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쌍수했는데 상당히 아팠어. 주삿바늘을 눈알 바로 위의 눈커풀에 찔러넣거나 전기소작기로 생살을 태워버리는 등 듣기만 해도 끔찍한 일이지. 특히 부분마취로 했기에 맨정신에 수술을 했어. 그런데 정말로 즐겁더라. 난 지금까지 내 눈이 너무나 증오스러울만큼 싫었거든. 무쌍에 짙은 안검하수, 뜬건지도 모르겠는 작은 눈매처럼 미개한 요소는 모두 가지고 있었어. 덕분에 자해를 많이 했지. 물론 눈이 마음에 안들어서 자해를 하는거라면 안구를 찌르거나 칼로 그어야겠지만, 그건 영구적인 상해가 남기에 그렇게 하지는 못했어. 항상 아쉬움이 남았지. 

그런데 쌍수를 하며 눈에 갖은 고통을 겪으니 해방감이 들더라. 안구를 덮은 미개한 살덩어리를 바늘로 사정없이 찌르고 모조리 태워버릴때는 희열이 느껴졌어. 날 지난 20여년의 세월간 괴롭게 만들었던 열등한 유전자의 산물을 도려낼 수 있었기에 너무 행복했어. 시력상실이 두려워 한번도 해보지 못한 안구 자해를 마음껏 하는 기분이였지. 

지금은 붓기가 다 빠지고 정말 아름다운 눈을 가지게 되었어. 그리고 미개했던 눈을 가진 과거의 나와 완전히 작별할 수 있게 되었어. 아무리 자해를 해도 풀리지 않던 응어리가 완전히 풀린 것 같아. 단순히 지금의 눈이 아름답기 때문이 아니라, 수술과정에서 겪은 그 고통이 하나의 통과의례가 되었다고 생각해. 

이제 곧 코수술을 할 예정이야. 혹시 코수술도 각성 상태에서 할수 있을까? 내가 찾아본 성형외과는 대체로 전신마취를 하더라고. 마찬가지로 열등한 나의 코를 자르고, 살가죽을 벗겨내고, 뼈를 잘라내는 그 과정과 고통을 맨정신으로 느끼고 싶어. 그렇게 해야 못생기고 미개한 코를 가진 과거의 나와 완전히 작별할 수 있을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