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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단편소설 2편 썼다.

사업의신(58.236) 2024.10.30 00:13:58
조회 55 추천 3 댓글 0

큰 거리를 세 구비나 돌게되자 한 채의 커다란 저택이 웅장하게 자리잡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대문의 좌우에는 커다란 등롱이 걸려있었고 십여 명의 무사들이 대문 안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꼽추는 그 사람들 틈에 끼어 대문 안으로 들어섰다.


대청 안에 들어서니 이백여 명이나 되는 하객들이 가득들어 앉아 차를 마시기도 하고 국수를 먹기도 하며 이야기를 나우고 있었다.

화시안파의 제자들과 하웅시안파의 제자들은 각기 하나의 탁자를 차지하고 가까운 곳에 앉아 있었다. 지엥일사태는 많은 사람의 이목이 있었기 때문에 계속하여 링샨의 손을 잡고 있을 수가 없었다.


링샨은 풀려나게 되자 너우딕약 곁으로 달려와 얼른 자세를 바로 하고 의젖하게 앉았다.

지엥일사태와 하수안취에게 싱디니엔이 와서 말했다.


"두 분께서는 후원에 있는 귀빈관으로 가시죠. 강호의 종사들은 거기에 모여 있답니다."


"음, 그렇게 하지."


지엥일사태는 하수안취와 함께 대청에 나 있는 또 하나의 문을 열고 안으로 사라졌다.

이때였다. 대문이 있는 쪽에서 왁자지껄한 소리가 들리며 몇 명의 청의를 걸친 사람들이 두 사람이 실린 문짝을 들고 걸어 들어왔다. 문짝 위에 눕혀진 사람들은 온몸을 하얀 베로 칭칭 감고 있었는데 백포의 곳곳에는 점점이 붉은 선혈이 물들어 있다. 대청에 있던 군웅들은 다투어 다가갔다. 누군가 크게 소리쳤다.


"타이샨파의 제자다!"

"타이샨파의 티엔쉉도인이 큰 중상을 입었군! 또 한 사람은 누구지?"

"타이샨파의 장문인 티엔먼진인의 제자다!"

"그는 이미 죽었다! 저것 보라고! 칼이 가슴을 뚫고 등 뒤로 빠져나왔잖아? 그러니 죽지 않고 베기겠어?"


시끌벅적한 가운데 중상을 입은 사람과 한 구의 시체는 대청의 한 쪽에 나 있는 문을 열고 떠매어져 갔다. 바로 귀빈실로 간 것이다. 대청 안에 있던 사람들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수군거렸다.


"오악검파의 제자를 누가 감히 죽였을까?"

"티엔쉉도인에게 중상을 입힌 것으로 볼 때 무공이 대단한 고수인가봐."

"무공이 높으면 용기도 자연히 커지는 법이 아니겠어? 그러니 이상할 건 없어."


이 때 싱디니엔이 총총히 달려와 너우딕약에게 말했다.


"둘째 사형, 저희 사부님께서 귀빈실로 들어오라고 하십니다."


"무슨 일이지? 알겠소. 갑시다."


너우딕약은 몸을 일으켜 싱디니엔의 뒤를 따라 기다란 낭하를 지나 또 하나의 화려한 대청에 이르게 됐다.

너우딕약이 바라보니 귀빈실의 북쪽으로는 다섯개의 태사의가 가지런히 놓여져 있었는데 체구가 우람하고 얼굴이 붉으레한 화색이 감도는 한 도인이 앉아있고 나머지 네 개의 태사의는 비어 있었다.

너우딕약은 그 다섯 개의 태사의가 바로 오악검파의 다섯 장문인이 앉을 자리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지금 태사의에 앉아 있는 우람한 도인은 바로 타이샨파의 장문인인 티엔먼진인이었다. 아직 승샨, 하웅시안, 화시안, 힝샨의 네 명 장문인은 도착하지 않고 있었다.


태사의 앞으로는 십구 인의 무림 선배들이 각기 의자에 앉아 있었는데 하웅시안파의 지엥일사태, 칭승파의 장문인 리치앙하이, 하수안취도 그 사람들 가운데 끼어 있었다.


동쪽의 주인석에는 지금 몸에 짙은 자색의 명주로 짠 장포를 걸친 땅딸한 중년인이 앉아 있었다. 바로 류징풩이다.


방 안에 들어선 너우딕약은 먼저 류징풩에게 인사를 올리고 다시 티엔먼진인에게 절을 했다.


"화시안파의 제자 너우딕약이 삼가 티엔먼 사백님께 인사드립니다."


