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간의 기원. 사실 그것은 분명치 않다.
신오지방의 한 구전에서는 일찍이 포켓몬과 쎅스를 한 사람의 전설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지만
그것이 단순한 가디언임신시키고싶다이즘(가임싶즘) 의 발상적인 행동이었는지
순애의 대상으로서의 강간성립이었는지."

야도란의 점잖은 말씨에는 연민이나 슬픔따위가 아닌, 그저 무미건조함만이 담겨 있었다. 나목령이 나직이 받아쳤다.

"가디안이 꼴려서였겠죠."
"음, 확실히...?"

야도란이 창 밖을 바라보았다. 블라인드로 가려진 창 밖에는 잿빛 먹구름이 하늘을 메우고, 빗방울은 당장이라도 떨어지지 못하여 안달이었다. 야도란은 의자에 앉았다.

"정말 그게 사실인가?"
"윗선의 명령입니다. 포개르시에 거주하는 푸키먼 중에 포간러가 없게 하라더군요."

야도란이 붉은 칠이 된 양철통에 담겨있는 담배소를 종이에 말았다. 나목령이 라이터를 가져다댔다.

"드디어 시작인건가."
"룰삼사, 갤부루, 심지어 픽시브까지 통제하라더군요."
"물어본 적 없네."

야도란이 신경질내듯 다그쳤다. 그리곤 담배를 입에 가져가 길게 들이쉬었다.

"올 게 왔구만 그래."
"..."
"수배령 발령해라. 오늘은 제1거주구부터 시작해서 물고기 잡듯 싹 쓸어."

나목령은 고뇌했다. 이빨이 입술을 파고들어갔다. 고개를 푹 숙였다. 침묵했다.
나목령은 포간을 싫게 여기지 않았다. 성적 만족만을 위해서 가디안의 허리 한둘쯤 부숴먹는 건 예사로 여겼다.
나목령은 휘석을 만지작댔다.

"충성."

그것이 그의 고뇌의 끝이었다. 방아쇠. 손 끝의 작은 움직임으로 총알이 날아가고, 포켓몬을 죽인다. 그에게는 상관에 대한 복종심이 앞섰다. 그는 딜레마를 떨쳐냈음에도 떨었다.


"포간으로 사람을 가려내는 것은 간단하다.
이족보행은 치한, 사족보행은 변태, 그 이상은 또라이.
마지막으로 포간을 보는 것 자체가 미친 변태새끼."
-고대 포그리스 철학자 아르코메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