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병신문학)) 국밥집 새댁 엄마앱에서 작성

DUP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10.18 23:48:37
조회 80 추천 12 댓글 0
														

0c945ccc2159d35e51332d459d02fc73d9499285d6383974278bcfe5446535



​"먼저 퇴근하겠습니다 부장님!"


부하 직원의 인사에 시계를 보니 벌써 시간이 지났다.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를 정도로 빠른 것을 보니 어느새 오지 않을 것만 같던 나이가 된 것을 실감하는 것이다. 퇴근하려고 보니 비까지 내리는 게 영 신경질 나는 날씨였다. 불금이라며 들떠있는 젊은 직원들을 보며 괜히 신경질이 나서 인상을 한 번 쓰다가, 그래도 딸내미라고 아침에 아비 비 맞지 말라고 챙겨준 우산을 꺼냈다.


"이런 씨발, 좆같은..."


우산을 펴니 이가 나가고 구멍이 뚫려, 비가 틈으로 있는 힘껏 들이닥쳤다. 이 멍청한 딸년은 누구를 닮아서 그런 것인지, 나이 서른 살이 넘어 우산 하나 제대로 못 챙기는가? 성질이 날 대로 나고 보니 아비를 위하는 태도가 고작 그 정도인 거 같다는 생각이 미쳐 도저히 집에 들어갈 생각이 들지 않았다. 게다가 비싼 대학을 졸업 시켰는데 지금까지 일자리를 알아보지 않는 딸, 요즘 유행한다는 우울증을 얻었다며 매일같이 들들 볶아 대는 여편네까지 생각하니 국밥에 잘 마시지도 못하는 소주의 유혹을 뿌리칠 수가 없는 것이다.


살기가 참 좆같다는 생각을 하며 국밥집을 향해 걷다 보니 태평하게 집에서 용돈을 받아 생활하는 딸의 생각이 나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 MZ인지 뭐시기인지, 딸년이고 젊은 직원이고 하나같이 마음에 드는 게 없다. 날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경제 상황과 조여오는 정년의 압박, 어디 가서 하소연 할 곳도 없고 도망치고 싶어도 도망칠 곳이 없는 그런 아비의 삶을 저것들은 알기나 할까?


안 그래도 요즘 젊은 것들이 불평하는 꼴을 보면 가관이다. 부모가 해준 것이 무엇이냐 역정 내는 것을 보면, 세상이 어디부터 어디까지 잘못된 것인지 두렵기만 하다. 나는 어린 시절 그런 나약한 소리 따위 하지 않았다. 전기도 제대로 들어오지 않는 깡촌에서 일찍 부인을 보내고 소박하게 농사를 지으시던 아버지. 나를 농부로 키우리라 마음먹은 아버지에게, 세상은 바뀌었고 사내라면 응당 큰 꿈을 펼치기 위해 상경해야 한다며 돈을 훔쳐 집을 뛰쳐나온 것이 10살 무렵이다.



어린 시절 나는 강인했다. 당시 야생과 같은 서울에서 홀로 살아가는 것은 때론 거칠고 고된 일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특유의 근성과 유혹에 흔들리지 않는 성실함으로 척박한 환경을 이겨내고 자리 잡았다. 돈벌이와 학업을 병행하였고, 전세방을 얻어 장가를 가고, 취직한 회사는 점차 성장하여 대기업은 아니지만 중견까지 성장했다. 그 모든 것은 나의 강인함으로 거머쥔, 전쟁 같은 삶의 훈장이었다. 훈장을 단 참전 용사의 눈높이로 보자면, 요즘 젊은이들은 전쟁의 참혹함도 모르고 칭얼대기만 하는 나약한 존재로 보이는 것이다.



그런 옛날 생각에 잠겨 얼마 걷다가 새로 생긴 국밥집이 보여 얼른 들어갔다. 요즘 같은 경기에 자영업을 시작하다니 참 멍청한 사람이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나랑은 상관이 없는 일이다.