티엔먼진인은 분노에 몸을 떨며 이를 악물고 있는 도중이었다. 그는 너우딕약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힘주어 발을 구른 후 노갈을 터뜨렸다.


"링하오쳉은 어디 있느냐?"


그 음성은 마치 천둥소리처럼 울려퍼졌다.

밖에 있는 화시안파 제자들까지도 그 음성을 들을 수 있을 정도로 큰 음성이었다. 링샨은 초조한 표정으로 말했다.


"큰일났어요! 대사형께서 또 무슨 일을 저지르셨나봐요!"


세째인 이엥봐가 링샨의 등을 토닥거리며 위로의 말을 건넸다.


"사매, 진정해. 대사형은 결코 못된 짓을 저지르지 않았을거야."


꼽추는 구석진 자리에서 차를 마시고 있다가 혼자 나직이 중얼거렸다.


"그들은 또 링하오쳉을 거론하고 있군! 그 링하오쳉이라는 늙은이는 정말 사고뭉치인 모양이다!"


너우딕약은 얼른 티엔먼진인에게 깊이 허리를 구부리며 말했다.


"링하오 대사형은 우리와 만나기로 했는데, 아직 도착하지 않았습니다. 아마 내일쯤이면 이곳에 도착하여 사백께 인사를 드릴 것입니다. "


티엔먼진인은 다시 발을 힘차게 구르며 노갈을 터뜨렸다.


"그놈이 감히 이곳에 얼굴을 내밀어? 그놈은 화시안파의 대사형으로서 감히 강간과 강도질을 자행하면서 색마 지엔바이구앙과 어울렸단 말이다! 오악검파의 망신은 그 놈이 혼자 다 시키고 다닌단 말이다!"


너우딕약은 말했다.


"대사형은 평소 지엔바이구앙과 교류가 없었습니다. 아마 상대방이 지엔바이구앙인지 모르고 술자리를 함께 한 모양입니다. 정말 우연히 술을 마셨던거죠."


티엔먼진인은 벌떡 몸을 일으켰다. 그는 너우딕약을 향해 삿대질을 하며 버럭 소리를 질렀다.


"터무니 없는 소리 하지마라! 티엔쉉 사제, 자네가 어떻게 중상을 입게 됐는지 너우딕약에게 말해주게."


두 개의 문짝은 한 켠에 놓여져 있었다. 한 개의 문짝 위에는 한 구의 시체가 놓여 있었고 다른 한 개의 문짝 위에는 기다란 수염을 기른 노인이 앉아 있었다. 그의 얼굴과 온몸은 피로 덮여 있다. 그는 나직이 말했다.


"오늘 아침... 나와 저 사질은......"


그는 손을 들어 문짝 위에 쓰러져있는 시체를 가리킨 후 가쁜 숨을 몰아쉬며 말을 계속했다.


"힝안의 히안뤄에서 링하오쳉을 만났...습니다. 그는 지엔바이구앙과 젊은 여승과 함께 앉아 있었는데..."

그는 몹시 말하기가 힘이드는지 숨을 헐떡이며 말을 잇지 못했다. 류징풩은 그 모습을 보고 입을 열었다.


"티엔쉉 도우, 좀 쉬시구려. 내가 조금 전 도우가 한 말을 그에게 들려주겠소."


류징풩은 너우딕약에게 고개를 돌리고 엄숙한 어조로 말했다.


"자네가 나를 위해 이곳까지 찾아온데 대해서 나는 무척 고맙게 여기고 있네. 그러나 링하오 사질이 어떻게 지엔바이구앙과 같은 색마와 사귀게 됐는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생각하네. 진정 링하오 사질이 잘못을 저질렀다면 우리 오악검파는 한 집안사람과 다름없으니만큼 그를 잘 타일러야지."


티엔먼진인이 버럭 고함을 질렀다.


"타이르긴 뭘 타일러? 문호를 정리하고 마땅히 그의 목을 잘라야 돼!"


류징풩은 말했다.


"화시안파의 장문인 아 사형은 제자를 엄히 다스리기로 소문난 분이니 링하오쳉을 알아서 처단할 것입니다. 제 생각에도 이번 일은 링하오쳉이 지나쳤다고 사료됩니다."


티엔먼진인은 차갑게 말했다.


"지나칠 뿐 아니라 죽을 죄를 지었다고 하는게 옳다."


너우딕약은 말했다.


"류 사숙, 진상을 듣고 싶으니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류징풩은 말했다.


