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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갤 문학] 버섯 포자 -13

거북손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4.08.01 23:0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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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pokemon&no=1067965

 

 

 

2편-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pokemon&no=1068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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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편-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pokemon&no=1102164

 

 

 

10편-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pokemon&no=1113086

 

 

 

11편-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pokemon&no=1131479

 

 

 

12편-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pokemon&no=11604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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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사건에 대해 짐작가는 점은 있습니까?"

 호수 너머 블루시티를 바라보던 목호가 물었다. 나는 쓰러져 자고있는 라프라스를 볼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일어나 그를 바라봤다.

 "파라섹트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나의 물음에 그는 주위의 얼어붙은 덩어리들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짐작가는 점이라면, 이상한 점은 분명히 있습니다. 진화학적으로 보았을때 자연에서의 이런 빠른 진화는 일어날 수 없거든요."

 "역시나 그렇군요."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가 말을 이었다

 "그렇다면, 무언가 진화에 개입했다는 건가요?"

 그렇게 물어오는 그의 눈빛은 이미 무언가를 확신하고 있었다. 그의 눈빛에 나는 침을 꿀꺽 삼켰다.

 "제가 생각하기엔 그렇습니다."

 나의 대답을 듣고난 뒤, 그는 몇걸음 앞으로 나아가 저 멀리 하늘을 바라보았다. 잠시 그렇게 무언가를 바라보던 그는 조용히 내게 이야기를 꺼냈다.

 "혹시 분노의 호수를 알고 계십니까?"

 "네?"

 "성도지방에는 분노의 호수라는 곳이 있습니다. 몇년전에 수많은 갸라도스의 출몰로 인하여 많은 논란이 있었던 곳이죠."

 그의 말에 나의 머릿속에서 기억이 하나 스쳤다. 세간에 큰 이슈를 모았던 그 사건은 나 또한 잘 알고있었다. 수많은 매체에서는 그 사건을 심도있게 다루었고, 직접 그 호수를 향해 취재를 행하였던 신오지방의 방송을 나는 기억하였다. 무엇보다 그 사건에는 나에겐 절대 잊을 수 없는 진화학계의 커다란 수수께끼가 걸려있었다.

 "아,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붉은 갸라도스가 나타났던 사건을 말씀하시는군요."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이야기를 계속했다.

 "그렇습니다. 수많은 갸라도스와 더불어, 기형적인 붉은 갸라도스까지 출현하였던 그야말로 전대미문의 사건이지요. 수많은 사람들이 이 사건에 대해 관심을 갖고 연구한다는 사실은 저도 잘 알고있지만, 아쉽게도 그 누구도 진실에 다가가지는 못한 것 같더군요."

 순간 오싹한 기분이 들었다. 그에겐 내가 모르는 무언가가 있었다. 적어도 그의 표정은 나에게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이젠 저 또한 진실을 밝혀야 할 때입니다. 사실, 애초에 함구령따위 저에겐 지킬 필요가 없는 것이었지만요."

 그렇게 말하며 그는 나를 바라보았다. 그의 붉은 머리칼이 불어오는 바람에 흩날리었다.

 "지금부터 이야기하겠습니다. 이 지역의 챔피언으로써, 그날 제가 보았던 것들을 말입니다."

 어두운 그늘 사이로 그의 차가운 눈빛이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그저 귀 기울인 채 그의 이야기에 집중할 뿐이었다.

 

 그가 나에게 해주는 이야기들은 그야말로 충격적인 것이었다. 지금까지 들어본적도,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그의 이야기에 나는 순간적으로 소리치지 않을 수 없었다.

 "괴전파 라고요?"

 나의 이러한 반응이 당연하다는 듯이 그는 그저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제가 그날 보았던 것은 잉어킹을 강제로 진화시키는 괴전파 송출장치였습니다."

 그의 말에 나는 입술을 깨물지 않을 수 없었다. 이번에도 인간의 소행이었다. 가슴속에서 새로운 회의감이 쏟아져 들어왔다. 진화학을 연구할수록 내게 남겨진 것은 이러한 진실 뿐이었다. 분노의 호수에는 또다시 내가 보고싶지 않았던 진실이 숨어있었다. 목호는 천천히 이야기를 계속했다.