자리에 앉고 보니 숟가락 젓가락이 없어 어리둥절하길 잠시, 집에서도 회사에서도 늘 깔아주기만 하니 혼자 밥을 먹을 때에는 손수 꺼내야 한다는 사실을 잠시 잊은 것이다. 넘만 욕할 것이 아니라 나도 꼰대가 맞긴 하구나 싶었다. 오늘 하루 종일 부정적인 생각을 해서 그런지 몰라도, 숟가락을 꺼내는데 다시 옛 기억이 떠올랐다.





어린 나의 당당한 포부와 다르게 서울 중심은 고사하고 변두리 쪽방촌에 이르러 깡패 형들에게 돈을 빼앗기고 굶주리게 되었다. 연고가 없으니 받아주는 곳 하나 없던 나는 두 명의 거지 형들과 함께 지내기로 했다.

매일 굶고 다니는 거지들을 영 딱하게 보던 국밥집 새댁 이모는 가끔 다라이에 따뜻한 국밥을 내어주곤 했는데, 그 당시 국밥은 지금과 같은 살코기 가득한 것이 아니었다. 누린내 나는 내장과 잡고기로 생색만 내고 국물로 배를 채우는, 지금은 찾으려 해도 없는 그런 것이다.

그래도 당시 식당은 개장하고 얼마 되지 않아 튼튼한 시멘트 벽, 궁서체로 쓰인 세련된 간판, 커다란 유리로 채운 비싼 창문까지 달아 못사는 마을에 어울리지 않는 고급스런 모습이었다. 한창 클 나이 굶주린 탓에 나에겐 천국의 맛이었고, 탈 나지 않게 천천히 먹으라던 새댁 이모의 마음 씀씀이는 생전 본 적도 없는 어머니가 차려준 집 밥이나 다름 없었다.



아직 어려서 체구가 작아 그랬는지 몰라도, 당시 새댁 이모가 내어준 다라이는 정말 크게 느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지 사이에서 성에 차게 맛을 보지 못했다. 죽자 살자 먹으려 드는 아귀의 틈 바구니에서 어리고 체구가 작던 내가 버텨내기란 쉽지 않았던 것이다.

국밥집 주인은 거지들이 몰리는 것을 영 마뜩치 않아 했기에 새댁 이모는 꾸중을 듣기 일쑤였고, 자비에 기댄 거지들에게 감히 손님들 사용하는, 그러니까 양각으로 수놓은 철제 숟가락은 엄두도 내지 못할 것이었다. 그래서 손으로 내장이나 잡고기를 집어 먹거나 다라이를 기울여 먹어야 했고, 당연히 거지 패거리에서 나이가 많고 힘이 센 형들이 먼저 맛을 보는 방식이었던 것이다. 당연히 서열 마지막에 있던 나에게 떨어지는 것은 구정물에 가까운 것, 그것도 아주 조금이라도 주어지면 감사합니다 하고 먹어야 할 것이었다.



그런 아귀 지옥을 보던 새댁 이모는 어느 날 자기 돈으로 샀다며 우리에게 철제 숟가락을 나누어 주었다. 지금에 와서 돌이켜보면 새댁 이모는 18살이나 되었을까? 딱히 배우지 못한 어린 처자였지만, 그 지혜는 탁월하여 우리 거지 패거리는 굶주리거나 구정물을 마시는 일 없이 나름의 질서를 찾아 힘 없는 자도 몇 숟가락은 뜰 수 있게 되었다.



"아이고, 시장하시죠? 뭘로 드릴까요?"



과거에 머물던 나를 현재로 불러온 식당 주인의 물음에 빨리 소주부터 내오라 주문하려 했다. 하지만 주인과 눈이 마주친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 앉으며 나도 모르게 민망한 말을 내뱉고 말았다.


"엄마?"


오랜 세월이 지나도 잊지 못하는, 얼굴과 말투, 분위기 까지 생생히 기억나는 새댁 이모였다. 희게 세어버린 머리카락, 마치 농부처럼 주름진 피부, 굽어버린 허리와 억척스러운 손까지.

