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월드=사직 이지은 기자] "사실 전혀 실감이 안 납니다."

이승엽(41/삼성)에게는 특히나 포항이 '약속의 땅'이다. 5일 기준 38경기 타율 0.362(141타수 51안타) 45타점 44득점 OPS 1.163, 15홈런을 때려내고 15볼넷을 골라내는 동안 병살타는 하나도 없었다. 지난 2015년 6월3일 롯데를 상대로 KBO리그 사상 최초 개인 통산 400호 홈런을 기록했던 장소 역시 포항구장이었다. 포항구장 출입구 전면에 크게 걸려있는 사진에서부터 이승엽에 대한 포항팬들의 자긍심을 알 수 있다. 

지난 4일부터 열린 롯데와의 3연전은 올시즌 삼성이 포항구장에서 진행하는 마지막 홈경기였다. 올해를 끝으로 은퇴를 예고한 이승엽에게는 마지막 포항 나들이가 되는 셈. 하지만 1차전과 2차전이 열리는 양일 모두 이승엽은 오히려 연연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아직 마지막이라는 걸 잘 모르겠다. 실감이 크게 되지는 않는다"라고 덤덤히 말할 뿐이었다.

이제 2017시즌은 올스타브레이크를 앞두고 반환점을 도는 시기다. 여름을 앞두고 각 팀들이 더 뜨거운 순위 싸움에 돌입하는 때, 이승엽 역시 자신의 은퇴보다는 시즌 레이스를 생각하는 데 여념이 없는 모습이다. 포항에서의 이번 시리즈 역시 많은 경기 중 하나일 뿐이라는 설명. 그래도 이승엽은 "짧은 추억이지만 강렬하게 남아있는 기억이 많다"라며 포항을 즐겁게 추억했다. 

그 중에서도 이승엽이 잊을 수 없는 경기로 꼽았던 건 2014년 5월21일 포항 롯데전. 당시 이승엽은 한 경기 멀티 홈런을 때려내며 팀의 7-5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특히 박석민을 거르고 이승엽과의 승부를 선택한 두산의 배터리에게 보란듯이 때려낸 스리런포는 이날 승부의 백미였다. 이승엽은 "한국에서 내 앞의 타자를 거르고 나와 승부하는 것은 그 때가 처음이었다. 석민이가 워낙 잘 맞기도 했고, 내가 좌타자이기도 해서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자존심이 상했다. 무조건 치고 싶었다"라며 "그날 경기를 계기로 시즌이 끝날 때까지 쭉 치고 올라갔다"라고 회상했다. 

사실 2016년부터 두 시즌 동안 이승엽의 포항구장 성적은 과거에 비해 떨어진 상태다. 마침 삼성이 대구시민운동장을 떠나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 새둥지를 튼 시기와 겹치는 상황이다. 이승엽도 "사실 지금 라팍 시설이 워낙 좋아졌기 때문에 환경적인 부분에서 포항에 특별히 느끼는 이점은 없다"라고 털어놨다. 하지만 멀티홈런으로 팀의 5-3 승리를 이끈 5일 경기는 2014년의 데자뷔가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 "포항에서 왜 더 잘하는지 나도 정말 모르겠다"라는 이승엽의 얼굴에서는 즐거운 미소가 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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