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공산 갓바위
[리뷰타임스=김우선 기자] 아들이 올해 고
3 수험생이다
. 이제
수능
50여일을 앞두고 있다
. 그러다 보니 집안의 관심은
온통 수능에 꽂혀 있다
. 살얼음판을 걷는 게 아마도 이런 느낌일 것이다
. 겉보기엔 당사자인 아들에게선 수능의 낌새조차 찾을 수 없다
. 가장
안달이 난 건 애 엄마다
. 생기부 컨설팅을 받은 것도 모자라 비싼 돈을 지불하고 어느 학교를 선택해야
할 지 족집게 컨설턴트 선생님에게 특훈을 받기도 했다
. 불교 신자는 아니지만 우리 동네 유일한 모 사찰에
시간 날 때마다 찾아가서 백팔배를 하기도 하고 돌아가신 어머니 모신 사찰에 가서도 지극정성으로 백팔배를 올렸다
.
이번 추석 연휴엔 경북 청도에 있는 처가쪽 큰아버님댁에 오랜만에 다녀왔다. 한
달 전부터 아내는 가는 길에 대구 팔공산에 들러 백팔배를 하고 가자고 누누이 강조했다. 전국에서 기도빨이
가장 좋다나 뭐라나. 암튼 귓등으로 흘러들었다가 귀성 전날 검색해보니 아내가 말한 것은 팔공산 갓바위였다.
갓바위 가는 길 알리는 표지판
추석 연휴가 시작되는 토요일 아침 5시에 출발해 경북 경산에 위치한
관음휴게소에 11시 30분쯤 도착했다. 갓바위로 오르는 여러 개의 코스 중 가장 최단 코스라고 해서 이곳을 선택했다.
관음휴게소는 제3 주차장까지 있어 차를 주차하기엔 무난했다. 무엇보다 이곳에서는 갓바위로 오르는 길 초입까지 셔틀버스가 다닌다.
관음휴게소
휴게소 앞의 셔틀버스
셔틀버스를 타려면 공양품을 구입해야 한다.
셔틀버스는 봉고차로 수시로 운영되는데 무료는 아니다. 휴게소에서 쌀이나
양초 같은 공양품을 구매하거나 카페에서 음료를 구입하면 승차권을 받아 탑승할 수 있다. 우리는 쌀 하나
양초 하나, 음료 2개를 구입하고 셔틀버스에 탑승했다. 셔틀버스는 만석이다. 사람이 모두 타야 출발하는 프로세스라서 사람이
없으면 운행하지 않는다. 혹여나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길에 셔틀버스를 기대했다간 낭패를 볼 수도 있다. 경산에서는 팔공산의 이름에서 따온 803 버스가 팔공산 입구까지
다닌다.
팔공산 선본사 일주문부터 시작된다.
등산로 입구의 표지판
셔틀버스를 타고 1분 정도를 올랐을까. 갓바위로 가는 이정표 앞에 내려준다. 이걸 타려고 돈을 썼나 하는
생각이 들지만 걸어오려면 언덕길로 15분은 걸어야 한다. 셔틀버스
내리는 곳에서부터 갓바위로 가는 길이 시작되는데 최단 코스인 대신에 경사가 매우 급하다. 절반 정도는
공사용 자재로 된 철제 계단을 올라야 한다. 약 30분 정도
소요된다.
오르막의 시작
등산로가 좀 가파른 편이다.
어르신들은 오르기 힘든 길이다.
철제 계단의 시작
지팡이 넣는 함
이런 계단을 십여분 올라야 한다.
추석을 며칠 앞두었지만 기온은 35도를 웃돌았다. 내려오는 길에 라디오 교통방송에서는 대구에 폭염경보가 내렸다는 기상캐스터의 다급한 목소리도 들렸다. 정말 등산을 자주 다녀봤지만 이렇게 많은 땀을 흘려본 건 처음이지 싶다. 온
몸이 땀으로 흠뻑 젖었다. 30여분 간의 고행 끝에 선본사 삼성각에 도착했다. 하지만 여기가 끝이 아니다. 조금 더 올라가야 갓바위가 나온다. 삼성각에서 숨을 좀 돌리고 다시 올라 갓바위에 도착했다.
선본사
선본사에서 10여분 더 올라가야 한다.
내려다본 풍경
오르는 길이 쉽지 않다.
팔공산 갓바위의 정확한 명칭은 팔공산 관봉 석조여래좌상(보물 431호의 명칭)이다. 팔공산
갓바위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신자들 사이에서는 약사여래불로 불린다. 정성껏 빌면 한 가지 소문은
들어준다는 입소문이 있는 불상이다. 또한 갓모양의 돌이 학사모와 비슷하다고 해서 수험생을 둔 부모들이
많이 찾는 곳이라고 한다. 신라시대 승려인 의현이 돌아가신 어머니를 위해 불상을 조각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정확하진 않다. 팔공산 봉우리에 있는 천연 암석을 깎아 만든 불상이고 팔각형 연꽃무늬 관을 불상의
머리에 얹었는데 훼손되어 현재의 갓처럼 보인다. 또 약사여래 부처의 신체는 신라시대에 만들어졌는데 갓은
후세인 고려시대에 올렸다고 알려지고 있다.
갓바위에 도착하니 약 30~40명은 될 듯한 사람들이 기도를 올리고
있다. 기도 올리는 사람들을 위해 갓바위 앞에는 그늘막이 쳐져 있다.
우리는 준비해 간 양초를 켜고 쌀을 봉양한 후 기도를 올렸다.
드디어 갓바위가 보인다.
양초에 불을 켰다.
갓바위의 모습
우리나라에는 유명한 기도 도량이 많다. 흔히 기도빨이 가장 잘 받는
곳들인데 풍수적으로 볼 때 기도처의 입지나 그곳 조형물의 형상에 의해 기복의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가장
유명한 4대 해수 관음 기도도량으로는 여수 향일암과 남해 보리암, 강화
보문사, 강원 낙산사가 꼽히는데 팔공산 갓바위 역시 영험한 기도 도량으로 손꼽힌다.
갓바위 앞에서 기도하는 사람들
갓바위는 소원을 들어줄까?
입시철뿐만 아니라 평상시에도 갓바위가 인산인해를 이루는 것은 산진처의 강한 지기가 항상 분출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갓바위는 팔공산의 청룡지맥이 좌선하여 멈춘 공간에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풍수학에서
청룡지맥은 양(陽)의 기운이 왕성한 것으로 남자·명예·관직을 상징하며, 백호자락은
음(陰)의 기운을 품고 있으므로 여성·부·재산을 상징하는 것으로 판단한다.
갓바위가 가지는 지기의 영향은 여성보다는 남성에게 더 영향을 미친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갓바위의 형상은 부처가 갓(관)을
쓰고 앉아 있는 모습을 띠고 있는데 불가에서 부처와 임금은 상징성을 같이할 만큼 뛰어난 인물로 비유될 수 있기 때문에, 갓바위가 가지고 있는 지기는 뭇 사람들을 통솔할 수 있는 능력(官)을 갖춘 인물이 탄생하는 것을 암시하는 형상으로 볼 수 있고 따라서 풍수적으로 갓바위에서 분출되는 지기를 해석한다면
관직(합격)을 이루고자 하는 사람에게 좋은 기발을 받을 수
있는 기도처라는 게 풍수 학자들의 판단이다. 물론 그 기도빨이 정말 통했는지는 두 달 뒤에 나타날 것이다. 그 기도빨을 기대해 본다.
<ansonny@review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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