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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의 전도사(220.125) 2013.11.06 09:55:45
조회 151 추천 1 댓글 3

선반은 하얀색이다. 아무것도 없는 무無의 색. 우유캔디로 만들어진 북극곰은 그 바닥을 바라보며 회의감을 느꼈다. 그는 찬찬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선반이 가리는 사각으로 이루어지는 프레임. 그 너머로 추위에 쫒겨 달아나는 철새때 마냥 집에서의 크리스마스를 준비하려하는 이들이 정신없이 돌아다녔다. 정작 크리스마스 상품인 자신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고 무심히 사라져가는 것을 묵묵히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북극곰은 고개를 내려 자신의 몸을 내려다 보았다. 다리가 없는 그 몸 또한 하얗다. 아무것도 없는 몸에는 비닐 위로 새겨진 가짜 얼굴만이 그의 정체성이며, 그 외에 무언갈 얻으려 해도 옴짝달삭 할 수 없는 것이었다. 무력감. 무료감. 그늘 아래에서 북극곰은 유통기한이 지나 폐기될 날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호! 호! 호!"
갑작스럽게 옆에서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북극곰은 호기심이 들었다. 그러나 기대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는 이미 너무 많은 실망만을 겪어왔기에 기대는 고통을 여는 문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이 선반에 있어서는 안되는 산타 초콜릿. 아마 어설픈 점원이 잠깐 올려놓고 깜빡한 거겠지. 북극곰은 무심한 눈으로 산타를 의심의 눈초리로 훑어보았다.
"아저씬 여기서 뭐하시는 건가요?"
북극곰은 퉁명스럽게 물었다.
"나는 산타 할아버지란다! 일년에 한번 착한 아이들에게 선물을 나눠주는 일을 한단다!"
그렇군요. 나도 알아요. 북극곰은 속으로 신경질 적으로 말을 던졌다. 속으로만.


북극곰은 건조해지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다시 고개를 원래 자리로 옮겼다. 건조해지면 부서진다. 그럼 상품가치가 떨어진다. 북극곰은 계속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복도를 멍하니 지켜보고만 있었다. 그리고 산타 할아버지는 옆에서 지긋히 지켜보고 있었다. 시간은 째깍 째깍 흘러갔다. 크리스마스 이브. 연인이 서로에게, 부모가 아이에게 선물하려고 하나둘 그의 주변에서 물품들은 떠나갔지만, 맛도 느끼하고 예쁘지도 않은 북극곰은 그저 맨 앞자리에 남겨져 쓸쓸히 지나가는 사람 뒷모습을 바라보기만 했다. 결국 그가 팔리기 전에 마트는 문을 닫았다. 북극곰은 마지막 희망을 놓아버리고 싶었다.


"할아버지."
북극곰은 할아버지를 불렀다. 그는 지금 말상대가 필요했다.
"왜 그러니?"
상냥한 목소리로 대답해 주셨다. 북극곰은 이제껏 무시하고 있었던 것이 왠지 미안해졌다. 그래서 상처가 될지도 모른다고 알면서도 일부러 물으려고 하던 것이 목에서 매여버렸다. 북극곰은 망설였다. 하지만 묻지 않으면 안된다. 북극곰은 이제 내일이면 유통기한이 지나 폐기될 것이다.
"할아버지는 선물을 나눠준다고 했죠? 하지만 할아버진 그냥 초콜릿이잖아요? 정말 선물을 준적이 있긴 있는 건가요? 우린 누군가를 기쁘게 해줄 수 없는 걸까요?"
할아버지는 말을 멈췄다. 북극곰은 후회했다. 이제 말을 안걸어 주면 어떡하지?


"하지만 오늘 난 선물을 할거란다."
할아버지는 미소를 잃지 않고 말을 이었다. 북극곰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젠 팔리기는 커녕 버려지게 생겼는데 어떻게 그렇게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건지 궁금했다.
"할아버지. 도데체 무슨 수로 선물을 주려고 하는건가요? 할아버진 결국 안팔렸고 결국 할아버진 아이를 만나지 못할거에요."
북극곰은 산타 할아버지에게 절망을 토로했다. 그건 할아버지에게 한 말이기도 하지만, 자기자신에게 한 말이기도 했다. 그의 삶은 선반위의 먼지와 다를게 없었다.


