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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생크염전.txt

ㅇㅇ(118.34) 2018.07.18 22:40:35
조회 83 추천 1 댓글 0

내가 앤디를 처음 본 것은 1982년이었다


줄지어 들어오는 신참들 사이에서도 유독 컸던 앤디는 더욱 돋보였다


난 그와 같은 방을 배정받았다. 나의 룸메이트가 된 것이다. 서먹서먹했다.


어색해 하던 앤디가 내게 어느날 이름을 물었다.


"이름이 뭐에요"


"글쎄 이름은 따로 있지만 다들 여기서는 날 '레드'라고 부르지"


"왜죠"


"글쎄. 아마 내가 흑산도에서 잡혀와서 그럴꺼야"


나는 앤디와 점점 친해졌고 앤디는 그런 나와 동료들과 대화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염전 숙소 위의 지붕보수 작업을 위한 작업원을 뽑는 날이었는데


나와 앤디를 비롯 안면이 있는 사람들끼리 지붕보수 작업에 뽑히게 되었다.


지붕보수를 하던 중 간수들의 대화가 들려왔다.


"그란디 말여..참말..나가...사촌이..죽었는디...참, 보씨요. 보험금이라든지 뭐 남는 유산이라든지 이런것이 나오므는 말이여, 참 이해가 안되는 것이


워째 나라가 다 뗘 가는겨? 말이 돼야? 암튼 사촌이 죽고 유일한 혈육이 나뿐인기라 그랴서 나가 받게 됐는디 하따 참 복잡꺼시기허네잉"


그때 갑자기 앤디가 간수에게로 다가가기 시작했다


"앤디! 뭐해! 너 미쳤어!"


그리고 앤디가 간수에게 이렇게 말했다.


"김득칠씨 부인을 믿으십니까"


간수의 눈빛이 싸늘하게 빛났다


"뭐여 미친새끼가"


"부인을 믿으시냐구요"


"한번만 더 나불대면 너는 그 자리에서 죽소"


"부인을 믿으시나요"


"됐어 이 미친새끼 사고 처리 해 부러"


그리고 간수가 앤디의 멱살을 잡고 끌고 가 떨어뜨리려는 순간 앤디가 다급하게 외쳤다


"왜냐면 부인을 믿으시면 보험금과 유산을 세금 한푼도 안띠고 받으실 수 있거든요!"


간수가 멈췄다.


"뭐여?"


이러저러 설명이 끝나고 간수가 앤디를 놔 주었다. 앤디는 그 대신 우리에게 무등산 수박주스를 한접시씩만 달라고 했다.


지붕보수작업이 끝나고 따사로운 햇빛을 받으면서 마시는 무등산수박주스에 우리는 '자유'를 느꼈다.


한명이 다가가 앤디에게 수박주스를 주었지만 그는 받지 않았고 오묘한 눈빛으로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무등산수박주스가 아니라 그냥 슈퍼에서 산 수박바를 녹인 물이었고 앤디는 아마 그것을 눈치 챈 듯했다.


난 이곳이 전라도였다는 사실을 가끔 깜빡 할 때가 있었다.


앤디는 그 일 이후로 우리의 신임을 얻는 좋은 동료가 되었다.


얼마 안 있어 염전주인이 앤디를 불러들였다. 앤디가 염전에서 몸 쓰는 것 보다는 다른 것이 어울리리라 생각해서엿던듯 했다.


그러나 아니었다. 노동은 노동대로 하고 남는 시간에 추가적인 일을 하는 것이 되었다. 또 한번 나는 이 곳이 전라도라는 것을 잊고 있었다.


주인의 세금계산서와 장부들을 정리하는 일을 맡게 된 앤디는 피곤에 많이 지쳐있었다.


그리고 염전주인들의 모임이 열리는 날이면 이웃 염전 주인들도 앤디에게 와서 소득공제를 받았고


그때는 항상 바빠서 앤디 혼자로는 일손이 모자라 조수들을 두기도 하였는데, 난 맨날 자거나 아픈척해서 빠졌다. 그것까지 하고 싶진 않았다.


몇일이 지나 나의 로동장려휴가날이 결정되는 날이왔다. 우리끼리는 이것을 '가석방 심사' 라고 불렀다.


"얼른 앉어야"


"예 예"


나는 쭈뼛쭈뼛 앉았다. 염전주인 가족들이 심사위원이었다. 염전 주인, 부인, 그리고 그 둘의 아들. 아들은 상속자였다.


"이름이 뭐 모르겄고 암튼 너는 노예고 또 레드라고 불린담서"


"예.."


"아니 일한지 몇년이 되었는디 아직도 사투리를 써 표준어 못 쓰는가 이거 뭐 밖에 나가서 회나 한접시 시켜먹을 수 있겄어"


"아니여라 저 표준어 잘 써라 걱정하지 마씨요잉"


"그려 본인이 생각허기에는 저 본인이 상당히 세뇌가 잘 되었다고 생각허는가?"


"야..지가 생각허기엔 지는 세뇌가 잘 되었구만이라.."


"긍게 나가서도 뭐 구조요청 안하고 도망 갈 생각 안하고 자신이 있단 말이제"


"그라지요"


"응..그려...저 뭐여 본인이 잡혀온 곳이 어디였제"


"흑산도인디요"


"뭐여 너 전라도 흑산도에서 잡혀서 전라도로 온거여?"


"야. 흑산도 관광왔는디 잡혀부렀지라"


"그려 그럼 전라도 출신이구만 전라도 출신은 믿을만혀"


그리고 주인은 부적합도장을 찍었다. 개씨발놈이.


