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리단이 부활한들 두렵지 않아. 이젠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난 한동안 멍하니 앉아서 정신을 차릴수가 없었어.
입원...죽어간다고? 누가? 선희가?
이거 말이 안되잖아. 멀쩡하던 우리 선희가 갑자기 왜 죽어가냐고.
난 집에 곧바로 들러서 대충 세수하고... 바로 늘순이에게 전화를 걸었어.
"늘순아, 뭔가 오해가 있나본데..자세한 얘긴 나중에 하기로 하고... 일단 선희 병원 좀 알려줄래?"
늘순이가 울먹이면서 병원과 병실호수를 알려줬어.
중환자병동이래. 불길한 예감이 스쳤어. 늘순이는 무슨 병인지는 나한테 얘기하지 않았어.
난 곧바로 택시를 잡아 타고 종합병원에 갔어.
하도 경황이 없어서 어떻게 찾아갔는지도 기억도 없어. 입원동 입구에 도착하자 마자 한걸음에 병실로 뛰어 올라갔어.
마침 선희가 입원해있다는 병실 앞에서... 의사선생님과 선희 부모님 두분이 이야기를 막 끝마치고 있었어.
선희 어머니가 고개를 돌려 나를 알아보자마자... 울음을 터뜨렸어.
- 이사람아, 왜 이제서야 오나.. 엉엉...
선희 어머니가 내 옷을 붙잡고 눈물 뚝뚝 흘렸어. 난 얼떨떨했어.
"그래도 우리 선희 말이 맞네. 찾아 오기는 찾아왔네..흑흑.."
옆에서 선희 아버님이 나에게 악수를 청했어.
- 와줘서 고맙네. 참 고맙네..
선희 아버님은 애써 참으려 했지만 울음 섞인 목소리야.
선희 아버지가 나를 병원 밖으로 불러냈어.
"뭐라고욧!!" 내 열굴은 새파랗게 질렀어.
급성골수백형별....
백혈병은 실로 무서운 병이었어. 실질적인 완치는 없고.... 생명을 연장만 시키는...
발견 즉시 65% 이상이 이미 급성인 병...
비정상적인 백혈구가 과도하게 증식하여 정상적인 혈액을 무력화 시키는 혈액암...
그것은 가혹한 신의형벌 이었어.
그래...그러고보니 기억난다. 선희는 늘 피곤해하고 가끔 입몸에서 피가 나곤 했어.
나는 그냥 헬조센 중소기업에서 날마다 고생하며 야근하니까 그런줄만 알았어.
입몸에서 피나 날 때마다 "거 비타민 좀 챙겨먹으라고 그랬지?" 라고 시덥잖은 소리만 해댔어.
그리고 비타민 한번 제대로 사준 적이 없어.
선희 부모님은 잡화상을 하시느라 바쁘고 정신없었지. 내가 제대로 된 남자친구라면
선희 데리고 병원에 한번 진찰받으러 갔어야 했어. 선희 자꾸 코피 흘릴 때 피검사만 한번 받았어도...
조금만 더 일찍 발견했었어도...
선희 아버님은 나에게 선희 앞에서 좀 더 의연한 모습을 보일 것을 주문하셨고...
선희가 희망을 잃지 않게 해달라고 부탁하시면서 내 손을 간절하게 꼭 잡았어.
암.. 그래야지요. 당연하지요.
난 노크를 하고 조용히 병실에 들어갔어. 선희가 초췌한 모습으로 누워있었어.
- 선희야, 나 왔어.
- 오빠, 왔어?
우린 말야. 참 연극처럼... 마치 어제 저녁에 데이트 하고 헤어졌다가..오늘 다시 만난 사람 처럼 아무렇지 않게
인사를 했어. 마치...아무일 없던 것 처럼..
과거에 선희와 싸우고 몇달 안보다가 다시 재회할 때면....선희는 억지로 꾹꾹 참다가... 끝내 내 앞에서 눈물을 흘렸어.
"오빠, 왜 그렇게 말랐어."
내가 신경이 예민해서... 신경 많이 쓰면 살 빠지는 체질이거든.
선희는 그게 그렇게 안쓰러웠나봐.
그때는 난 '쟤는..뭐 몇 달 안 본사이 살좀 빠졌다고 눈물까지 흘리냐...'라고 속으로 가볍게 생각했어.