 "저는 황토마을의 아지트에서 확실히 봤습니다. 그리고 주위에는 로켓단과 더불어 신원을 알 수 없는 과학자 몇명이 같이 있었습니다."

 "역시 그렇군요. 로켓단 스스로는 완성시킬 수 없는 성과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다면 그 과학자들은..."

 나의 말에 그의 표정이 서서히 굳어졌다. 그의 반응에 나는 말끝을 흐릴 수 밖에 없었다.

 "제 생각에 그들은 이전부터 아주 오랜 실험을 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실험작으로 가장 만만한 잉어킹을 골랐던 것이죠. 아시다시피 잉어킹은 진화시키기 매우 쉬우니까요."

 나는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계속하여 말을 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지금까지도 연구를 계속하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잉어킹의 성과를 넘어선 더욱 커다란 결과물을 향해서 말입니다. 사실 로켓단은 그들의 연구를 위한 미끼이자 꼭두각시였을 뿐이죠."

 "그 결과물이란 것이 설마..."

 목호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그는 그저 얼어붙은 파라섹트들을 바라볼 뿐이었다.

 "저는 그 연구원들이 어디에서 왔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물론 짐작할 수는 있습니다만, 아직 확답은 내리지 못할 것 같습니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성도, 그리고 관동지방의 자치구에선 저에게 함구를 요했다는 것입니다."

 '오박사'

 나의 머릿속으로 그의 모습이 떠올랐다. 나 또한 확신할 수는 없었다. 아니, 사실 떠오르는 그의 형상을 지우고 싶었다. 내가 동경하던 그의 모습에 그런 추악한 프레임을 씌우고 싶지는 않았다. 그러나 머릿속으로 마박사가 하였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서서히 내가 알던 오박사의 모습에 크나큰 그늘이 드리워지고 있었다.

 "일단은 저 또한 함구령에 동참했습니다. 그 사건을 그다지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았던 이유도 있었지만, 포켓몬을 진화시키는 괴전파라니, 분명 시민들에게는 크나큰 혼란을 야기했겠지요. 하지만 지금은 진실을 밝히고 이 사건을 해결해야할 때입니다."

 그는 프테라를 향해 손을 들었다. 그러자 프테라가 날개를 펼치고 울부짖더니, 이내 이쪽으로 다가왔다.

 "오늘 우연히 진화학계의 거장을 만나게 되어 저의 생각에 확신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만 출발하지요."

 그는 그렇게 말하며 프테라의 위로 뛰어올랐다. 그리곤 나를 향해 손을 뻗었다. 나는 그의 손을 잡았다.

'플라타느'

 그 순간, 무언가가 나의 행동을 멈추게 하였다.

 "잠시만요."

 나는 프테라에 올라가던것을 멈추고 저택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파라섹트, 아니 이수재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의 산산조각난 몸뚱아리는 희미하게 요동치고 있었다.

 "이런, 아직 살아있었던 것인가."

 프테라에 올라탄 목호가 파라섹트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제가 가보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나는 저택의 앞으로 향했다. 프테라에게 무언가 명령을 내리려던 그는 행동을 멈추고 의아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가까이 다가갈 수록 그것은 매우 희미하게 꿈틀거리고 있었다. 그것을 바라보는 내 심장이 크게 요동쳤다. 갈기갈기 찢어진 덩어리 사이로 가장 커다란 몸뚱아리에 그의 얼굴로 보이는 것이 달려있었다.

 "프, 프,"

 순간 무언가 내게 들려왔다. 그것은 착각이 아니었다. 찢어진 잔해 사이로 그의 얼굴이 말을 하고 있었다. 나는 천천히 그 쉬어 없어지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플라타느!'

 나는 확실히 알아들을 수 있었다. 아까 들었던 것은 환청이 아니었다. 이수재는 나를 부르고 있었다.

 '아직 정신이 남아있는건가!'

