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비요일은 판타지]

신갤러(218.156) 2024.04.29 11:23:21
조회 72 추천 1 댓글 0

														


[비요일은 판타지]




혜진이 여섯 살 때였다.


지금도 아버지 홀로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는 시골집에


이웃 아주머니들과 친척들이 모여들었다.


까닭은 지난 몇 달간 병원 생활을 한 혜진의 어머니가


더 이상 가망이 없다는 결론에 얼마 전 집으로 돌아왔고,


이제 이생의 시간이 거의 끝에 다다랐다는 이야기가 전해져서였다.


어린 혜진은 마당에서 혼자 강아지와 놀다가 어른들의 넋두리를 들었다.


어렵다고...


산에 가서 명약이라도 캐오면 모를까 이미 강을 건너고 있다고.


조용히 강아지의 눈을 들여다보던 혜진은 곧 어머니의 얇고 해진


가방을 들고 집을 나섰다. 논길을 따라 밭길을 따라 산자락을 따라


점점 산으로 올라간 꼬마 아이는 독특해 보이는 풀이나 꽃들을 꺾어


가방에 담았다. 발걸음이 닿는 대로 산길을 걸으며 이마에 맺힌 땀도 닦았다.


이윽고 가방에 꽃과 풀들이 수북이 쌓였을 때


혜진은 높은 숲이 사방을 메우고 있는 걸 보았다.


길을 잃은 걸 깨달았지만 울지 않았다.


그저 어서 집에 가야겠다고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산그늘은 빨리도 밀려왔다.


하늘은 푸르러도 주위는 벌써 어스름이 깔리고 있었다.


달빛을 남기고 그 하늘마저 어두워졌을 때에야 혜진은 비로소 울음을 터트렸다.


그리고 잠시 후 어둠속으로 불빛들이 흔들리며 혜진을 찾는 외침이 들려왔다.


혜진은 소리 내 울며 불빛들을 향해 걸어갔고,


한달음에 달려온 사촌 오빠들은 화를 내거나 철없음을 탓하지 않고


그저 어린 동생을 등에 업고 집으로 걸음을 재촉했다.


혜진은 사촌 오빠의 등에서 가방만 꼭 쥐고 있었다.


하늘엔 별들이 떠오르고 어둠이 자욱한 시골길을 달려 도착한 집엔


어수선한 어른들의 모습이 혜진을 탓하듯 반겼다.


방으로 들어가자 친척 할머니가 엄마 아픈데 어딜 갔었냐고 물었다.


혜진은 약초를 캐러 산에 갔었다고 말했다.


가방을 내어놓으니 산에서 나는 풀들과 꽃들이 한가득 쏟아졌다.


풀잎 향기가 방안에 퍼졌고 숨소리가 여려지던 어머니는


그 향기를 마시며 점점 호흡이 또렷해져 갔다.


어머니는 손을 움직여 혜진의 손을 잡았고 호흡은 더욱 선명해져 갔다.


유언을 하듯, 어린 딸이 캐온 약초를 맛보려는 듯


어머니는 방안의 모두가 놀랄 정도로 가슴을 떨며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미안하다고, 더 이상 놀아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이생의 마지막 이야기가 눈물이 되어 차올랐다.


그리고 어느덧 그 머나먼 강을 다 건넌 어머니는 거친 숨소리가 잦아들고


떨리던 가슴도 가라앉았으니 마침내 아련한 한숨이 길게 흘러나왔다.


한 방울 눈물이 어머니의 눈가를 지났을 때 방안에는 풀잎 향기만이 짙었다.


누군가로부터 시작된 울음소리가 방안을 물들였다.


혜진도 어머니의 손을 꼭 잡고 서럽게 울었으니 그 울음소리 가득한 시공엔


못 다한 이야기와 애타는 풀잎 향기가 가슴 깊이 사무치고 있었다.




......




테인이 도이크 셰런을 처음 만난 곳은 불바다였다.


테인과 호위기사인 울리히, 그리고 테인을 짝사랑하는 리쿠


이렇게 셋은 험준하고 약초가 많기로 소문난 랑고트 산으로 들어갔다.


그곳엔 예로부터 패악한 드래곤 ‘가일’이 산다고 알려져 있었다.


다만 가일은 지난 수백 년 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세간엔 랑고트 산을 떠났거나 죽었을 거라는 말들이 많았다.


그런데 하필 가일이 깊은 땅속 동굴에서 단잠을 깨고


다시 세상 밖으로 나왔을 때 처음으로 마주한 게


제각각 흩어져 약초를 찾고 있던 테인 일행이었다.


지랄 맞은 성격인 가일은 보자마자 화염을 내뿜었으니


울창한 숲은 순식간에 불바다가 되어 버렸다.


리쿠는 화염을 피해 달아나며 테인을 소리쳐 불렀고,


울리히 역시 벼락같은 불덩이에 튕겨나 속절없이 계곡으로 추락했다.


테인은 그 불바다의 한복판에 갇혀 버리고 말았다.


‘아아!...’


