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복잡계와 양극화(양극화는 의도나 주체가 없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가장 큰 문제점을 꼽자면 '통합 자산'의 양극화다.
자본주의 자체를 거부한 국가는 이미 현대 문명으로 묶을 수 없는 수준이므로, 결국 세계의 가장 큰 문제는 '통합 자산'의 양극화인 셈이다.
많은 사람들이 소득과 재산으로 이루어진 '금융 자본' 측면에서 양극화를 다루지만, 실제 양극화는 더 높은 층위에서 광범위하게 일어나므로 '통합 자산'이란 표현이 적합하다.
여기서 말하는 '통합 자산'은 인류의 지식, 정보, 기술과 그게 복잡하게 상호작용 하며 나온 결과를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다.
'통합 자산'의 양극화는 음모론과 다르게, 특정 개인이나 집단이 주도하지 않는다. 그것은 훨씬 더 복잡한 과정을 거쳐 일어나며, 때문에 특정 개인이나 집단의 의도로 해석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이 글을 읽기 위해서는 '적자생존'과 '복잡계' 개념을 알아야 한다.
적자생존(survival of the fittest)은 환경에 적합한 개체가 살아남는 과정을 말한다. 진화론 관점에서 강한 개체는 존재하지 않으며, 환경에 잘 적응하거나 유리한 개체가 생존하고 번식한다. 이게 그 유명한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하다'는 표현이다.
복잡계(complex system)는 수많은 구성 요소들이 서로 상호작용하여 실시간으로 변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선형적 예측이 불가능하고, 시스템 내부에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논리와 현상이 나타난다.
복잡계의 대표적인 예시가 '주식 시장'이다.
특정 기업의 실적이 좋게 나왔고, 그래서 가격이 오를거라는 선형적 예측으로 주식을 샀다간 그대로 깡통 차게 된다.
실제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무수히 많고, 전 세계의 투자자들과 경쟁 기업, 시장 상황, 각 국가의 정책 등이 영향을 끼치므로 예측이 불가능한 것이다.
심지어 어떤 요인 하나가 달라지면, 가격 상승을 지지하던 요인들이 딱히 바뀌지 않았음에도 가격을 낮추는 요인으로 바뀌기도 한다.
원자재 수입 - 재가공 - 수출 싸이클을 가진 국가에서 '높은 환율'은 일반적으로 가격 경쟁력 우위로 나타나며, 때문에 경제성장을 지지하는 요인이 된다. 그러나 국가 신용도가 낮거나, 부채가 많은 상태에서 높은 환율은 오히려 경기후퇴를 지지하게 된다.
높은 환율과 수출의 관계도 단순 비례하지 않는다. 어느 구간까진 수출에 유리하게 작용하다가, 특정 구간을 넘기면 오히려 경제를 파괴하게 된다.
이런 복잡한 차원과 요인이 서로 얽혀 끊임없이 영향을 미치고, 실시간으로 그 값이 변하며, 그 결과 예측하지 못한 새로운 요인이 발생하는 시스템이 '복잡계'다.
복잡계의 또 다른 예로 '인간의 뇌'가 있다. 개별 뉴런이나 세포는 생각, 의도가 없다. 그냥 자극에 반응해서 반사적인 신호를 내뱉는다.
하지만 그런 세포와 세포가 연결되고, 호르몬 피드백 시스템과 뉴런 연결이 복잡하게 이어져 복잡계를 이루면, 구성 요소의 합 이상의 무언가인 창발성을 보이게 된다.
나도 당신도 이것을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한다. 수소, 탄소, 질소, 산소, 소듐, 마그네슘, 인, 황, 염소, 포타슘, 칼슘 원자들이 특정 순서로 배열되니 감정, 지능, 자아, 기쁨, 슬픔, 고통, 쾌락과 같은 인간의 인지 시스템이 되는 것을. 이것이 복잡계다.
