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역한 후 코로나 시국이라 마스크 쓰고 다니면서 외모 신경 안 쓰고, 머리도 기르면서 독서실에 다녔던 이야기야.

그때 내가 입었던 건 늘 똑같았지: 벙거지 모자, 아디다스 바지, 검은색 티셔츠. 매일 똑같은 복장으로 독서실을 들락날락했어.

독서실 관리해주시는 사장님과 그 아들분이 계셨는데, 그 아들분이 독서실 총무로 일하면서 공부도 하고 있어서 출퇴근할 때마다 인사를 나누는 사이였어. (잘생김!)

어느 날, 독서실 연장을 하러 갔는데, 그 총무님이 나한테 "XX총무가 YY님 잘생겼데요"고 전해주는 거야. 그때 딱 정신이 멍해졌어. 어찌할 바를 몰라서 그냥 별 리액션도 안 나왔지.

지금 같았으면 나도 은근슬쩍 "어떤 총무님이요? 그 예쁜 분이요?" 이렇게 물어봐서 나도 관심 있다는 걸 표시했을 텐데 ㅋㅋㅋㅋ

그 이후로 계속 생각했어. '아니, 왜 나한테 관심을 가졌지?' 솔직히, 딱히 특별히 한 것도 없었거든. 1주일 전에 문 잡아줬던 거나, 내가 문을 확 열어서 반대편에 있던 그분이 깜짝 놀란 것밖에 없었어. 근데 그분이 나한테 관심을 가진다니, 진짜 이해가 안 갔지. 항상 마스크를 쓰고 다녔는데, 그때 군대 막 전역해서 피부 상태도 안 좋아서 자존감도 많이 떨어져 있었거든. (객관적인 내 외모는 179cm, 마름, 개인적으로 6.5 남자라고 생각한다)

일단 그분이 정말 예뻤어. 키도 크고, 딱 보면 넘사벽 같은 느낌이었어. 보통 7의여자가 인기가 많자나, 우정잉같은 스타일. 근데 그분은 내기준 8,9 의 여자여서 쳐다도 안봄. 근데 그런 분이 나한테 좋다고 하니까, 기분이 ㅈㄴ 좋더라고.

한편으론 걱정함. '혹시 마스크 벗은 내 얼굴 보고 실망하면 어떡하지?' 이런 생각에 며칠 피했어. ㅠㅠ

그러다가 나중에 다시 독서실에 갔는데, 마주치고 나서 1시간쯤 뒤에 누가 내 자리 문을 두드리더라. 나는 사장님 아들 총무님인 줄 알고, 헤어밴드 쓴 채로 문을 열었는데 그 예쁜 총무 알바님이 커피를 건네주더라고. 커피를 샀는데 남아서 준다면서... 난 너무 당황해서 "아, 괜찮은데... 감사합니다..." 하고 받아 마셨어. 그 이후로 남자 총무님이 나랑 그분을 엮어주려고 했는데, 내가 일부러 피했어. 자신이 없어서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음 ㅋㅋㅋㅋㅋ

그 분은 '아, 저사람 여친 있겠다' 이런 생각 했을듯? 왜냐면 자기가 관심 표하면 안넘어갈 남자 없겠다 라고 생각될 외모였음

결국 그 이후로 코로나가 더 심해져서 독서실도 영업 중지가 됐고, 나도 서울로 이사를 가게 되면서 그분을 다시 볼 기회가 없었다..

지금도 생각하면 용기 내서 더 다가가볼 걸 후회돼 ㅠㅠㅠ

아싸는 용기가 없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