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한다.

난 예전에 어떤 잘못을 하나 했다.
근데 생각해 보면 워낙 사소한 사안이다.

굳이 형법에서 조항을 갖다 붙이면 꽤 무거운 죄가 될 수도 있으나...
대개는 경범죄로나 처리하지 않을까 싶다.

근데 형법 조항대로라면 공소시효도 지나서 얘기해도 무방하지만...
여튼 자세한 사안은 얘기 안하련다.

그때 그 잘못은 어떤 사소한 사감 혹은 정의감으로 저질렀다.
그 짓을 했을 때, 피해자들이 그냥저냥 넘어갈 줄 알았다.

근데 피해자들이 지역사회 단위, 소규모 단위에서는
꽤 행세하는 사람이었고....
(아, 분명 인사 피해는 없었다.
약간의 시설물 피해는 있었는데
피해액 산정해봐야 1만원도 안될듯)

그래서 그런가.
사건 하루이틀 뒤에 내가 한 짓이 일부 소규모 언론에 나왔다.
포털 메인에 잠시나마 걸리기도 했다.
장난 수준으로 볼 수도 있는데 꽤 진지하게 기사를 쓰더라.

보도대로라면 경찰도 왔고 조사에 착수한다고 했는데....
경찰 왈, '이건 죄 맞다'고도 했는데....
근데 결국 난 아무 추적 안 받았다.

경찰 생각에 진짜 별거 아니라고 여겨서 조사 대충 한 듯.
내 행적 잡자면 시시티비 뒤져서 알아낼 수도 있을텐데
(사실 그날 나도 괜히 장난 비슷한 죄를 저지르고
좀 켕겨서 나름 복잡한 루트로 귀가했는데....
설마 경찰이 시시티비 추적 중 놓쳤나?)

작게나마 보도가 나가니 난 괜히 켕겨서
심사가 뒤숭숭했다.
한동안 좀 불안하다가 몇 달이 지나도 별일 없자
나름 안심해졌고....

이제와서 생각해보니,
해당 보도에 나름 댓글들이 많이 달린 게 기억난다.

그 수준들이 진짜 "방구석 탐정"들이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방구석 탐정들의 댓글 유형은 이랬다.

-이 행위의 배경에 어떤 '사상'을 담아 분석, 추리하기
(너무 과도한 추리였다)

-행위자(범인)를 추리하는데 소위 지역색 패드립에 의거하기
(당연히 빗나간 추리)

-보도에 나온 단서를 토대로 내 정체 추리하기
(너무 비과학적 추리. 그야말로 뇌피셜)

-보도에 나온 요소만을 토대로 단서 짚기
(당연히 현장도 안 가본 네티즌의 소행.
범인 찾기에 전혀 도움 안됨)

-내 행적을 파악할 단서 찾는 법 의견 제시
(내 기억에 따르면, 네티즌들의 아이디어로는 단서 수집 못했을듯)

-내가 어디서 온 사람인지, 직업이 뭔지 추리하기
(당연히 내 연고지와 직업을 잘못 찍음)

-"범인은 내부에 있다"는 주장
(난 피해자들의 내부사회와 무관)

이런 수준들이었다.

그알갤에도 어떤 사건에 대한 추리성 얘기들이 많이 오가는데....
전직 사고뭉치(범인?) 입장에서 보니...

네티즌들의 방구석 추리가 얼마나 허황한지 원....
아마 진짜 강력미제사건의 진범들이 포털의 댓글들 보며 웃지 않을까 싶다.

이런 판이니 형사들이 민간인들의 아이디어 무시한다는 행태가 이해가 가기도....

(혹시 이 글만 보고 내가 한 짓의 해당 기사를 링크한다면...
그 분은 진짜 궁예거나 형사거나 국정원인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