그리고 지금 심각한 양극화가 일어나고 있는 세계도 당연히 '복잡계'다.
당신이 지금 이 글을 보며 느끼는 감정이나 기분이 있을거다. 그 원인을 당신을 구성하고 있는 원자나 신체부위 범위에서 특정 가능한가?
그것은 매우 복잡하게 연결된 시스템이며, 거기에 관여하는 것은 지금까지 살아오며 개인이 경험한 기억, 심지어 태어나기도 전 선대 인류와 그 이전 공통조상이 살아가며 얻은 본능과 형질까지 관여하는 것이다.
그래서 단순히 '어느 부위 때문에 이런 기분이 들었다'라는 인과를 설정하는게 불가능하다. 요소 차원에서 구체적인 원인을 특정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복잡계에 해당하는 세계의 양극화도, 음모론처럼 특정 개인이나 집단의 의도 때문이라 특정하지 못한다. 음모론은 언제나 오답인 것이다.
결국 우리는 복잡계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른다'는 대답 밖에 하지 못하는가?
그렇지 않다. 요소 차원에서 특정은 어렵지만, 가장 강한 상관관계를 가진 연결을 추려 흐름으로 파악하는 것은 가능하다.
예를 들자면 원래도 이해하기 어려운 개념을 설명하는데, 글쓴이의 표현 실력이 부족하며, 심지어 당신은 가벼운 커뮤니티에서 접했고, 습관적으로 급하게 읽고 이해하려 하기에 지금 그런 감정이나 기분을 느끼게 되었다는 식이다.
같은 방식으로 '통합 자산'의 양극화도 설명 가능하다.
양극화를 이해하기 위한 흐름은 다음과 같다.
1.이족보행 - 에너지 효율과 더 높은 위치에너지, 손의 자유를 얻음.
2.자유로운 손 - 도구 사용을 가능케 함. 높은 위치에너지와 시너지를 일으켜 투척이 가능해짐.
3.언어의 발달 - 털이 없어 용이한 발열관리, 뛰어난 지구력으로 대형 포유류를 추적, 도구를 투척하여 사냥이 가능해짐. 하지만 여전히 개별 개체는 약해서 반격에 취약하고, 대형 포유류를 잡아도 한번에 다 먹거나 보관이 불가능하므로, 다수 개체가 협동으로 사냥하며 구체적인 언어가 발달. 인류는 이 시점에 이미 먹이사슬 피라미드 정점.
4.뇌 용량의 증가 - 최강 포식자의 지위와 불의 발견으로 영양흡수 효율이 증가했고, 도구, 투척, 협동, 언어 사용은 꾸준히 인간의 뇌 용량 증가를 유도함. 정확히는 다양한 돌연변이 중에서, 지능이 높은 개체가 저런 환경에서 효율적인 사냥과 통솔이 가능했고, 그런 개체가 더 많은 번식의 기회를 얻었으며, 때론 인간끼리 전쟁으로 극단적인 적자생존이 이루어짐. 여기서 전두엽이라는 특이한 뇌 구조가 발달한 인류만 남겨진 것. 이 시점에 인간의 생물학적 뇌 용량은 한계에 이르러 출산 과정에서 산모가 죽는 경우가 발생함.
5.문자의 사용 - 언어로 이루어지는 전승은 언제나 불완전하고 변형이나 소실의 가능성이 있음. 하지만 어떤 부족은 지식이나 정보를 돌판에 기록하는 선택을 했으며, 이는 더 많은 지식과 정보를 손실 없이 후대에 전달하게 함. 문자를 사용한 부족만 경쟁에서 이겨 살아남게 되었고, 동시에 문자 사용은 한계 용량의 뇌를 두고 더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구조로 지능을 유도함.