 나는 계속하여 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그것은 전혀 알아들을 수 없었다. 그것은 매우 천천히, 인간의 소리라고는 할 수 없는 목소리로 내게 쥐어짜듯이 이야기했다. 나는 집중하여 그 소리에 귀기울였다. 그리고 그가 하려는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메모리카드는 챙겼어?'

 나는 그 어떤,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의 물음에 나는 그저, 가만히 죽어가는 그의 숨소리를 바라볼 뿐이었다. 나는 조용히 가방을 열어 아까 주웠던 작은 상자를 그에게 보여주었다. 상자를 열어보니, 그 안에는 몇개의 메모리카드가 가지런히 꽃혀있었다.

 '다행이야'

 그 순간, 그의 얼굴로 보이는 것이 미소지었다. 그 산산히 조각난 몸뚱아리 사이로 나는 확실히 볼 수 있었다. 그는 미소짓고 있었다. 갑자기 찢겨진 버섯 덩어리 사이로 무언가가 움직였다. 그것은 천천히 움직이더니, 손가락 같은것이 버섯의 잔해 너머에 있는 저택을 가리켰다.

 '태워줘'

 어느새 나의 뒤에는 목호가 와있었다. 그의 뒤에는 저택에 견줄만한 거대한 리자몽이 우뚝 서있었다. 나는 이수재의 마지막 웃는 모습을 바라봤다.

 

 타오르는 저택을 뒤로한 채, 나는 목호와 함께 하늘을 향해 날았다. 거대한 프테라는 강렬한 날개짓과 함께 맹렬히 날아올랐다.

 "서둘러 갑시다. 프테라는 상당히 날쌔지만, 비가 오는 날씨는 싫어해서요."

 프테라의 우렁찬 목소리와 함께 우리는 빨려가듯 블루시티로 향했다. 나의 뒤로 무너져가는 이수재의 저택이 보였다. 강렬한 화염에 저택은 순식간에 한줌의 재가 되어가고 있었다. 바람을 가르는 속도와 함께 저택은 어둠 너머 눈에 보이지도 않을 만큼 멀어져갔다. 그저 작열하는 불빛만이 나의 눈에 저택의 위치를 알려주고 있었다. 

 "오랜만에 만나는군요."

 그의 목소리에 앞을 바라보니, 저 멀리 거대한 망나뇽의 모습이 점점 눈에 들어왔다. 그것의 아래로 사방의 건물들이 완전히 반파되어 무너져있었다. 망나뇽은 또다시 거대한 굉음을 사방에 울부짖었다.

 찰나의 순간, 목호는 하늘을 향해 두개의 몬스터볼을 던졌다. 그럼과 동시에 프테라는 지상을 향해 매우 빠른 속도로 급강하하였다. 눈을 뜰 수도 없는 바람이 사방에 몰아쳤다. 내가 바람에 흩날린 머리카락을 쓸어넘겼을때, 이미 프테라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지상에 도착해있었다. 눈 앞으로 부상당한 사람들과, 그 사이로 초련의 모습이 보였다. 그녀는 입에서 피를 흘리며 쓰러져있었다.

 "초련!"

 내가 달려가기도 전에, 몇명의 사람들이 그녀에게 다가가 그녀를 들것에 실었다.

 "망나뇽의 돌진을 막아서다가 이렇게 되었습니다. 그 수많은 광선은 손쉽게 막아내었지만, 돌진을 막아낸 뒤에 피를 토하더군요."

 나는 뒤를 돌아 목호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나와 함께 내려온 프테라 주변에 목호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 순간, 하늘에서 망나뇽에 견줄만한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보고싶었다 망나뇽!"

 소리를 따라 하늘을 바라보자, 어느새 하늘에는 거대한 두개의 검은 그림자가 추가로 자리잡고 있었다. 그것은 두마리의 거대한 망나뇽이었다. 그 거대한 덩치 너머로 목호의 펄럭이는 망토가 보였다. 그는 망나뇽의 어깨에 우뚝 서서 버섯에 감염된 폭군을 바라보고 있었다.

 "오랜만이구나!"

 그의 하늘을 뒤덮는 목소리에 초점이 풀린 눈동자가 서서히 그를 향하였다. 하늘 위에 세 마리의 망나뇽이 그렇게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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