이제서야 선희 마음을 알게 된거야. 뒤늦게..선희가 날 얼마나 사랑했는지..
왜냐면 나도 몇 달만에 선희의 수척해진 모습을 보니 마음이 찢어지게 아프고 눈물이 주르륵 흘렀거든.
- 오빠...왜 그렇게 늦었어. 나 얼마나 오빠 기다렸는데....얼마나 보고 싶었는데..
- 그러게..미안해. 참...오..오빠가 죄가 많네....죄가 많아..
선희 손을 잡았는데 그 예쁘고 윤기있던 손이 너무 야위었어. 의연하려고 했는데..그게 안되더라고.
시발...또 눈물이 쏟아졌어.
- 오빠? 왜 울어. 나 괜찮아....와줘서 고마워...
- 선희야, 오빠가...오빠가..엉엉...
난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으면서 말을 이었어.
-우리 신혼살림 마련할 강북상가가 경매로 넘어갔어. 그리고 회사도 실직하고..
그 회사 나쁜 회사였거든. 너 볼 면목도 없고..용기도 없었어.... 그래서 헤어지자고 한거였어. 미안해...
선희가 힘겹게 손을 올려서 내 눈물을 닦아줬어.
-우리 착한 오빠...그랬구나. 내가 그럴 줄 알았어. 그래서 내가 오빠 사랑하는걸....오빠가 절대 다른 여자 생겼다고..
나 버릴 사람이 아니라는 거 알아...그리고 그런 사정...나 대충 짐작은 하고 있었거든... 나는 그냥 오빠가 다 사실대로
말해주기만을 기다렸던거야...
선희가 숨을 가쁘게 쉬며 말을 이었다.
- 오빠, 참 많이 말랐네. 내가 챙겨주지 못해서 미안해... 그리고 내가 오빠에게 결혼에 대해서 너무 부담을 줬나봐.
오빠 내가 빨리 결혼해서 집에서 쉬고 싶었던 거는...일하기 싫어서가 아냐.
언제부턴가 몸이 너무 아프더라고. 머리도 어지럽고 입몸에서 자꾸 피가나고...그래서 몸 추스리고 싶었던거야..
- 그..그랬구나...그것도 모르고 내가 참 나쁜 놈이네..으엉헝헝...
- 응..그래서 몸 나아지면 맞벌이 하려고..요즘 맞벌이 안하고 어떻게 살아..그리고 오빠, 돈 없어서 괜찮아.
그냥 나 오빠만 있어도 돼. 오빠가 한 말 기억안나? 우리가 만난지 100일 때 오빠가 나한테 반지끼워주면서..
언제까지 나 지켜준다고 그랬잖아. 나 그말 너무 감사하고 고마웠어. 이제 다시 헤어지자는 말 하기 없기다...
- 그...그래...당연하지..으헝헝....
- 꼭이다. 이번에는 진짜 약속지켜야돼?
- 그럼.. 지키고..지키고 말고..으엉헝...
- 오빠야, 혹시 나 죽더라도..내가 오빠 지켜줄거야. 밤 하늘에 별이 돼서 오빠 계속 지켜 볼거야.
-선희야, 그런 소리 하지마. 너 안죽어. 안돼. 절대 안죽어. 내가 허락안해. 내가 너 살릴거야. 두고봐!
반드시..반드시 내가 너 살릴거야.. 그리고 우리 진짜 행복하게 잘 살자...으엉엉헝헝헝..
맞다. 나는 선희를 살려야만 했다. 난 그때 눈이 뒤집혔다는 표현이 맞아. 백혈병 치료비는 엄청 났어.
선희네집 가정형편도 뻔해. 선희네는 백혈병 치료비를 대기 위해 집을 팔고 변두리 단칸방으로 옮긴 상태였어.
난 부모님에게 다 말씀드렸어.
"세상에..그렇게..착한애가...."
어머니가 흐느끼셨어. 며칠 후 치료비 보태라고 5백만원을 주셨어. 우리집 형편에 그것도 어렵게 마련한 걸거야.
나는 나와 선희를 아는 모든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했어. 신문배달을 해서라도 반드시 갚겠다고 했어.