6.문명의 탄생 - 문자의 사용으로 공동체 단위로 지식 축적이 일어났으며, 다른 동물은 개체, 많아야 부모-자식 수준에서 불완전하게 전승되던 지식을, 인류는 공동체 인구만큼 꾸준히 축적하게 됨. 이는 자연스럽게 공동체의 인구가 많을수록 지식 축적에 유리한 환경을 제공하며, 이런 지식 축적이 누적되어 비로소 농업 기술이 탄생, 정주생활과 문명으로 이어짐.
7.분업과 효율 - 수렵, 채집이나 유목 사회에서는 각 개인이 생존에 필요한 대부분 업무를 각자 맡아서 했음. 그들은 필요에 따라 식량 생산자가 되고, 전사가 되고, 기술자가 되었음. 이와 다르게 일정 장소에 머물며 농업을 하는 문명은 개체 특성에 따른 역할을 가져 전문성이 생겼고, 농부가 식량을 초과생산하면 전사는 무리를 보호하고, 기술자는 정보를 얻어 지식을 발전시키며 기술을 전승하는 형태가 됨. 이 시점에 인류는 제대로 된 분업의 효율을 누림.
8.통합 자산 - 여기까지 과정에서 쌓아올린 인류의 대부분 특성은 선형적이자 더 이상 발달하지 못하는 한계를 지닌 요인. 하지만 유일하게 꾸준히 축적, 그것이 쌓여 지수적으로 발전하는 개념이 있는데, 지식, 정보, 기술 등이 기록의 형태로 남겨진 '통합 자산'임. 그래서 인류의 이족보행에서 문명까지 단계는 40,000~200,000년이 걸렸지만, 문명을 이룩하고 분업의 효율을 누리며 지식을 전승하고 현대 문명까지 도달에 걸린 시간은 약 6,000년에 불과함. 최초의 문명이 기원전 4,000년 수메르 문명이니까.
9.통합 자산의 환경화 - 적자생존 개념에서 개체의 적합성은 오직 환경에 의해 결정된다. 그런데 갈수록 가파르게 증가하며 쌓이는 '통합 자산'의 영향력이 늘어나며, 점차 '환경'으로 작용한다. 화폐 개념도 지식, 정보, 기술 등이 기록의 형태로 축적되어 나타난 개념이다. 통합 자산인 셈이다. 문명 사회에서 화폐 개념에 적응하지 못한 개체는 당연히 살아남지 못한다. 컴퓨터, 인터넷, 스마트폰 역시 '통합 자산'의 결과물이며, 각종 언어와 학문(수학, 과학, 경제학, 윤리, 법 등)도 그렇다. 이런 '통합 자산'에 적응적이냐, 적응하지 못하냐의 차이는 현대 사회에서의 생존과 번식 여부를 가르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즉, 인간이 자연 환경에서 벗어나고자 만든 '통합 자산'이, 이제는 환경 그 자체가 된 것이다.
여기까지가 내가 생각하는 '양극화 설명에 필요한' 강한 연결과 흐름이다. 여전히 적자생존은 유효하며, 단지 '자연 환경'에서 인류가 만든 '통합 자산'으로 환경이 변화한 것이다.
비로소 현대 사회의 적자생존 주체, '환경'을 이해 가능하다. 이제 환경은 '지식, 정보, 기술 등이 기록의 형태로 축적되어 나타난 통합 자본'으로 바뀌었고, 통합 자본은 축적과 지수적 증가를 보인다는 특징 외에 강한 연결을 찾기 어려운 복잡계다.
인텔의 창립자 고든 무어는 이런 통합 자본의 특징을 '무어의 법칙'으로 표현했으며,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은 '수확가속 법칙'으로 표현했다. 기술과 과학은 점차 빠르게 발전하며, 그 간격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인류 역사에서 그 이전 단계 환경을 완전히 변화시키는 수준의 발견이나 발명, '패러다임 시프트'를 봐도 추세가 명확하다.
