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차는 실패함

오래된 제빵용 이스트 + 쌀 익힌걸 간거 ( 후라이팬에 대충 볶은거라 일부분은 덜 익음) + 덜 익은 자두 + 설탕 + 물 이걸로 만들어봄

확실히 덜 익은 부분은 나중에도 분해가 안 되더라

처음엔 달고 괜찮은 맛이라 잘 될줄 알았는데 시간이 지나니까 자두에 있는 과일 산 + 오염균에 의해 아세트산이 너무 많아져서 너무 셔짐

나중에는 설탕 넣으면 복구된다길래 넣었는데 산도가 너무 높아서 복구가 안 되고 더 숙성시키니 다른 균에 의해 쓴 맛 (타닌) 생기길래 그냥 버림

2회차는 성공

처음엔 그냥 남은 이스트 + 밥 + 물로 했는데 썩은 계란 냄새 (황화수소, H2S)가 나길래 망했나 싶었는데

구글에 영어로 해결법을 검색해보니 천이 합성섬유 천이라 공기가 안 통했는지 뭔지 모르지만 아무튼 공기가 부족하면 효모가 자가복제할 때 스트레스 받아서 그럴 수 있다고 함. 이 경우엔 Aeration이라고 공기에 둬서 산화시켜 복구 작업을 해야된다더라. 그래서 큰 다라이 씻어다가 거기에다가 붓어놓고 몇 시간 둠. 원래 aeration이라는 과정이 그렇게 오래 두는 게 아닌데, 냄새가 심해서 그냥 계속 둠.

밖에 조금 두니 이게 신기한 게 썩은 달걀 냄새는 어느새 사라져버리고, 인조 바나나향이 나기 시작함. 알고 보니 술의 냄새를 구성하는 주된 물질이 바뀌어서 그런거더라. 이 경우에는 낮은 온도 + 공기 노출에 의해 아밀아세테이트가 많이 생성되어서 그렇게 된 것임. 근데 그 향이 너무 강해서, 일부러 향 날아가라고 밖에 더 둠. 실제로 더 두니 향이 많이 날아감. (술 만들기가 실패한 경우 어떤 물질이 생기는 지를 알고 싶은 사람은 위키백과에 포도주 결함이라 검색하면 자세히 나오니 참조하셈. )

그러고 나서 내가 사정상 술을 몇 일 관리 못해도 저번처럼 과도하게 시어지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할까하고 검색해봤는데, 유산균이 산도를 조절해 줄 수 있다고 해서 넣어보기로 함. 그리고 이스트도 원래는 술 만드는 이스트나 누룩같은걸 넣어야 높은 도수의 술이 된다는 걸 알게 됐는데 당장은 제빵용 이스트밖에 못 구하겠다 싶어서 그냥 제빵용 이스트 사 온 다음에 넣음. 실제로 다 만들고도 도수가 4-5도나 될까 싶을 정도가 됐음.

그렇게 추가로 유산균(나같은 경우는 프로바이오틱스 넣음) + 제빵용 이스트 새거 1봉지 + 건포도(포도 껍질에 천연 이스트 들어있음) + 설탕을 넣고

효모가 야행성이란 것도 알게 돼서 술병을 검은 봉지로 덮어줌. 그러고 나서 몇 일간 다른 지역에 일하러 나갔다오고 맛을 보니 술이 되어있더라. 체에 걸러서 술만 병에 따랐는데, 저번보단 아니지만 술이라기엔 좀 시긴 해서 설탕으로 맛을 조절해줌. 아마 알코올이 많이 만들어졌는데 시간이 지나서 일부가 식초로 바뀐거 같더라.

맛은 신 맛을 아예 없얘려고 설탕을 많이 넣다보니 좀 달아져서 물 타고, 약간 콜라향 넣으면 맛있겠다싶어서 콜라도 넣어 마시니 탄산음료에 양주 타먹는거랑 맛이 비슷함. 비싼 돈 주고 양주 사먹을 필요가 없겠더라. 도수가 낮아서 그런지 되게 깔끔하고 끝맛에 알코올 향 조금 남.

그리고 한 가지 알게 된 건 밥이 누룩 없으면 사실상 완전히 분해가 안되는 것 같긴 함. 누룩같은 분해제를 넣던지 해야 분해가 되는듯.

현재 3회차

전의 실패를 토대로 삼아서 새로운 걸 시도해봄

이번엔 프로바이오틱스(유산균, 산도 조절용) + 건포도(천연 이스트) + 냉동 블루베리(천연 이스트) + 설탕 + 물 이렇게 조합함

저번에 맨 처음에 병 뚜껑을 닫아둬서 황화수소 만들어졌었으니 처음부터 병 뚜껑 그냥 열어두고 검은 비닐봉지를 덮어줌

나중에 효모가 자가증식 완료되면 그 때는 천으로 감싸서 병 입구를 고무줄로 감아두는 게 나은거같다고 본거같으니 그 때는 그렇게 하려고 함

마지막으로..

시중 술은 도수가 너무 높다보니 과음으로 이어지기 쉬운데, 직접 이렇게 만들어 한 잔씩 먹어보니 도수가 낮아서 그냥 부담없이 기분 좋은 정도만

먹을 수 있어서 좋은듯 함. 돈도 별로 안 들고. 시간은 좀 들긴 하지만, 담금주 병 5L짜리에서 만들어서 술이 다 됐을때 페트병에 옮겨두면 두고두고 먹을수도 있고, 마지막에 설탕으로 산도 조절한 경우 반만 따라 먹었다가 나중에 물 타서 더 발효시키고 양 늘려서 먹을 수도 있음. 다만 그게 잘 안될수는 있음. 생각보다 미생물들이 자라는 조건이 워낙 다양해서, 공기 노출도나 온도에 따라 확 달라질 정도로 신기하기도 하고 그걸 맞춰주기가 생각보다 까다롭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