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요번에 재수를 실패했거든?
독학재순데....솔직히 부모님이 많이 실망하신 모양이야.
근데 내가 이 성적으로는 도무지 대학을 못가겠어.
아니 이건 자존심 문젠거같애.

나 재수할땐 하루에 10시간 14시간씩 공부했거든?
질적인 측면은 잘 모르겠고(아마 이게 실패 원인인거 같아.)
아무튼 양적으로는 누구보다도 열심히 한거같애.

그래서 부모님도 많이 기대하시고 그러셨는데, 이번에 성적이 너무 안나왔어.
좀 자만한걸지도 몰라. 외국어는 대충해도 90넘고 그랬거든.
근데 태어나서 처음으로 8개 연속으로 틀려봤다? 게다가 난 이거 틀린줄도 몰랐어;;

아무튼, 부모님한테 내가 다시한번 해볼수 있다고 말하니깐,
안된대. 한번 더 해서 어딜 갈 수 있냐는거야.
근데 엄마가 저 얘기 하니까 나도 힘이 쭉 빠지고 그러면서 아무것도 하기가 싫어지더라.

내가 중학교때 공부를 지지리도 안했어. 내신 80%로 인문계 꼴찌로 들어왔거든.
고3때 정신 겨우 차리고, 그때 강남구청 인강에 김철준T가 화학 가르치는거 보고
와 화학이라는게 이렇게 재밌는거구나.. 난 커서 화학자 하면서 평생 연구하고 공부하면서, 노벨상까지는 아니더라도
존나 잘 살꺼야. 라고 그렇게 생각했거든.
그냥 대학 네임밸류 따러 가는 고3이나, 재수생보다는 내가 더 낫다고 생각했어.

근데 공부 1년해선 안되더라고, 2010학년도 수능 그렇게 조지고 1년 했는데,
끝나고 나오니까 눈물이 나더라. 진짜....꿈이 존나 큰데, 내 그릇이 간장종지만해서 그런건가도 싶더라구.
딱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니까....와 진짜 돌겠더라.

아무튼, 좀 잡설이 길었는데...
부모님이 일단은 대학을 가라는 분위기야.
솔직히 난 취직하고싶은 생각 없어. 위에 얘기한대로 난 화학자 하는게 꿈이고,
그래서 대출이라도 받아서 대학원진학해서 그렇게 살고싶은데..

솔직히 대학원이라는게, 학력이 좀 있어야되는것 같아서, 특히 이공계가 그런것 같더라고.
외국이야 흔히 말하는 3류대학 나와서 성공한 과학자들 많다지만, 우리나란 아니잖아.
왜 우리가 학교이름에 메달리는지 다 알잖아.
나도 대학을 안가봐서, 자세한건 잘 모르지만..그래도 지잡은 아닌것 같더라.

그래서 나도 지잡은 좀 아니다...싶은데, 부모님은 어떻게 해서라도 날 대학을 보내고 싶으신거야.
일단 대학 가고 생각해라, 이건데. 난 그게 진짜 싫거든?

진짜 어떻게 해야될지 모르겠어. 솔직히 답변같은거 크게 기대는 안해.
내가 좀 소극적이거든. 그래서 친구들한테도 고민상담 절대 안하고 끙끙 앓는 편인데
재수생활동안 너무 답답해서 그냥 한번 써보는거야. 독서실에서 혼자 공부하다가 울고 그랬거든.
안그래야되는것도 아는데 자꾸 이상한 생각도 들더라.
이대로 냅두면 내가 진짜 어떻게 될지 몰라서 한번 쓰는거야.


아, 좀 두서가 없는데...하나만 질문할게.
내가 독학재수를 했거든. 솔직히 내가 의지나 근성이나 이런거는 남들보다 낫다고 생각하는데...
이런데도 독학보단 학원 다니는게 낫겠지? 독재때 정신 못차린건진 몰라도 삼수때도 독학이 끌려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