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유일한 대학병원이자 감염병 전담병원인 백병원의 폐원이 결정돼 곳곳에서 의료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의료계에 따르면 21일 학교법인 인제학원은 전날 오후 3시경 서울 백병원에서 이사회를 열고 경영정상화 태스크포스팀에서 상정한 '서울 백병원 폐원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20여년간 누적 적자가 1745억원에 달해 서울백병원은 폐원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폐원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82년만에 문을 닫는다는 소식에 병원 관계자들과 교수, 시민사회단체 등은 의료 공백 우려를 표했다. 그러자 서울시가 "병원이 매각되더라도 백병원 부지를 도시계획시설로 지정하여 계속 종합의료시설로 사용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 고밝힌 바 있다.
지난 19일 중구의회는 백병원에 폐원 결정 철회 요청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중구의회 측은 "폐원 시 도심 내에서 언제 발생할 지 모르는 대규모 안전사고에 따른 응급수술, 메르스, 코로나 19와 같은 감염병 등에 대한 재난에 신속한 대처가 불가하다. 국민 건강에 막대한 피해를 줄 것으로 우려 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그러나 이사회의 폐원안 의결은 막지 못했고, 일각에서는 폐원 추진을 두고 "수익을 낼 수 있는 상업 시설로 전환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왜냐하면 명동 번화가 바로 앞에 있는 백병원의 부지가 상업적 가치가 큰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고, 교육부가 지난해 6월경 '사립대 기본재산 관리안내' 지침을 개정했기 때문이다.
폐원안 의결 만장일치, 결국 막지 못했다
사진=인제학원 홈페이지
개정된 지침은, 사립대 법인이 교육에 사용하지 않는 토지, 건물 등을 수익용으로 용도 변경시 허가 기준을 완화하는 내용이다. 이에 학교법인이 서울백병원 부지를 매각했을 경우 약 2000억~3000억의 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인제학원 측은 구체적인 폐원 시점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면서도, "치료중인 환자들은 타 병원으로의 전원을 지원하며, 서울백병원 전체 구성원의 고용 유지를 보장하고 형제병원으로 전보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서울백병원 교수협의회는 21일, 재단법인 인제학원의 병원 폐원 결정에 따라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를 발족하여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들은 병원에 폐원 행정처분이 내려졌을 때, 가처분 신청을 해서라도 폐원을 막겠다는 것이다.
21일 발족된 비상대책위원회 측은 "일반 직원 노조가 단체 행동을 한다면 전폭적으로 지지할 예정이다. 다만 단체 행동에 함께 참여하기는 어려워 양해를 구할 것"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또한 비대위측은 차후 가처분 신청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인제학원은 "새 병원 건립, 미래 혁신 데이터 센터 운영, 수익산업, 매각 등 여러가지 방안에 대해 심도있게 논의하겠다. 어떤 형태로 운영하더라도 창출되는 재원은 형제 병원에 전부 재투자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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