"조금전 티엔쉉 도우는 이렇게 말했네. 그가 두 명의 사질을 이끌고 히안뤄에 올라갔을 때 링하오쳉, 지엔바이구앙, 이링 세 사람이 함께 술을 마시는 걸 보았다네. 티엔쉉 도우는 이 광경을 목격하자 속으로 화가 났다네. 원래 테인쉉 도우는 그들을 몰라봤으나 옷차림을 보고 한 사람은 화시안파의 제자이고, 또 한사람은 하웅시안파의 여승인지 알 수가 있었다네. 그렇지만 화려한 옷차림을 한 삼십 세 가량의 남자가 지엔바이구앙이라는 사실은 알지 못했네. 링하오 사질이 그를 부르는 말을 듣고 비로소 알아차렸다는거야. 링하오 사질은 이렇게 말했네. '지엔 형, 그대의 경신법이 천하에서 으뜸간다고는하나 재수 옴 붙으면 경신법이 아무리 탁월해도 화를 피하진 못할거요.' 지엔씨 성을 가지고 경신법이 천하에서 으뜸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독비행 지엔바이구앙임을 알 수가 있지 않겠는가? 티엔쉉 도우는 악을 원수처럼 미워하는 협사로서 그들의 술 마시는 꼴을 보자 치미는 울화를 억제하지 못했다네."


너우딕약은 허리를 굽신하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누가봐도 울화가 치밀었을 겁니다. 색마와 여승, 그리고 도사 세 사람이 어울려 술을 마시는 모습은 생각만해도 꼴불견일 것입니다."


류징풩은 말을 계속했다.


"이때 지엔바이구앙이 말했네. '아아-. 이 지엔바이구앙은 지금껏 강호를 종횡무진 해왔어. 오늘 이 어린 여승을 만난 이상 억지로라도 술을 먹여야겠단 말이지.' 이 말을 들은 티엔쉉 도우와 두 명의 사질은 크게 호통을 쳤다네. '네가 바로 그 죽어 마땅한 색마 지엔바이구앙이구나! 누구나 너를 보면 죽이려고 벼르고 있는데 이곳에서 감히 쓸데없는 소리를 지껄여! 살기가 싫다면 죽여 주지.' 그리고 무기를 뽑아들고 지엔바이구앙을 향해 공격했네. 그러다가 지엔바이구앙에게 죽임을 당하고 중상을 입게 됐던 거라네. 링하오쳉은 그 옆에 있으면서도 티엔쉉도우를 돕기는 고사하고 술만 마시고 있더라는게야. 이야말로 우리 오악검파의 결맹에 커다란 금을 그어놓은 일이지. 티엔먼진인께서 화를 내시는 것도 바로 이 점 때문이라네."


티엔먼진인은 싸늘히 코웃음쳤다.


"흥! 결맹은 무슨 결맹이야! 색마와 어울리는 화시안파는 결맹을 우습게 여긴게 아니고 뭐냔 말이다!"


이때 밖에서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사부님, 제자가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티엔먼진인은 그 음성이 귀에 익은것을 알고 잘라 말했다.


"들어와."


서른 가량의 영기발랄한 사내가 천천히 걸어들어오더니 류징풩에게 먼저 인사를 올린 후 티엔먼진인에게 말했다.


"사부님, 티엔바이 사숙이 본문의 제자를 이끌고 색마 링하오쳉과 지엔바이구앙을 잡으러 떠났습니다. 아직까지는 색마의 종적을 발견하지 못했찌만 머지않아 사로잡아 오겠다고 전갈이 왔습니다."


티엔먼진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그 색마들이 반항한다면 사로잡을 필요도 없이 죽여서 수급을 가져와도 상관없다고 전해라."


"예."


사내는 읍을 하고 다시 말했다.


"그리고 힝양싱 밖에서 한 구의 시체를 발견했는데 그 시체의 배에는 한 자루의 검이 박혀있다고 합니다. 그 칼은 바로...... 링하오쳉 그 색마의 칼이었다고 합니다."


티엔먼진인은 깜짝 놀라 물었다.


"뭐라고? 죽은 사람은 누구더냐? 또 우리 타이샨파의 제자이냐?"


"다행히 우리 파의 제자는 아닙니다. 그 시체는 바로 칭싱파의 나잉궈......"


이때 리치앙하이가 소스라쳐 놀라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뭐라고? 나잉궈 그 애가...... 시체는, 시체는 어디에 있지?"


그러자 문 밖에서 한 사람의 음성이 들려왔다.


"여기 있습니다."

"가지고 들어오너라."

"예."