영장류 출현(-60,000,000년)
호미닌 출현(-7,000,000년)
석기 사용(-3,300,000년)
인류 아종(-2,500,000년)
뇌 용량 증가(-2,100,000년)
불의 발견(-1,400,000년)
호모 사피엔스(-300,000년) 여기부터 현생 인류
문자(-5,500년, 문명 이후 기록이 남았으므로 문명 이전에 생성)
농업 문명(-6,000년) 여기부터 통합 자본 탄생
국가(-5500년)
철기 재련(-3500년)
지능 체계화(-3,000년)
종이(-2100년) 여기부터 통합 자본 누적 가속
인쇄(-550년) 여기부터 통합 자본 전달 가속
대항해시대(-500년) 여기부터 통합 자본 교환 가속
주식회사(-422년)
과학혁명(-420년) 여기부터 통합 자본 체계화/고도화, 이후 등장이 너무 빨라 다 적지 못함
지동설(-414년)
케플러 법칙(-405년)
기계식 계산기(-382년)
리바이어던(-373년)
확률(-370년)
미적분(-358년)
프린키피아(-337년)
금본위제(-307년)
유체역학(-286년)
백신(-224년)
증기기관(-220년)
위생(-210년)
산업혁명(-200년) 패러다임 시프트 주체가 점차 개인에서 사회로 넘어감
통신(-187년)
현대 선박(-175년)
열역학(-174년)
전자기학(-160년)
통계역학(-150년)
전화(-148년)
무한(-144년)
전파 라디오(-129년)
전기 상용화(-124년)
진공관(-117년)
상대성 이론(-116년) 개인이 이끈 거의 마지막 패러다임 시프트
화학비료(-115년)
1차 세계대전(-110년) 패러다임 시프트 주체가 점차 국가로 넘어감
항생제(-100년)
행렬역학(-99년)
파동방정식(-98년)
불확정성 원리(-97년)
TV(-95년)
불완전성 정리(-93년)
총력전(-89년)
핵분열(-86년)
2차 세계대전(-85년) 패러다임 시프트 주체가 대부분 국가로 넘어감
맨하탄 프로젝트(-81년) 패러다임 시프트 주체가 완전히 국가로 넘어감
진공관 컴퓨터(-79년)
트랜지스터(-77년)
냉전(-76년)
노이만 구조(-75년) 개인이 이끈 마지막 패러다임 시프트
핵융합(-72년)
인공위성(-67년)
GPS(-65년) 패러다임 시프트 주체가 점차 민간으로 넘어감
개인용 컴퓨터(-53년) 패러다임 시프트 주체가 거의 민간으로 넘어감
인터넷(-34년) 패러다임 시프트 주체가 완전히 민간으로 넘어감
스마트폰(-17년)
딥러닝 AI(-12년) 패러다임 시프트 주체가 점차 AI에게 넘어감
AI 블랙박스(-1년) 인간은 더 이상 패러다임 시프트를 이끌지 못하고, 주체가 완전히 AI에게 넘어감
이제는 환경이 된 '통합 자본'은 이런 흐름이다.
패러다임 시프트는 점차 빨라지며, 이전 단계의 모든 기술과 지식, 현상에 영향을 끼치며 완전히 다른 존재로 바꾸는 복잡계를 이룬다. 이게 단순 간격만 줄어드는게 아니라, 뒤로 갈수록 그 영향이 엄청나게 커지는 패러다임 시프트가 나온다.
그리고 여기서 성장-분배를 해석하는 새로운 관점이 보인다.
패러다임 시프트가 발생해서 해당 집단의 효율이 극단적으로 증가하면, 당연히 효율에서 밀리는 다른 집단은 상대적 퇴보를 겪는다.
왜냐면 인류가 하나의 단일한 개체가 아니라서, 누군가 엄청난 발견이나 발명을 한다고 그게 모든 인류에게 즉시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영국에서 산업혁명이 일어나 공장이 세워지고, 규격화가 발생하며, 균일 품질 상품을 더 적은 인력으로 대량생산해 낮은 가격으로 판매하면 주변국 수공업이 전멸한다. 이러면 영국은 단지 패러다임 시프트에 해당하는 전환을 이루었을 뿐인데, 주변국과 비교하면 엄청난 양극화가 일어난다. 기술, 생산력, 부까지 전부 영국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이다.