잘사는 마법사 태응이는 100만원을 선뜻 내줬고..늘보도.. 친구들도 다 조금씩 보태줬어. 심지어 여진이도 내게 30만원을 줬어.
천사같은 그 친구들의 미래에 축복있으리.
난 집에 돌아와서 방문 걸어잠그고 무릎꿇고 기도를 했어.
....하나님, 선희 살려주세요. 아니, 목숨을 거두어가는게 정해진 섭리라면 연장시켜주세요. 그렇게 해줄 수 있잖아요. 네?
지금은 안됩니다. 절대 안됩니다. 몇 년만이라도...제가 취직해서 선희 앞에서 멋진모습 보여주고....우리 결혼할 때 까지만이라도 좀 봐주세요.
제가 떼 쓰는게 아닙니다. 그건 해주실수 있잖아요. 네네..엉엉..차라리 절 데리고 가시던지요.. 엉엉.....
난 낮에는 세차장 알바도 하고... 노가다도 뛰면서 밤에는 매일 선희의 병실을 찾았어.
집안에 가족이나 혹은 사랑하는 사람이 불치병 걸린 경험이 있는 형들은 알거야. 무언가 의지하고 싶고..뭔가 남에게 보탬이 되고 싶고...
나는 날마다 중환자 병동을 돌아보면서 청소를 했어. 쓰레기를 비우고..똥기저귀를 버리고..화장실 청소도 했어. 변기통도 고무장갑 끼고
세제로 박박 닦았어. 그래야만 할 것 같았어. 아니, 내가 가만히 있으면 견딜수가 없었어.
난 병동에서 조금씩 착한 청년이라고 소문이 나기 시작했어.
어느 날 병동의 어느 할머니가 나를 보더니 말을 건내셨어.
- 총각...참 고마워.
- 아닙니다.
- 누가 아픈거야?
- 여자친구요.
- 그래...잘될거야...
인자하신 목소리로 건네는 '잘 될거야' 그 한마디가 어찌나 나한테 힘이 되고 위로가 되는지... 내가 왈칵 눈물을 쏟았어.
"잘되겠죠? 잘될거죠? 으엉헝.."
- 그럼, 이렇게 착한 청년을 두고 색시가 어떻게 먼저 가겠어.
그 할머니도 며칠 후 부터는 보이지 않았어. 옆에 환자에게 물어보니 하늘나라로 가셨다고 했어.
중환자병동에서는 삶과 죽움의 그림자가 매일 교차하고 있었어.
항암치료의 후유증으로 밤에 고통에 겨워 소리치는 환자도 있었어.
난 매일 밤 선희를 꼭 보고 귀가했어. 이런 저런 이야기도 하고 나름대로.. 회복 후의 미래에 대해서 설계도 했어.
백혈병은 자꾸 고열에 시달리는 병이야. 선희가 아파서 몸부림치면....난 공동 화장실에 가서 세수하면서 펑펑 울었어.
차라리 내가 대신 아팠으면...내가 저기 누워있어야 하는데..
집에서도 자다가도 너무 슬퍼서 벌떡 일어나서 안방에 소리 들릴까봐 세면대에 수도물 퀄퀄 틀어놓고 꺽꺽 대면서 울었어.
- 오빠, 나 오빠 게임하다고 뭐라고 그랬던거 아냐. 오빤 절제 하는 사람이잖아.
- 응...
- 와우인가? 오빠가 늘 하는거...그거 판타지라면서..끝이 없는 스토리라서 이어진다면서...거긴 죽음이 없겠지?
나도 그거 진작 배워서 오빠랑 같이 할 걸 그랬어.
- 그래, 너 나으면 오빠가 꼭 가르쳐 줄게. 같이 하자...엘프도 만나고..마법도 배우고...
"선희야, 너 다 나으면 오빠랑 예전처럼 종로가서 맥주 마시고...강남역가서 영화보고...신당동 가서 떡볶이도 먹자..
반지도 더 좋은 거 끼워줄게. "
- 오빠, 과연..그런 날이 올까...
- 올꺼야..꼭!
-오빠, 오빠는 무능한 사람이 절대 아니야..내가 보기에는 오빠가 정말 잘하고..하고 싶어 하는 일을 못찾는 것 같아.
- 글쎄...내가 잘하는게 뭘까?