그 때의 뽀얗고 새침한 소녀의 모습이 아니지만,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살짝 기울여 눈을 빤히 쳐다보는 습관은 분명 새댁 이모였다. 어떤 지옥 같은 삶을 헤쳐 나왔길래 이토록 늙었는지 상상해보니 그만 아찔한 마음이 들었다. 빤히 쳐다보는 그 눈동자는 마치 다 안다는 듯 내 마음속을 샅샅이, 그리고 따스하게 훑던 새댁 이모의 눈동자였다.



당황하여 말을 잊은 나를 두고 '얼마나 배고프면 엄마를 불러'라며 농으로 민망한 분위기를 쫓는 새댁 이모를 보고는 세월이 흘러 나를 알아보지 못하는구나 싶었다. 마음이 놓였다.

하지만 여전히 마음을 무겁게 짓누르는 감정이 흩어지지 않았다. 나는 차마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작은 목소리로 국밥과 술을 달라 하고는 주방으로 들어가는 새댁 이모의 뒷모습을 바라볼 뿐이었다.




새댁 이모가 거지 패거리에게 철제 숟가락을 나누어 주고 며칠이나 지났을까. 거지 형들이 굶주림을 견디지 못하고 야음에 국밥집 고기를 훔친 사건이 벌어졌다.

연고 없는 나야 워낙 싸잡아 얻어맞는 일이 일상이라, 내 입에 들어간 고기 조각 하나 없어도 어른들에게 조금 얻어터지고 말 일이라 여겼다. 거기서 싫은 내색이라도 보이면 머리 굵은 형들에게 또 얻어맞고 쫓겨나게 되니, 당시 가진 건 불알 두 쪽 뿐인 사내들이 으레 그렇듯 의연하게 처분을 기다린 것이다.

게다가 그렇게 흠씬 두드려 맞고 모욕을 당하고 나면 언제나 그렇듯 새댁 이모가 불쌍하다며 다라이를 내어 줄 것이니, 내심 은밀한 기대가 들기도 했고.



하지만 사건은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식당 주인이 새댁 이모에게 책임을 물어 때리기 시작한 것이다. 새댁 이모가 뺨을 얻어맞고 비명도 크게 지르지 못하며 식당 밖으로 고꾸라져 나왔다. 죽일 기세로 따라 나온 식당 주인은 새댁 이모를 향해 입에 담지 못할 상스러운 욕을 퍼부었다.


"이 개년이 거지를 들이더니 결국 사단을 냈어!"


그 모습은 뭔가 현실성이 없었다. 재밌는 구경거리에 걸음을 멈춘 많은 사람들,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거지들, 거지들에게 나누어 준 철제 숟가락을 발견하고는 새댁 이모에게 '기물까지 훔쳐다 바쳤다'며 악다구니 지르는 모습까지. 어린 나에게 하나같이 비현실적이었다.

억울하게 누명을 써도 소명 할 기회가 없는 시대, 새댁 이모는 눈물 콧물을 흘리며 제발 용서해 달라고 싹싹 빌기만 할 뿐이었고, 식당 주인의 손에 이끌려 가게 안으로 끌려간 새댁 이모의 모습을 끝으로 그녀가 다라이를 내주는 일은 없었다. 그리고 어른들에게 흠씬 두들겨 맞아 생긴 내 상처는 거의 두 달이 지나서 나았다.



거지 패거리가 머무는 거처는 꽤 아득했는데, 시멘트로 지은 다리 밑 오물이 흐르는 냇가는 냄새가 지독하여 사람들이 찾지 않았고, 공사 현장에서 훔친 슬레이트를 철사로 고정하여 급조한 것이었다.

상처가 아문 나는 슬슬 눈치가 보였다. 하찮은 어린 아이라도 사내라면 응당 밥값을 해야 하니 아침부터 부지런히 나가 구걸을 하라는 거지들의 성화에 시달렸던 것이다.

