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우먼 김영희가 24일 방송된 KBS 2TV ‘개그콘서트(이하 개콘)’에서 롯데팬들의 ‘신문지 응원’ 과 ‘봉다리(봉지의 부산 사투리)응원을 비하하는 발언을 해 한때 롯데 팬들이 시끌시끌 했는데요.

저는 개그는 그저 개그일 뿐, 대수로운 일은 아니지만 PD가 롯데 응원문화에 대해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었더라면 이런 개그는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콘 담당자들만 ‘신문지 응원’ 과 ‘봉다리 응원’에 대해 잘모르고 있을 뿐 아니라 일부 야구 관련 기사를 쓰는 기자들도 모르는 사람이 많은 듯했습니다.

김영희는 “안 그래도 시끄러워 죽겠는데 봉지 뒤집어쓰고 대단한 재활용 센터 나셨다. 이제부터 이렇게 수준 떨어지게 야구경기 보는 남자들은 야구중계도 못 보게 해야한다”고 발언했다는데 일부 기사에는 롯데 팬들이 항의하는 이유를 롯데 팬들은 “롯데의 응원 전체를 모독했기 때문”이라고 풀이하고 특히 롯데의 ‘주황색 봉지 응원’은 응원 뒤 응원용 신문지를 비롯한 ‘자기 쓰레기는 자신이 처리하자’는 의미에서 시작된 것이어서 논란이 더욱 커졌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사실과 제법 많이 다릅니다. ’자기 쓰레기는 자신이 처리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것이라기 보다는 최근에 이렇게 풀이했다는게 더 정확할 겁니다.

‘신문지 응원’ 과 ‘봉다리 응원’ 유래에 대해 정확히 알면 응원문화 자체 보다는 롯데라는 구단의 행태가 개그의 대상이 됐을 겁니다. 저도 정확히는 모르지만 듣고 보고 해서 알고 있는 ‘신문지 응원’ 과 ‘봉다리 응원’의 유래는 대략 다음과 같습니다 .

▽ 신문지 응원 :

부산 야구 팬들은 아주 오래 전부터 80년대 프로야구 초창기 때 부터 야구장 갈 때 신문지를 갖고 다녔습니다. 관중석의 자리가 말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당시에는 좌석 바닥이 너무 더러워서 그냥 앉을 수가 없을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롯데 구단은 좌석을 교체하지도 않았고 청소도 제대로 하지 않았습니다.

부산시민들은 치마나 바지가 더러워 질까 봐 신문지를 들고 와 자리에 깔고 앉았습니다. 깜빡하고 신문지를 안가지고 온 사람은 서서 봐야 할 지경이었습니다. 그래서 사직구장 출입구 앞에는 신문 폐지 파는 사람들 까지 생겼죠.

부산 야구팬들은 서울 등 다른 지방 팬들이 부러웠습니다. TV를 보면 서울지역 팀 등은 막대 풍선 등 여러가지 응원 도구를 들고 신나게 응원하는데 부산 팬들은 흔들 것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부산 팬들은 경기 도중 신나는 상황이 생기면 깔고 앉았던 신문지를 들고 일어나 신문지를 흔들었습니다.

막대 풍선등 다른 팀의 응원도구는 파는 것이지만 때에 따라 공짜로 구단에서 나눠 준다는 사실을 알고 롯데 팬들은 경악했습니다

”그런 신세계 있구나, 거긴 한국아니냐?”

”흑 흑 , 우리도 막대 풍선 만들어서 하자”

이렇게 해서 언제부터인지 몇몇 관중들이 신문지를 막대기 처럼 접어서 흔들어 대기 시작하고 이후 모든 사람들이 신문지 막대기를 흔들었고…., ‘이후 우린 좀 다르게 해 보자’ 해서 몇몇 관중들이 지금 처럼 신문지를 짝짝 찢어 치어리러들의 응원도구 같이 만들어 흔들기 시작한 것입니다. 참 눈물겨운 이야기죠.