- 오빠, 글 잘쓰잖아. 어릴 때 부터 끄적이는 거 좋아했다면서..나한테 연애편지도 잘 썼고..내가 친구들에게 얼마나 자랑했는데..
오빠, 그 쪽으로 소질 살려봐. 내가 오빠 잘 알잖아..
그 때 내 머리에 새벽닭이 울리는 소리가 들렸어. 어쩌면 선희는 나보다 더 나를 잘 알았던 것 같아.
난 선희를 기쁘게 해줄려고 시간을 내 문예아카데미에 다녔어.
의사 말로는 항암치료가 잘 돼 경과가 좋다고 했어. 난 희망을 가졌어. 그런데...그런데 백혈병은 한치 앞을 모르나봐.
어느날 밤에 전화가 왔어.
"오빠, 오빠 빨리 지금 병원으로 오세요!"
선희 동생 진희의 다급한 목소리였어.
난 택시를 타고 달렸어. "아저씨, 제발 아저씨 빨리요...."
병실에서는 가족들이 울고 있었어. 늘순이도 와있고 선희가 다니는 교회 목사님도 계셨어.
의사의 말로는 오늘 밤이 고비라고 했어. 내가 들어가니까 다들 자리를 피해줬어.
가쁜 숨을 쉬면서 선희는 말을 못했어.
날 보더니 손짓으로 힘들게 불러. 내가 손을 잡았어.
"오빠, 여기요..."
옆에서 울먹이면서 늘순이가 반지를 건네줬어. 아아...그거 내가 선희에게 100일때 끼워준 반지...
선희가 죽기전에 꼭 끼워달라던 반지...
난 이미 앙상해진 선희 손가락에 반지를 끼워줬어.
선희야..죽으면 안돼...엉엉...
그걸보고 가족들도 대성통곡을 했어.
선희 얼굴에..그 아픈 얼굴에..희미하게 미소가 비쳤어. 그것은 참 슬픈미소였어.
선희가 다시 혼수상태에 빠지고 난 대기실로 나왔다. 가끔 이렇게 고비를 못넘기다가도 멀쩡해져서
몇년을 더 사는 환자들도 많대. 난 기적을 빌었고...그러다가 잠시 깜빡 졸았어.
간절히 사랑하는 사람끼리 영혼의 교감이 이뤄지는 거 알아? 난 알아.
내가 대기실에서 졸고 있을 때.... 갑자기 귓전에서 스치는 소리가 났어.
"오빠, 자나 보네. 나 먼저 갈게." 참 짧은 한마디였어. 전혀 슬프지 않은..발랄한 목소리...
난 벌떡 일어났어. 직감으로 불길한 예감이 스쳤어. 병실 안으로 달려가자 가족들의 통곡소리가 들렸어.
엉엉..엉엉엉...선희야...
쓰레기 같았던 30세 청년 이세훈이 사랑했던 유선희는 2011년 9월 어느날 27살의 젊은 나이로 그렇게 가을 하늘로 속으로 떠났어.
선희는 나한테 죽어서도 별이 되어 날 지켜준다고 했어.
그럼 약속한대로 저 가을 밤 하늘의 별이 되어 나를 지켜보겠지.....
선희야.... 언제쯤 우리 다시 만날까. 나 기다릴거야.
■ 삶은 약속과 기다림이라는 두 단어로 요약되는것 같아. 기다림의 미학, 아프니까 와우한다....
- 에필로그-
강남의 어느 광고회사 면접자리 였어. 나 포함해서 5명이 면접을 보고 있었어.
민상무라는 분이 내 옆의 면접생에게 요구를 했어.
"김xx씨는 의정부에서 여기까지 지하철 타고 오셨네요. 그러면 지하털 타고 온 풍경과
느낌을 김xx 씨의 지난 시절과 연관시켜서 이 자리에서 써보세요. 두 시간후에 다시볼게요."
면접생 김xx씨가 당황해 했어. 참 까탈스러운 요구였어. 학력을 안보는 회사였거든. 이번에는 나를 보면서 말했어.
"이세훈씨는 나이도 많은데 취미가 게임이네. 왜 게임을 그리 했나요? 일 안해요?"
면접관은 두 명인데 한명은 본부장이라고 소개한 40대 민상무라는 사람이고 또 한명은 박부장이라는 30대 후반 여자였어.