확확 치솟으며 달려드는 불길 속에서 테인은 잠들어 있는 어머니를 생각했다.


사랑한다는 이생의 마지막 말을 남기고 그대로 주저앉아 얼굴을 감싸 쥐었다.


화마가 테인을 한 줌 재로 집어삼키려는 그때였다.


모자 달린 망토가 푸르른 냉기의 파도를 일으키며 그녀 앞으로 날아들었다.


냉기는 둘의 주위를 휘어 돌며 한 아름 두께만 한 얼음벽을 생성했고


그 모습은 마치 하늘빛 얼음성이 일떠서는 것만 같았다.


가일에게서 뿜어나는 세찬 화염은 그 얼음성을 녹이며 들어왔고,


정체 모를 남자에게서 휘몰아 나오는 푸른 기운은 얼음성을 더욱 팽창시키며 파도쳤다.


시뻘건 화염과 푸른얼음의 격전...


그 광경을 테인은 하얀 성에에 뒤덮인 채 바라보았으니


두 팔 벌린 검푸른 망토는 얼음나라에서 날아온 괴물처럼만 보였다.


한참 후 마침내 모든 불길이 사라지고 얼음성도 다 녹아내린 그곳으로


리쿠와 울리히가 소리를 지르며 뛰어왔다.


둘은 화마에 집어삼켜져 초토화 됐다가 다시


하얗게 서리가 내린 세상을 꿈을 꾸듯 돌아봤다.


“아가씨...”


그리고 그 안에서 추위에 바들바들 떨고 있는


테인의 새하얀 모습에 리쿠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테인...’


마법사 도이크 셰런과 테인의 첫 만남이 있던 날이었다.




......




저기...


만남이란 참 신기해요


내가 모르는 세상이 열리는 거잖아요


처음 마주한 순간


우산을 들고 서 있는 그대는


구름 너머의 알 수 없는 판타지...


그저 내 마음 한 조각이


빗방울을 타고 몰래 따라가


그대의 표정을 신기하게 구경하죠




처음엔 달콤한 놀람에 가슴이 뛰어요


치즈케이크, 잠망경, 그대의 미소


생경한 발코니는 새로운 판타지


반짝반짝 불어오는 당신의 웃음에


세상은 꿈을 꾸듯 빛이 나고


하얀 운동화, 달보드레한 판타지에...


내 마음이 삶을 노래하죠


보고픈 그리움이 사랑을 꿈꾸죠




갑자기 그 시공이 멈춰버리기도 해요


예상치 못한 이야기에 우산은 굴러 떨어지고


눈물이 나...


맨발에 혼자가 되어버린 기분...


판타지는 꿈처럼 아득해지고...




갑자기 소나기가 내리기도 해요


두려움에 난 길을 잃고


파아란 번개, 천둥소리에 놀라


눈물이 앞을 가리는데...


내밀어 준 그대의 손길, 벅찬 사랑


설운 내 마음 그대를 놓칠까봐


난 아이처럼 울어버렸어요


엄마처럼 나의 울음 안아준


그대는 나의 판타지


영원한 나의 마법사




비 갠 후 하늘을 보면


파랗게 빛나는 시간과 흰 구름


흐르는 삶의 시간을 따라 풍경은 변하고


우리의 감정은 수많은 기억으로 화해 또 흩날리고...


사랑하는 그대여


우리 예쁜 이야기를 그려요


마법이 잘 되지 않을 때가 와도


판타지가 잘 기억나지 않을 때가 와도


우리, 공주님처럼 마법사처럼 웃어 봐요


오래오래 행복하게


신비로운 추억을 이야기하며


서로를 향해 마법의 주문을 걸어 보아요




제 거예요...




가슴 설레던 그 비요일의 판타지처럼...




[비요일은 판타지] - 청순별랑


[리디북스] [전자책]