노예들의 방을 점검하는 날이었다. 혹시나 불순한 물건이나 연락용 물건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검사하는 날이었다.


주인이 들어와 앤디의 물건을 모두 꺼내었다. 의심할만한 물건은 없었고 주인의 눈이 문득 미치는 물건이 하나 있었다. 한권의 책이었다.


그것은 바로 '김대중 죽이기'. 제목이 아이러니 했지만 그가 전라도 사람이라는 것을 생각하니 이해가 되었다.


"맘에 드는구마잉 이 책을 좋아하는겨 나도 솔찬히 좋아해부러야"


"예"


"꾸준히 읽어야. 이 책 속에 구원이 있으니까잉."


아무튼 앤디는 꾸준히 경찰서와 도청 구청 군청에 몰래몰래 편지를 보냈다. 구출해달라는 편지였다. 그러나 번번히 답장은 없었다.


그러던 어느날


"앤디!"


"예 주인님"


"도청에서 편지가 왔더군. 그리고 이것들도. 다 자네 앞으로 온거야."


꾸준히 보낸 성과가 있었던 탓인지 답장이 온 듯했다. 편지에는 동봉 된 소포를 주인 앞에서 뜯으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도청에서 날아온 소포를 주인 앞에서 뜯으니 그 동안 앤디가 보낸 편지들이 모두 들어있었다.


하나하나 내용을 읽어 본 주인은 그 자리에서 앤디를 홍어 말리듯이 두드려 패고 코를 팍팍 찌르는 독방에 일주일간 가둬놓았다.


독방에서 나온 후 앤디가 나에게 다가와 이렇게 말했다.


"레드..당신은....여기서 나가면..뭘..할꺼죠.."


"글쎄 잘 모르겠어 여기 온지 하도 오래돼서..앤디 너가 몇년 있었지"


"내년이면 딱 20년. 딱 20년 되는 날이에요"


"난 한 30년 있었나보군. 근데 왜"


"난 여기서 나가면...여기서 나가면요....지와타네오 라는 곳에 갈 꺼에요.."


"지와타네오?"


"네..지와타네오....따뜻하고..물이 많은..곳이죠.."


나는 그가 지중해 어딘가의 섬을 얘기하는 것으로 알아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그 날도 여지없이 아침점호를 시작하는데 난 먼저 나와서 담배를 피며 기다리는데 앤디가 한참 안나오는 것이었다


나는 당황해서 문을 두드리며 앤디보고 나오라고 하고 점호 조회에 줄을 맞춰 섰다.


앤디는 나오지 않았다.


염전주인의 아들이 성질을 내며 우리 방으로 갔다.


"아픈게 아니라면 나한테 대가리 터질 때 까지 쳐 맞을 줄 알어!"


그리고 들어간 그 방에, 앤디는 없었다.


앤디는 지질학과 물리학에 관심이 많았다. 홍어를 말리는 용도인 갈고리가 염전숙소 벽을 파기에 알맞다는 것을 알아낸 앤디는


그것으로 숙소의 개인사물함을 오랜 기간동안 파내서 한참을 기어나가 탈출한 것이다.


얘기를 듣고 달려온 주인은 와서 나를 다그쳣다. 난 솔직히 모르는 일이었다. 알고 있었다면 나도 탈출했겠지.


"젠장맞을 저주받을 놈이 온겨!" 하며 그는 김대중죽이기 라는 책을 집어던졌다. 주인이 평소 성경처럼 모시던 책이었다.


그리고 펼쳐진 그 책은 갈고리 모양으로 홈이 파여 있었고 그 속에서 종이 한장이 떨어졌다.


주인이 그것을 펼쳐들어 읽었다.


"당신 말이 맞았소. 구원은 이 책 속에 있었소."


비상사태가 벌어졌다. 주인 내외 가족은 난리가 났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 염전으로 경찰들이 들이닥쳤다.


주인은 염전사무실의 문을 걸어잠그고 어서 열으라는 경찰의 닥달과 성화에 못이겼으나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고 싶진 않았던듯했다.


그는 기도에 홍어가 막혀 질식사 한 채로 발견 되었다. 염전 주인의 아들은 경찰차에 끌려가면서 계집애 처럼 울었다고 했다.


근데 나중에 알고보니 진짜 계집애였다고 했다. 우리 모두를 감쪽같이 통수 친 것이었다. 사스가 전라도 라는 말이 저절로 나왔다.


읍내에 나와서 나는 이리저리 떠 돌았다. 무엇을 할까 생각했다. 앤디를 만나고 싶었다. 앤디를 만나려면 '지와타네오'로 가야만했다.


하지만..이런 추잡한 꼴로 갈 수는 없겠지...나는 일단 가까운 찜질방이라도 들어가기로 했다.


헌데 우연인지 필연인지 찜질방의 이름은 '지와타네오' 였다.


무언가에 홀리듯 나는 발을 질질 끌며 들어갔고 그 곳 카운터에서 웃는 얼굴로 나를 맞이한 것은 틀림없는 앤디였다.


"앤디..? 앤디..!"


"이젠 앤디가 아니에요 레드씨. 우춘 이라구요."


"이럴수가...아니 그런데 자네 섬에 가겠다고 하지 않았나 왜 여깄나"


"섬? 섬이라니 무슨 소리세요"


"따뜻하고 물이 많은 곳에 간다면서"


"그게 찜질방이잖아요"


나는 앤디 , 아니 우춘과 함께 마주보며 크게 웃었다. 진정한 자유를 30여년 만에 맞이하게 된 기쁨의 웃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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