난 다른 거지 형들과 다르게 어려서 불쌍해 보였는지, 구걸을 한다고 때리는 사람이 없었다. 하지만 돈 대신 먹을 것을 주는 경우가 많아 거지들이 싫어했는데, 거지 형들은 돈이 생기면 근처 공사장에 들러 지독한 냄새를 풍기는 화학물질을 구해다 흡입했기 때문이다. 그 날은 아지트에 냄새나는 화학물질이 아직 남아있었기에, 나는 아무런 부담 없이 사람들이 주는 먹거리로 배를 채우다 하늘이 얕은 주황빛으로 물들 즈음 돌아왔다.




"식사 나왔어요! 탈 나지 않게 천천히 꼭꼭 씹어 드세요!"


내어온 국밥은 이전과 다르게 살코기가 수북하게 쌓여있었지만 천천히 먹으라는 그 말 만은 마치 시간을 초월한 듯 했다. 예전과 같은 비현실성을 견디기 어려워 급히 글라스잔에 소주를 따라 연거푸 털어 넣고, 취기가 올라오고 나서야 비로소 조금 진정하게 되었다.




하늘이 얕은 주황빛으로 물들 즈음 돌아온 거지 아지트에는 새댁 이모가 와 있었다.

거의 두 달만에 보는 반가움을 느끼기도 전에, 거지 형 하나가 새댁 이모와 나체로 몸을 포개는 모습에 나는 충격을 받아 그 자리에서 말을 하지도, 움직일 수도 없었다.

다른 형 하나는 이미 볼 일을 마쳐서 그런지 화학물질에 취해서 그런지 몰라도 눈이 살짝 풀려있었다. 그러다 나와 눈이 마주치고는 '새끼 그래도 사내라고 여자 몸을 보니까 놀라냐'며 들어와 앉으라 했다.

거기서 들은 사건 이후 새댁 이모의 경위는 비현실적이었다. 옆에서 뒤엉켜 들썩이는 새댁 이모와 거지 형의 모습만큼 비현실적이었다.

고기 절도 사건 이후, 거지를 불러들여 숟가락을 훔쳤다는 누명에 더해 식당 주인은 발생하지도 않은 큰 돈이 사라졌다며 새댁 이모에게 책임을 물었단다.


그녀가 새댁 이모로 불린 이유는 이제 막 시집을 간 까닭이다. 어릴 적 병을 앓아 아이를 가질 수 없는 몸이기에 혼기를 놓칠까 두려워 서둘러 발 하나가 없는 불구, 그마저도 나이가 많은 남자에게 시집을 간 것이다.

새댁 이모는 불구에 나이까지 많은 남편이 일을 하는 게 수월치 않아 식당에서 생활비와 약값을 벌어 대고 있던 것이다.

그런 새댁 이모에게 식당 주인이 사라졌다 주장한 돈은 터무니 없이 많았고, 감당할 길이 없던 어린 새댁 이모는 결국 추악한 식당 주인의 꾐에 넘어가 범해지고 말았단다.

좆같은 이야기는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식당 주인은 새댁 이모를 유린하고 비밀을 약속한 것과 다르게 새댁 이모가 거지와 붙어 먹었다는 소문을 냈다. 그 이야기는 남편의 귀에도 들어갔고, 자초지종을 들은 남편이 자신은 전쟁도 겪었다며 발 하나가 없어도 큰 돈을 벌어 오겠다고 장담하고는, 지인에게 중동 건설 노동 지원을 부탁하다 거절 당해 목을 매달았다는 것이다.

이미 새댁 이모가 지내던 집은 사글세가 밀려 딱한 사정을 봐 준 집주인이 밀린 돈은 받지 않겠다 한 것이 최고의 혜택이었다.