다시 한 개의 문짝이 들려왔는데 거기에는 배에 검이 찔린 채 죽은 한 사람의 시신이 뉘여 있었다. 그 수법은 악독하고 잔인했다. 배에서부터 찔러 목으로 치밀어 올렸는데 자루만 남기고 검날은 시체의 뱃속에 파고들어 보이지 않는다.

리치앙하이는 사랑하는 제자의 처참한 죽음을 목격하자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링하오쳉... 링하오쳉... 너는 정말 악랄하구나!"


바로 이때였다.

문 밖에서 교태어린 여인의 고운 음성이 들려왔다.


"사부님, 제가 돌아왔어요."


지엥일사태의 표정에 기쁜 빛과 분노의 빛이 동시에 떠올랐다.

그녀는 다급한 어조로 부르짖었다.


"이링아, 빨리 들어오너라."


모든 사람의 시선은 일제히 문을 향해 돌려졌다. 밝은 대낮에 두 남자와 술을 같이 마신 대담한 여승이 도대체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했던 것이다.


문의 휘장이 걷혀지는 순간 사람들은 갑자기 방 안이 환히 밝아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어린 여승 하나가 사뿐사뿐 걸어서 들어오고 있었다. 청초하고 고운 용모였다. 아리따운 얼굴은 인간 세상에서 보기드물 정도였고, 빛이나서 사람들을 비추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그녀는 15세 정도의 나이로 보였지만 몸매는 갸냘프면서도 굴곡이 뚜렷해서 풍성하지도 여위지도 않아 매우 보기에 좋다. 넓은 승포로 몸이 감추어져 있었으나 뛰어난 몸매는 감추어지지 않고 있었다.


그녀는 지엥일사태의 앞으로 다가서서 다소곳하게 인사를 한 후 고운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사부님..."


한 마디를 채 뱉기도 전에 갑자기 그녀는 앙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지엥일사태는 굳어진 표정으로 말했다.


"너는... 너는 무슨 짓을 하고 다녔지? 어찌하여 돌아왔느냐?"


이링이 울음 섞인 음성으로 말했다.


"사부님... 저는 이번에... 이번에 하마터면 사부님을 뵙지 못할 뻔 했습니다."


한쌍의 해맑은 섬섬옥수를 내밀어 지엥일사태의 옷자락을 부여잡았다. 그 손은 투명할 정도로 희고 고왔다. 모든 사람은 속으로 생각했다.


(저처럼 아름다운 소녀가 어쩌다가 여승이 됐을까?)


리치앙하이는 멍하니 나잉궈의 배에 박힌 장검을 바라보고 있었다. 검자루에 달린 수실이 미풍에 흔들거리고 있고, 검자루에 가까운 칼날에는 '화시안 링하오쳉'이라는 다섯 글자가 깨알처럼 작게 새겨져 있다. 그는 갑자기 몸을 돌리더니 너우딕약의 허리에 매달린 장검을 바라봤다. 나잉궈의 배에 꽂힌 패검과 모양이 같다. 리치앙하이는 불쑥 손을 내밀어 너우딕약의 허리를 향해 뻗었다. 너우딕약은 깜짝 놀라 재빨리 태화소라는 일초를 써서 두 손을 내밀어 리치앙하이의 손을 밀어내려 했다. 리치앙하이는 차갑게 코웃음을 치며 손을 거두고 물러났다. 


'쉭'


푸른 빛이 장내에 어른 거렸다.

리치앙하이의 손에는 너우딕약의 장검이 들려져 있다. 어느 틈에 뽑았는지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번개 같은 솜씨였다.


너우딕약은 얼굴색이 창백하게 변해 더듬거렸다.


"왜... 왜 이러시오!"


리치앙하이는 대꾸를 하지 않고 검날을 바라봤다. 검날에는 '화시안 너우딕약'이 선명했다. 리치앙하이는 검을 내려뜨려 너우딕약의 아랫배를 찌를 듯 몇 번 내밀며 물었다.


"이렇게 검을 비스듬히 올려 찔러 상대를 죽이는 수법은 화시안파의 검법이겠지?"


너우딕약은 이마에서 땀방울을 흘리며 더듬더듬 말했다.


"우리 화시안파의 검법에는 그와 같은 수법은 없습니다."


리치앙하이는 생각했다.


(나잉궈를 죽인 이 일초는 장검을 아랫배에서 찔러 넣어 목구멍까지 꿰뚫는 잔인한 수법이다. 혹시 링하오쳉은 몸을 낮춘 자세에서 위를 향해 찌른 것이 아닌가? 그는 살인 후에 어째서 장검을 뽑지 않고 그냥 두었을까? 칭싱파에 공공연히 도전하겠다는 수작인가? )



이링의 음성이 장내에 낭랑히 울려퍼졌다.