민상무는 나한테 약간 빈정대듯 돌직구를 날렸어.
"아프니까요..."
내 대답이 황당했는지 민상무와 박부장은 서로 쳐다보며 너털 웃더라.
난 이미 이 회사가 주최하는 테마광고 스토리 공모전에서 2등을 수상했어. 입사의 특전을 준다고 해서 입상자들만
따로 면접을 보는 자리였어. 선희 말대로...난 내 소질을 살렸던 거야.
"무슨 게임을 하는데요?"
"와우요."
"그럼 지금 30대시니 와우와 관련된 20대의 젊은 날의 기억에 대해서 인상적으로 써보세요."
이런....이 회사는 젊은 감각을 요구하고 필력이 뛰어나야 한다고 했어.
난감했어. 무슨 얘기를 써야 하나...
그런데 글이라는게 그래. 솔직하게 마음을 담아서 쓰면 상대방을 감동시킬 수 있다고 들었어.
제목을 뭐라고 정할까...나는 천천히 배정된 노트북 키보드를 만지작거렸어. 금방 민상무의 질문의 대답 속에 키워드가 있었어. '아프니까 와우한다...'
취업을 위해 와우를 하며서 세월을 낚은 얘기..
젊은 날을 황페화 시키는 불타는 군단의 침공에 맞선다는 이야기..
그리고...가을 하늘 속으로 떠난 엘룬여신 같던 선희 이야기까지...
다음날 나는 합격을 통보받았어. 전화통 붙잡고 난 한없이 울었어. 그건 선희의 선물이었으니까. 선희 말이 맞았어.
선희는 나보고 필력을 살릴 수 있는 일을 찾아보라고 했어. 이 회사의 입사는 선희가 나한테 남기고 간 선물이었어.
그 뒤로 내 앞날은 비교적 순탄했어. 2년 정도 광고회사 다니다가 민상무님 이직하시고 회사 내부 견제로 나도 그만두고
다른 더 큰 회사로 옮겼어.
선희가 별이 되어 지켜본다고 했으니...나는 예전처럼 여자한테 집적거리며 방탕하게 살 수 없었어.
언제나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는 젊음이고 싶어. 선희 보기에 부끄럽지 않은....
선희 2주기 때 추모공원에서 선희 아버님을 우연히 뵈었어. 저 하늘의 선희가 제일 기뻐하는 것은 자네가 좋은 배필 만나서
행복하게 사는 거라고 말씀하셨어.
그 말에 용기를 얻었고.. 난 이듬해 박여진이랑 결혼식을 올렸어. 나를 택하면 언니를 못보게 될지 모른다고 말했는데..
여진이는 울먹이면서 내 손을 잡았어. 이제 내년 봄에는 우리 이쁜 첫아기도 태어나..
벌써 가을이 오나보네....
내 곁을 스치는 가을 바람에는 늘 선희의 맑은 숨결이 느껴져. 가을이 되면 나도 모르게 설레고 또 슬퍼져
설레는 것은 선희 처음 만났던 추억들 때문이고...슬퍼지는 것은 가을 하늘 속으로 떠난 선희.....
내가 반지를 끼워줄 때 선희의 슬픈 미소가 생각나서 그럴거야.
아프니까 와우한다...힘들었지만 와우를 하면서 기다렸던 시절..잠시 방황했던 날들을 거치니 이렇게 좋은 날이 또 오나봐.
삶은 어쩌면 약속과 기다림이라는 두 단어로 요약되는 것 같아.
나는 선희와 젊은 날의 슬픈 사랑을 언제가 디시에 한번쯤 정리하고 싶었어. 야설은 그냥 재미있으라고 곁들인 것이고..
아..이제 긴 폭풍의 여정이 끝났다. 나혼자 소주 한잔 마시련다.졸필이지만 읽어줘서 끝까지 고마워.
주말이다. 오랜만에 선희 추모공원에 가야겠어. (끝)
댓글 영역
획득법
① NFT 발행
작성한 게시물을 NFT로 발행하면 일주일 동안 사용할 수 있습니다. (최초 1회)
② NFT 구매
다른 이용자의 NFT를 구매하면 한 달 동안 사용할 수 있습니다. (구매 시마다 갱신)
사용법
디시콘에서지갑연결시 바로 사용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