지낼 곳이 없어진 그녀가 자신의 삶을 파괴한 식당 주인에게 의탁하는 것은 이미 절반쯤 정신이 나간 상황에서도 도저히 견딜 수 없는 일이었다. 식당 주인의 그 추잡한 수작이 의도대로 흘러가게 두지 않겠노라 다짐하며 새댁 이모는 이 거지 아지트까지 왔다는 것이다. 그건 매우 비현실적으로 들렸다.



설명을 마친 거지는 애를 쓰던 다른 거지에게 비키라며 자신이 또 할 거라 퉁명스레 말했다. 거지 둘이 아웅다웅 하는 틈 사이 새댁 이모와 눈이 마주쳤는데, 감당하지 못하는 현실 때문인지 거지들이 쓰는 화학물질을 흡입 했는지 눈이 풀린 모습이었다.

하지만 나를 보고 살며시 미소를 지어 보였고, 나는 무언가 끊어진 듯, 돌을 집어 들어 이 추악한 거지들의 머리를 찍어 죽이고 싶은 강렬한 충동에 휩싸였다.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그러기엔 나는 너무 어렸으며, 스스로 강인하고 담대하다 선언한 것과 다르게 나약했다. 새댁 이모를 범하는 거지들을 이겨낼 자신이 없던 것이다.


나는 도망을 택했다.




쪽방촌에서 도망 나온 뒤, 애써 내 삶에서 없던 일이라 되뇌다 도착한 서울은 매우 다른 곳이었다. 쪽방촌은 어떻게 서울에 그런 낙후되고 썩어가는 공간이 존재했을까 의아할 정도로 이상한 세상이었고, 그 날의 기억은 나에게 트라우마로 남아 술이나 담배 같이 사람 눈을 풀리게 하는 것을 멀리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사춘기부터 성인까지 여자를 멀리하게 만들어 다른 생각 안하고 오직 돈벌이와 공부에 매진하게 만든 것이다. 덕분에 학교도 졸업했고, 그럴싸한 직장도 다니게 되었다. 돌이켜보니 내 근성과 성실함은 나만의 것이 아니었다.




목이 메어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국밥과 마시지도 못하는 소주를 다 비운 뒤였다. 취하는 것을 영 싫어하는데 취기가 올라오는 것이 거북하게 느껴졌다.

팍팍한 현실은 그 무엇보다 현실적이기에, 비현실적 기억에 집착하는 것을 멈추기로 마음 먹었다. 세상에 불쌍한 사람은 무수히 많으며, 나도 불쌍한 사람이다.



정확히는 좆된 사람이다. 이런 추잡한 기억과 죄책감을 의식으로 끌어오지 못하고, 그저 비현실적이라며 애써 외면하는 좆된 놈이다. 쪽방촌, 아니 거지 아지트를 도망치던 그 날과 같이 여전이 좆같은 날이다.



"계산 좀 해주세요."



그건 단지 아이를 가질 수 없던 여인이 어미 노릇을 흉내라도 내볼까 싶었던 것이다.

어미를 가지지 못한 어린 아이가 맞지도 않은 곳에서 어미를 찾았던 것이고.

그리고 그냥 좆된거다. 그 둘은 아무 잘못이 없지만 세상은 잘못과 상관없이 사람을 좆되게 만든다. 억울한 누명을 당해도 소명의 기회 없이 싸잡아 얻어맞는 게 일상인 세상이고, 그냥 싸잡아 좆되는 것이 일상인 세상이다.


그녀가 이후 어떤 지옥을 살아왔는지 모른다. 나처럼 살아남았고, 지금도 살아가고 있다. 그것으로 족하다. 좆된 삶이지만 어쨋든 살아있으니까. 원래 세상이 좆 같으니 거기 사는 사람이 좆된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맛있게 먹었어요? 너무 늦었지만 이제라도 고기 푸짐하게 담아주니 내 마음이 놓이네. 항상 건강하고."



