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야 초등학교 저학년도, 유치원에서도 영어를 배우지만 나 때는 그런 게 없었다.

선행학습으로 영어를 배우던 교회 친구가 학습지를 교회에 들고 왔던 적이 있다.

나는 대문자 알파벳만 대충 알고 있던 정도라 문장에 적힌 문제는 들여다봐도 뭐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주위에서 나름 똘똘하다는 소리 많이 들었는데 집안이 가난하고 부모가 자식 교육에 관심 없으면 이런 차이가 나는구나, 하고 어린 나이에도 그런 생각이 났다.

괜히 흘겨보거나 여기서 이런 거 풀지 말라고 심술부렸다. 열등감으로 괜히 영어가 밉고 관심 안 가지려 애썼다.

그렇게 초등학교 시절은 영어와 담을 쌓았고, 중학교 1학년 때 처음으로 영어 노트에 대문자와 소문자를 줄에 맞춰서 쓸 줄 알게 되었다.

남들은 아무렇지 않게 배워왔던 대로 영어 문장을 썼지만 나는 친구들 눈치봐가며 뻘뻘거리며 따라했었다.

다행히도 고등학교 때는 열등감을 털어내고 남들만큼 하게 되었다.

아무튼 못배워서 서럽다는 감정이 그 어린 시절에도 있었고, 그 감정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 친구는 현재 자기랑 같은 은수저 짝과 만나 외국 가서 살고 있는 모양이고, 나는 아직 이러고 있지만 열등감만 안 가지면 분수에 맞춰 잘 살 수 있을 거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