"네 말대로야. 사람의 아이는 절대로 못 만나겠지. 그 아이들도 착하지만 선물을 줄 산타는 이미 많이 있으니까 걱정없어."
할아버지는 한번에 말을 너무 했더니 힘드신듯 했다. 그리고 천천히 말을 이었다.
"오늘 난 너에게 선물을 줄거란다."
북극곰은 놀랐다. 사람의 아이도 아니고 착한 일을 한 것 같지도 않았다. 선물을 받아봤자 내일이면 사라질 터라 기쁘지도 않았다. 시계를 바라보았다. 새벽 2시. 지금 받는 다고 해도 새벽 6시에 직원이 와서 북극곰을 치워버리면 북극곰은 그 선물을 4시간 밖에 가질 수 없다. 그래도 궁금하긴 했다.


"무슨 선물을 주실 건데요?"
북극곰은 물으면서도 관심 없는 척 뚱하게 시선을 돌렸다. 마트는 완전히 닫혀있을 터였는데도 바람이 불었다. 바람이 코끝을 간질였다. 비록 가짜였지만 찡하고 서늘하고 서러운 기분이 몸을 코끝에서 부터 관통해왔다. 구멍이 뚫린 것 처럼 서서히 그의 마음도 비어져 갔다. 그런데 옆에서 기척이 느껴졌다. 북극곰은 놀라 뒤를 돌아봤는데 산타 할아버지가 북극곰의 바로 뒤까지 와있었던 것이다.
"내 선물은..."
할아버지가 서서히 자루를 열어젖혔다. 거기엔 알록달록하고 예쁜 상자들이 있었다. 그 안에는 무엇이 들어있는 걸까? 북극곰은 궁금해서 유심히 살폈다. 그런데 딱 하나 이상하게 붕 뜬 상자가 있었다.


북극곰이 바라보자 산타 할아버지는 서서히 그 상자에 손을 가져갔다.
"알아보는구나. 이건 이제 네 것이란다. 받으렴. Dick★ in a Box란다."
할아버지가 뚜껑을 열어젖히자 안에선 크고 아름다운 초콜릿 막대기가 나타났다. 북극곰은 산타 할아버지가 뭘 하려는 것인지 깨달았다.
"아.. 안돼요."
북극곰은 거부하려 했다.
"왜 안되는 걸까?"
산타 할아버지는 목소리를 낮춰서 북극곰의 엉덩이를 쓰다듬으며 물어왔다. 북극곰은 엉덩이의 감촉을 느끼며 녹아내릴 것 같았다. 캔디인데도 물처럼 녹아내려버릴 것 같았다.


"검은 막대기를 비볐다가는 몸에 온통 뭍어서... 팔릴 수 없게 되버려요"
아아 북극곰은 그 말을 자신이 하고서도 놀랐다. 북극곰은 아직도 그 꿈을 버리지 못한것이었다. 북극곰은 그것을 깨달아 버리고 말았다. 누가 날 여기서 꺼내줘. 여기서 이렇게 끝나고 싶진 않아. 북극곰은 마음 속으로 절규했다.
"어짜피 못 팔릴 거라고 한건 네가 아니었니? 가기전에 같이 행복해 질 수 있다면 그걸로 좋은게 아닐까?"
산타 할아버지의 말투는 갑자기 조금 심술궂어졌다. 이러나 저러나 북극곰은 도망갈 수 없었다. 그는 다리조차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은 사탕덩어리일 뿐이었다.


"... 이런 데서 했다가는... 죽어서 천국에 갈 수 없어요."
북극곰은 벌써부터 죽고 나서를 걱정하고 있었다.
"쉿, 상관없어."
산타 할아버지는 무척 답지않은 말을 서슴없이 속삭였다. 그러는 와중에도 엉덩이를 쓰다듬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북극곰은 산타할아버지의 끈적한 초콜릿이 엉덩이에 원을 그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마치 엉덩이에서 원뿔이 자라나는 듯했다. 민감한 가상의 뿔. 공기마저 느끼며 부르르 떨어버릴 것 같은 그런 뿔. 그리곤 산타 할아버지는 최종선언을 했다.
"지금부터 천국을 보여줄테니깐" 


- fi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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