좆찐따같네 ㅇㅇ(125.130) 22.04.29 50 0
1408806 개추수만큼 딸침 ㅇㅇ(118.235) 22.04.29 69 6
1408805 전문직 개원 장점이 [10] ㅇㅇ(223.39) 22.04.29 87 0
1408804 금딸 4주차 몸에 생긴 놀라운 변화 ㅇㅇ(118.235) 22.04.29 51 0
1408803 19주년 업적 캐릭터 추천....real 팔색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4.29 82 0
1408802 갠적으로 진짜 부러운 애들 [9] 50100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4.29 149 0
1408801 데이즈 근데 진짜 좆같이생기긴함 ㅇㅇ(223.38) 22.04.29 44 0
1408799 유부녀가 꼴리는 이유 [2] ㅇㅇ(118.235) 22.04.29 74 0
1408797 메붕이 코인번걸로 어그로끌어봤는데 성능 좆됨 ㅇㅇ(39.7) 22.04.29 86 0
1408795 이벤트 업적 아무거나 19렙 찍어도 상관없음? ㅇㅇ(125.143) 22.04.29 34 0
1408794 흄네 가게 대박나서 문어발 확장하고잇다는게사실? [1] 씨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4.29 52 0
1408793 꽃가루를죽여 [14] 진피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4.29 86 0
1408792 님들 채집부주 3~40분컷 어캐내는거임? [5] 인절미떡케이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4.29 106 0
1408790 혹시 여기가 메이플 흥신소 맞나요? ㅇㅇ(117.111) 22.04.29 33 0
1408789 이거 어케 한거냐 [7] 퀸시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4.29 78 0
1408788 템 존1나못생겼는데 스펙업은 많이되면 사냐? [11] ㅇㅇ(114.207) 22.04.29 101 0
뉴스 ‘하얼빈’ 이동욱 “현빈과 호흡, 오랜만에 짜릿한 경험” [인터뷰④] 디시트렌드 01.06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