이게 '통합 자본 양극화'의 핵심이다.
패러다임 시프트는 통합 자본이라 축적되는 속성이 있고, 이전 단계의 통합 자본에 모두 영향을 주는 '복잡계'에 해당한다.
개인용 컴퓨터 이후 인터넷이 발명됐다고 개인용 컴퓨터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그 둘은 오히려 더 큰 시너지를 내며 '창발성'을 보인다. 거기에 소형화와 반도체 집적도 향상, 인공위성과 GPS 기술이 추가되어 스마트폰이 등장했지만 여전히 개인용 컴퓨터와 인터넷은 가치를 잃지 않는다. 오히려 스마트폰과 통합되어 더 큰 시너지를 낸다.
하지만 이런 패러다임 시프트 간격이 점차 짧아지면서, 한 세대 안에서, 개인 차이에 따라 적응도가 크게 벌어진다.
2024년 현 시점 중 장년층은 개인용 컴퓨터를 다루는 사람과, 다루지 못하는 사람이 섞여있다.
컴퓨터를 다루는지 여부만 해도 벌써 지식, 정보, 기술의 차이는 현격하다.
그런데 컴퓨터와 연동되어 더 큰 시너지를 내는 인터넷이 더해진다.
이제 컴퓨터를 쓸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정보화 혁명의 혜택을 받는지 여부까지 확대된다.
그리고 이 차이는 교육, 소비, 소득까지 이어지며 계층을 나누게 되는 것이다.
이건 인류 역사 내내 반복된 경향이다. 기술의 발전이 해당 집단의 '성장', 전체로 보면 양극화로 나타나고, 그 기술이 점차 전파되어 사람들이 적응하면서 균형을 찾는 '분배'로 나타난다.
화학비료를 사용하여 맬서스 트랩을 탈출한 국가는 엄청난 식량 생산을 보이며 '성장'을 이루고, 같은 시기 화학비료를 만들지 못하는 국가는 그 식량을 사기 위해 인적, 물적 자본이 유출된다.
그리고 점차 시간이 흘러 화학비료 기술이 전파되고, 그걸 대량생산 하게 됨에 따라 균형이 맞춰지며 '분배'가 되는 것이다.
더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탄소강 재련을 하던 부족과, 그렇지 않은 부족 사이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졌다.
인류 역사 내내 일어난 성장-분배 싸이클이며, 근본적으로 기술의 발달, 통합 자본의 누적에 의한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제 현 시점 극단적 양극화도 이해 가능하다.
점차 간격이 짧아지며, 반대로 영향력이 커지는 형태로, 패러다임 시프트가 너무나 빠르고 강해진 것이다. 인류 역사상 같은 시대에 사는 집단, 사람끼리 지금처럼 통합 자본 차이가 큰 경우는 없었다.
당장 국가 차이를 보라. 미국에서는 로켓엔진을 회수하여 재사용하는데, 멕시코에서는 버려진 주사기를 재사용하고 있다.
같은 국가 내에서도 그렇다.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에서 AI 블랙박스 개념을 연구하는데, 인디애나 게리는 포스트 아포칼립스를 찍고 있다.
가정 단위에서도 마찬가지다. 통합 자본은 인류가 쌓은 모든 개념을 포함하기에, 가족 구성이나 체계, 재산, 소득, 교육 수준이 일종의 '통합 자본'을 형성하여 자녀 세대에게 전달된다.