이 덕에 사직구장에는 헌 신문지를 팔아 생계에 보태는 직업까지 생겼습니다. 그런데 롯데 구단은 이 사람들의 수입까지 말아 먹으려 하고 있습니다. 신문지 찢은 것과 똑 같이 생긴 비닐 응원도구를 만들어 판다고 하네요. 남들은 공짜로 나눠주기도 하는 응원도구를 만들지 않더리 결국은 그걸 악용해 푼돈을 가로체려 하고 있습니다.

취지야 찢은 신문지 때문에 먼지가 너무 날리니까 비닐로 만들었다고 하지만 정말 그렇다면 공짜로 주든지, 아니면 이익을 남기지 않고 원가에 팔든지, 아니면 지금까지 신문지 팔아 생계에 보태온 사람들에게 판권을 주든지…….. 그런데 이런걸 바라면 그건 롯데 팬이 아니죠. 롯데는 절대 그럴리가 없는 구단이기 때문입니다.

롯데구단, 정말 대단한 사람들입니다.

▽ 봉다리 응원 :

각 구단은 경기후 관중석 청소를 위해 청소 대행업체와 계약을 맺고 있습니다. 롯데도 당연 청소대행업체가 있죠. 그러나 사정은 약간 다른 걸로 알고 있습니다.

8888577(정규시즌 롯데 최종 순위) 롯데가 비밀번호를 찍던 시절, 야구장을 찾는 사람이 100명도 안되던 때가 있었습니다. 농담이 아니라 외야 관중석에서 자전거 타는 사람이 있었고 관중석이 쥐죽은 듯 고요해 휴대전화를 매너모드로 돌려 놓고 야구 보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사람이 없는데, 쓰레기가 없는데, 청소대행 업체가 왜 필요한가요.

롯데는 소규모 청소대행업체와 사직 구장 청소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2006년 무렵부터 롯데는 출입구에서 사진과 같은 주항색 비닐 봉지를 나눠주기도 했습니다.

2008년 사직 개막전, 롯데 선수들은 SK 외국인 투수를 개 패듯 두들깁니다. 1번타자 정수근 선수의 2루타 부터 시작해 6번타자 강민호의 3점 홈런 까지…… 1회에 경기를 끝내 버립니다. 밤낮 꼴찌만 하던 선수들이 어찌된 일인지 펄펄 날아다닙니다. ‘손민한과 쩌리들’, ‘이대호와 여덟 난장이’ 시절과 다를게 감독하나 밖에 없는데 선수들은 날아 다닙니다. 관중이 폭발할 수 밖에 없습니다.

당연히 관중석에 쓰레기는 엄청나게 많아 지지요. 그러나 롯데는 청소비를 아끼기 위해 아이디어를 짜 냅니다. 대형 업체와 돈을 많이 주고 계약하지 않고도 관중석을 청소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그래서 나온 기발한 아이디어가 쓰레기 봉투 공짜로 나눠주기입니다. 그 명분이 ‘내 쓰레기 내가 담아 가자’는 것이죠. 일부 기자들은 롯데의 이 대외적 명분을 기정사실로 기사화 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 명분은 훌륭한 것이지만 속내는 비닐 신문지 응원도구와 눈꼽만큼도 다르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구단에서 관중들에게 비닐 봉투를 공짜로 나눠 주니까 몇몇 젊은이들이 당시에 한창 유행 하던 게임 카트라이더의 캐릭터를 흉내내 봉지에 바람을 넣어 머리에 뒤집어 썼습니다. 그걸 본 어린이들이 따라합니다. 그 어린이를 데리고 온 부모들도 재미로 해 봅니다. 이렇게 해서 3만 관중이 ‘비니루 봉다리’를 뒤집어 쓰고 찢은 신문지를 흔들며 ‘롯데’를 목놓아 외치게 됐습니다.

롯데의 푼돈 뜯기 정말 대단하지요. 모태 꼴빠 (태어 날 때 이미 꼴찌 롯데 팬으로 태어난 사람) 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길래이런 막장 구단을 응원할 수 밖에 없는지…”

그러면서도 모태 꼴빠들은 내일도 주황색 비니루 봉다리 뒤집어 쓰고 신문지 찢어 흔들며 목놓고 “롯데~~”를 외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