그녀의 말을 듣자 다시 세상은 비현실적으로 바뀌었다. 새댁 이모는 내가 가게에 온 순간부터 날 알아보고 기억했다. 그리고 어린 시절 자신도 가진 것 없어 푸짐히 담아주지 못한 다라이를 죄스럽게 여기다 이제라도 고기를 아낌없이 담아내 못났던 어미 노릇을 마저 해냈다 말하는 것이다.

아이를 가질 수 없어 어미 노릇을 흉내라도 내볼까 했던 새댁 이모는 이제 어머니였다. 세월 앞에 겉모습이 추하게 무너져 내렸음에도, 그것은 부족하거나 빠진 곳 없이 완전한 어머니의 모습이었다.


멍하니 새댁 엄마의 모습을 바라보자 세상은 다시 현실성을 되찾았고, 그제서야 식당 안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우악스럽게 국밥에 숟가락을 담그는 노숙자들 뒤로, 사정이 있으면 돈을 받지 않으니 아무런 걱정 말고 국밥을 시키고 탈 나지 않게 꼭꼭 씹어 천천히 먹으라는 글귀가 보였다.


분명 그녀는 아이를 가질 수 없는 몸이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모든 것을 긍정하고 수용하는 어머니가 되어 나타났다. 심지어 한 아이의 어머니가 아니라 가난하고 굶주린 모든 이의 어머니가 되어 초월한 것이다.

그 거룩함 앞에서 나는 비로소 아버지가 아닌, 여전히 자라지 못한 어린 아이로 돌아와 하염없이 눈물 흘렸다.



그녀가 어머니가 된 것은 이상하지 않은 일이다. 이상한 것은 가정을 꾸리고 자녀가 있음에도 여전히 부족하고 빠진 것이 많은, 완전한 아버지가 되지 못한 내가 이상한 것이다.


이제 세상은 좆같지 않다. 좆같은 날도 아니다. 나만 좆같은 놈이었다.