https://ridibooks.com/books/1441005665?_rdt_sid=newReleases_romance&_rdt_idx=8




추천 비추천

1

고정닉 0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어떤 상황이 닥쳐도 지갑 절대 안 열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05/20 - -
공지 ☆★☆★☆ [ 필독 ] 신화갤러리 가이드 ★☆★☆★ [48] 백휘_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02.03 207345 279
공지 ☆★☆★151003 음악중심 전진 도시락 조공후기☆★☆★ [154] 싢배팅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10.04 37737 510
공지 ◇◆◇◆ 150329 인기가요 10관왕케이크 조공 후기◇◆◇◆ [132] DC신화갤(119.67) 15.04.19 46622 237
공지 ☆★☆★150326 엠카운트다운 떡조공 후기☆★☆★ [66] DC신화갤(119.67) 15.04.18 23933 159
공지 ☆★☆★150401 쇼챔피언 도시락 조공 후기☆★☆★ [123] DC신화갤(119.67) 15.04.04 30335 310
공지 ☆★☆★160422 에릭 또 오해영 제발회 쌀화환 후기☆★☆★ [59] 싢배팅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04.22 28137 248
공지 ☆★☆★160312 신혜성 세미막콘 도시락 조공 후기☆★☆★ [98] 싢배팅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03.12 25469 236
공지 ☆★☆★151126 김동완 외박 첫콘 도시락 조공 후기☆★☆★ [92] 싢배팅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11.28 29743 268
공지 ☆★☆★☆★151024 전진 콘서트 쌀화환 조공 후기☆★☆★☆★ [151] 갔전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10.25 31454 357
공지 ★근하싢년 프로젝트★ 푸르메재단에 기부완료했습니다 [219] 김뱅뱅.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03.24 21508 250
공지 신화 갤러리 이용 안내 [940] 운영자 07.11.05 50917 100
1241403 이민우 옛날 기사 중에 ㅇㅇ(223.38) 13:39 28 0
1241401 유부남은 그냥 아몰랑 신갤러(211.36) 13:01 52 2
1241400 안진용 기자 수첩인데 [1] 신갤러(106.102) 12:38 106 3
1241394 그랫구나 신갤러(125.178) 00:54 183 8
1241384 이민우 [4] 백마담(175.202) 05.20 466 0
1241383 내가 mbn 특종세상을 보면서 느낀건데 ㅇㅇ(106.101) 05.19 295 8
1241382 신기하다 [5] 신갤러(125.139) 05.19 541 15
1241381 ㅈㅇㄹ님 민심은 이래 [3] ㅇㅇ(106.101) 05.19 572 7
1241380 ㅈㅇㄹ씨 본인도 본인이 잘못 알았다고 하는데 ㅇㅇ(106.101) 05.19 222 6
1241379 회식 자체가 없었다는데 신갤러(112.149) 05.19 377 8
1241378 에휴 ㅇㅇ(211.234) 05.19 170 0
1241376 어제 살림남에 쌀로 나왔음? [1] 신갤러(118.235) 05.19 389 0
1241375 이미 끝난일 신갤러(112.149) 05.19 204 2
1241374 욕했는데 미안하네 이런글도 안올라올걸 신갤러(125.139) 05.19 250 9
1241373 장영란 그때 커뮤 난리나게 해놓고 이제 저러면 다인가 [8] ㅇㅇ(125.244) 05.19 813 26
1241372 전진 까던애들 ㅈㅇㄹ이 해명했네 ㅇㅇ(106.101) 05.19 588 13
1241370 무슨 미혼멤 까는글만 지워져 [1] ㅇㅇ(208.98) 05.18 218 1
1241368 근데 맘 한켠에 신화 복귀 성공했으면 좋겠어 [3] 신갤러(106.101) 05.18 532 10
1241367 배신감 느낄 것도 없는게 [1] ㅇㅇ(106.101) 05.18 336 15
1241366 이민우 하고 ㄱㅎㅈ 결이 같다 [2] 신갤러(106.102) 05.18 678 24
1241363 간만에 들어오는 사람들은 ㅇㅇ(106.101) 05.18 261 6
1241362 리더가 도덕성이 높다니 [2] 신갤러(106.102) 05.18 589 13
1241361 근데 여기 관리자가 있음? 삭제를 어케 하는겨? [1] 신갤러(112.220) 05.18 252 5
1241360 진짜 글삭 더럽게 많이 하는구나 신갤러(112.149) 05.18 168 8
1241358 ㅅㅎㅅ 음주수치는 끝까지 공개 안됐네 [3] ㅇㅇ(106.102) 05.17 549 5
1241357 선녀는 무슨 꿈깨셩 [2] ㅇㅇ(106.102) 05.17 451 13
1241356 훠궈먹고 신갤러(218.236) 05.17 179 4
1241354 새삼 글을 얼마나 날리는지 알겠음 ㅇㅇ(125.244) 05.17 243 10
1241353 요샌 마갤도 완장 입맛대로 글 안 지운다 남미새귤아 ㅇㅇ(211.36) 05.17 169 8
1241352 이제 찐 귤들만 남았다 ㅇㅇ(211.36) 05.17 493 12
1241351 저거를 아예 방송 나갈 수단으로 삼았네 [2] ㅇㅇ(211.36) 05.17 767 14
1241350 셩도 셩인데 엠이 더 비슷함 [1] ㅇㅇ(211.36) 05.17 576 9
1241349 결이 비슷 하다 ㅇㅇ(211.36) 05.17 405 5
1241348 너그롭던 짹에서도 슬슬 말 나오는 중 [7] ㅇㅇ(211.36) 05.17 745 7
1241347 왜 저런 걸 방송 소재로 하냐 [1] ㅇㅇ(211.36) 05.17 454 6
1241346 쌀로 의도는 명확해보이는데 그거에 낚이네 ㅇㅇ(211.36) 05.17 420 8
1241345 쌀로도 엠수니들 가스라이팅 중이네 ㅇㅇ(211.36) 05.17 405 10
1241344 아카이브 화이팅 ㅇㅇ(125.244) 05.17 83 6
1241343 글 지우는 니들은 그냥 쌀로가 뀐 방구도 사세요 ㅇㅇ(211.36) 05.17 81 9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