"리 장문인, 링하오 오라버니의 그 수법은 화시안파의 검법이 아니었어요."


리치앙하이의 얼굴은 한 겹의 서리가 내린 듯 차가웠다. 그는 지엥일사태를 향해 입을 열었다.


"사태, 당신도 들었지요? 방금 당신의 나이 어린 제자는 링하오쳉 그 색마를 무어라고 호칭하던가요?"


지엥일사태는 발끈한 음성으로 쏘아부쳤다.


"나는 귀가 없는 줄 아시오?"


지엥일사태 역시 이링이 링하오쳉을 '오라버니'라고 부르는 소리를 듣고 화가 치밀어 오르던 참이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리치앙하이가 먼저 무례한 어조로 따지고들자 오히려 제자를 변하하고 나섰다.


"아이가 그를 그리켜 오빠라고 부르는게 당신과 무슨 상관이 있겠소? 오악검파는 의리로 결맹을 맺었으니까 모두 사형 또는 사매라고 불러도 괜찮은 것이오."


리치앙하이는 급히 말했다.


"좋소! 좋아!"


그리고 장검을 거둘어들이면서 왼손으로 너우딕약의 가슴을 강하게 떠밀었다. 너우딕약은 창졸간에 당한 일이라 맥없이 뒤로 자빠지고 말았다.

지엥일사태는 이링을 돌아보며 말했다.


"이링아, 네가 어떻게 하다가 그 짐승들에게 잡혔으며 무슨일이 있었는지 사부에게 상세히 이야기해주렴."


그러면서 이링의 손을 끌고 대청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사람들은 하나같이 끌려가는 이링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저와 같이 아리따운 소녀가 색마에게 사로잡혔으니 분명히 몸을 더렵혔을 것이다. 그런 사정을 사람들 앞에서 말할 수는 없는 일이지. 그래서 우리들이 들을까봐 나가는거야.)


갑자기 푸른 그림자가 번뜩이면서 리치앙하이가 지엥일사태의 앞을 가로막았다.


"이 일은 사람의 생명과 관련된 중대한 일이니 이링으로 하여금 많은 사람들 앞에서 진상을 밝히도록 해야하오."


지엥일사태의 성격은 열화와 같았다. 평소 사자인 지엥지엥이나 하웅시안파의 장문인 지엥한도 그녀에게는 양보하는 처지였다. 그녀가 어찌 리치앙하이로 하여금 앞길을 막아서서 비웃음을 던지도록 허용하겠는가? 즉시 그녀의 눈썹이 쫑긋 솟아올랐다. 이때 류징풩이 두 사람 사이로 들어서며 부드럽게 말했다.


"두 분은 모두 본인의 손님이 아니겠습니까? 아무쪼록 저의 얼굴을 봐서라도 서로 양보해 주셨으면 합니다. 이 모두가 불초의 불찰입니다. 죄송합니다."


그는 손을 모으고 정중하게 절을 했다. 지엥일사태는 호호 하고 웃은 다음 말했다.


"이 소코도사의 기를 꺾어 놓고 싶지만 류대협의 얼굴을 봐서 참도록 하죠."


리치앙하이는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 소코고 말코고 좋소. 이링한테 어서 진상을 말하게 하시오. 그러면 나는 길을 막으래도 막지 않을 것이외다."


리치앙하이는 뒤로 몇 걸음 물러섰다. 지엥일사태는 이링을 돌아보며 말했다.


"할 수 없다. 너는 많은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를 해라. 그날 우리에게서 떨어져 나간 후 너는 어떤 일을 겪었느냐?"


지엥일사태는 이링이 나이가 어리고 순진하여 쓸데없이 자질구레 한 일까지 이야기할 것 같아서 주의를 주었다.


"다만 요긴한 말만 골라서 해라. 상관이 없는 일을 들먹일 필요는 없다."


이링은 다소곳이 대답했다.


"네. 제자는 사부님의 가르침을 어기지 않았어요. 다만 지엔바이구앙... 그 나쁜 사람이...... 그는... 그는......"


지엥일사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네가 말하지 않아도 나는 잘 알고 있다. 나는 반드시 지엔바이구앙과 링하오쳉 두 악적을 죽여 너의 복수를 해주겠다."


이링은 혼백을 빨아당길 듯 맑고 깊은 눈동자를 들어 사부를 바라봤다. 점차 그녀의 얼굴에 의아한 빛이 떠올랐다.


"링하오 오라버니는...... 그분은... 그분은... 이미 죽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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