- dc official App

추천 비추천

12

고정닉 3

1

원본 첨부파일 1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서비스업에 종사했다면 어떤 진상 고객이라도 잘 처리했을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10/14 - -
5802666 스시녀하고 뜨거운 로맨스 고대하는 중이다 ㅇ 알파치노(211.234) 01:22 33 0
5802661 이응 쟤가 슈엔이냐 ㅇ 알파치노(211.234) 01:18 20 0
5802652 꼭 베트남처자를 사와야겟음? 이응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12 50 0
5802651 한녀들이 거리낌 없이 퐁퐁이를 도축할 수 있는 이유 [5] ㅇㅇ(106.101) 01:11 181 23
5802650 이쯤에서 말해두는거지만 ㅇㅇ 알파치노(211.234) 01:11 44 0
5802649 한녀들 왜 리사수는 안빠냐? 주갤러(121.153) 01:09 52 1
5802648 벳녀혼 좋을지도... 주갤러(118.235) 01:09 37 0
5802647 주갤도 망하긴 했네 알파치노(211.234) 01:07 59 0
5802646 오죽하면 정부기관에서도 베트남사오는거 이응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07 63 0
5802645 주갤같은남자 ( 3040 처먹고 베트콩3천에 사오는곳 ) 이응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06 41 0
5802643 그냥 세상에 주갤남들 같은 남자들만 있으면 ㅇㅇ(182.227) 01:05 38 0
5802642 주갤식 국결 = 응옥우탄3천에사오기 이응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05 35 0
5802641 그냥 순수하게 끔찍해서 그래 ㅇㅇ(61.99) 01:04 104 10
5802638 응웬티옥짬찌 알파치노(211.234) 01:03 15 0
5802637 국결이 답이다 (응옥우탄을 3천에 사오면서) 이응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02 36 0
5802634 블라인드 '형님들 결혼하기 무섭습니다 [5] 주갤러(118.235) 01:00 192 22
5802631 길거리에서 여자들이 쳐다보면 좋아한다 착각하는 알파치노(211.234) 00:58 38 0
5802630 10년 넘어도 도축 안당한다고 안심할게 아님 ㅇㅇ(211.201) 00:56 54 0
5802629 블라인드 '와이프는 왜 고마움을 모를까? [1] 주갤러(118.235) 00:56 132 10
5802627 다케시마는 일본땅임 [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55 27 0
5802626 근데 시간 똥게이츠 그새끼 진짜 자살하러갔나 알파치노(211.234) 00:55 26 0
5802623 뻐꾸기론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53 49 0
5802620 길거리 돌아다닐때 튀기 혼혈아들 얼굴보이면 알파치노(211.234) 00:52 27 0
5802619 벹녀혼은 찬성한다 ㅇㅇ(174.172) 00:51 19 0
5802616 근데 이거 글삭 기준이 뭐냐 ㅇㅇ(182.227) 00:50 26 0
5802615 블라인드 '이혼하고싶다 [83] 주갤러(118.235) 00:49 3962 246
5802614 북한이랑 전쟁나면 재미는있겠다 [3] ㅇㅇ(211.235) 00:48 128 0
5802612 노괴들은 앞으로도 결혼 못하는 이유 ㅇㅇ(211.201) 00:47 83 5
5802610 근데 일녀를 만나려면 한일미팅 이딴건 좆같지 않나 [2] 주갤러(175.214) 00:45 54 0
5802609 블라인드 '기혼자들에게 질문 [3] 주갤러(118.235) 00:44 142 8
5802608 충격) 내가 노괴들이 결혼할 수 있는 방법 알아냈다 ㅇㅇ(106.101) 00:44 69 2
5802607 근데 노괴들 급해지긴 했다는 거 체감이 되는게 [2] Esau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44 171 11
5802606 슈엔이 글 언제 올렸었노 알파치노(211.234) 00:44 22 0
5802605 이정도면 역퐁퐁아니냐 존나 미안하네 주갤러(175.113) 00:43 41 1
5802604 한국남자 - 일본여자 한일미팅 유튜브 채널 주갤러(183.104) 00:43 26 0
5802603 30대 후반 이상 아줌마들 셀카 특 주갤러(58.239) 00:43 35 0
5802601 슈엔이 광고글 도배시작했네? [3] ㅇㅇ(175.193) 00:42 46 1
5802599 필독 주갤승리) 드디어 공중파에서 노산은 안받겠다고 면전에서 빠꾸먹였다 [1] ㅇㅇ(223.38) 00:42 67 2
5802598 블라인드 '결혼 ㅈ같은거고만~ [1] 주갤러(118.235) 00:42 129 13
5802595 같은 남자여도 한남이든 한녀든 둘 다 싫고 정떨어지고 좆같지만 [2] ㅇㅇ(182.227) 00:40 49 0
5802594 한강인지 뭔지 시발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40 41 3
5802593 근데 질염 오징어 썩는냄새 그거 자기자신은 안나나? [2] 주갤러(118.235) 00:40 50 0
5802592 슈엔아 내가쓴 글에 조회수만 조용히 올라가는데 너냐? [2] ㅇㅇ(175.193) 00:39 33 2
5802591 주식은 재능(유전자)인가? 노력인가? 인증 ㅋㅋ(118.235) 00:38 42 1
5802590 주붕이.. 예전에 선배한테 들은말 [1] ㅇㅇ(106.101) 00:38 54 0
5802589 슈엔이 개쳐맞는데 다른 노괴새끼들 한명도 안도와줌 ㅋㅋㅋ [2] ㅇㅇ(175.193) 00:37 53 3
5802587 슈엔아 냄새나니까 주갤좀 꺼라 ㅇㅇ(175.193) 00:37 25 2
5802586 슈엔아 사람말 좀 해라 ㅇㅇ(58.29) 00:37 15 1
5802585 나도 어플로 한녀 만나 자고 하다가 질염씨게 걸린 한녀 만나고 주갤러(118.235) 00:37 31 3
5802584 슈엔아 닉은 바꿔도 줌내는 그대로인데 의미가 있을까? ㅇㅇ(175.193) 00:36 43 8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