서울에서 영재고 다니는 중학생이 체계적인 식단과 스케쥴, 위생, 의료 관리를 받으며 미적분과 씨름하는 시간, 일부 깡촌 중학생은 탄산음료나 술을 마시며 불법도박에 용돈을 버리고 있다. 자신이 의학적 중독 상태에 빠졌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개인 차원에서도 마찬가지다. 직접 머신러닝 돌리며 로직 짜는 개인, TV 코드를 빼놓고 고장 났다며 봐달라는 사람이 공존하는 시대다.
인류 역사상 이렇게 극단적인 통합 자본 증가를 보인 경우가 없었다.
인류 역사상 이렇게 극단적인 통합 자본 양극화를 보인 경우도 없었다.
아무리 빠르게 분배가 이뤄지려 해도 생물학적 한계 속도, 문화적 한계 속도, 공동체 시스템의 한계 속도에 막혀 성장은 말도 안되게 빠른데 분배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말이다.
그게 극단적 양극화의 실체다.
생물학적 나이에 따라 신경가소성이 떨어져 배우는 속도가 따라가지 못하고, 문화지체현상으로 사회 단위에서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며, 공동체 시스템을 패러다임 시프트 간격으로 따지면 산업혁명을 막 지난 시점의 사람들이 정치, 경제 주도권을 쥐고 기득권을 형성하여 정보화 시대를 지배하는 것이다.
이런 최악의 상황을 이해했더라도, 결코 특정 집단이나 개인의 의도가 없음을 알아야 한다. 그저 그들은 환경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며, 기존 환경에 적합했던 성향과 욕망을 그대로 유지하며 변화하는 시대를 따라가지 못할 뿐이다.
양극화는 의도나 주체가 없다.
하지만 의도나 주체라는 요소 차원에서 문제 원인을 특정하기 어렵다고, 결국 우리는 복잡계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른다'는 대답 밖에 하지 못하는가?
그렇지 않다. 요소 차원에서 특정은 어렵지만, 가장 강한 연결을 추려 흐름으로 파악하는 것이 가능하다.
끊임없이 배우고, 치열하게 고뇌하며 변화하는 시대의 통합 자산 성장을 따라가고, 동시에 자비의 마음으로 분배해야 한다.
불을 다루기 위해 얼마나 많은 인류가 피땀을 흘리고 불타 죽었는가?
정주 문명을 이루기까지 얼마나 많은 인류가 기근과 전쟁으로 죽었는가?
철기 사용을 위해 얼마나 많은 인류가 피와 땀을 흘렸으며, 기록을 후대에 남기기 위해 얼마나 많은 양심있는 사람이 눈 멀고 목숨 잃었고, 현대 사회의 폭발적인 패러다임 시프트를 이끈 두 차례의 세계대전과 냉전 기간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고 고통을 겪었는가?
통합 자산은 결국 인류의 희생과 의지가 모여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우리에게 닿은 어떤 것들이다.
이전 역사에는 단 하나의 패러다임 시프트를 얻기 위해 수없이 많은 사람이 고통과 비명으로 죽어갔지만, 현대 사회에서 너무 빨리 등장하고 넘쳐서 문제니 그래도 나은 편이다.
우린 선대 인류처럼 목숨 걸고 패러다임 시프트를 일으키지 않아도 된다. 그 주체가 인공지능으로 넘어가 그것이 가능하지도 않고.
다만 우리가 할 수 있으며, 해야 하는 일이 있다.
변화하는 패러다임 시프트를 따라가고, 그것을 자비의 마음으로 나누는 것이다.
반드시 하라는 강요가 아니다. 세상의 무지와 폭력에 영혼이 상처 받았다면 단절하고 동굴로 들어가 쉬기 바란다.
결국 먼저 따라간 사람들은 당신이 돌아오는 시기에 반갑게 웃으며 분배할거다.
그리고 진실된 당신의 정신과 영혼을 잃지 말고 지키기 바란다.
그러기엔 다가올 미래가 너무 궁금하고 아까우니까.
그저 담담하게 변화하는 패러다임 시프트를 따라가고 자비의 마음으로 나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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