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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설관리에서 일하고 있는 썰2...ssul

시설인(182.228) 2021.11.24 10:48:07
조회 1361 추천 23 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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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설관리를 한지 3개월이 지났다.



어떤 일이든 3개월 이상은 해본 적 없는 내가 이렇게 오래 버티는 걸 보면...



확실히 여기도 정상은 아니다.



시설은 남는게 시간이고 하는 건 노가리다.



지하에서 동료들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서 하는 얘기를 듣다보면



다들 어딘가 고장이 나있다.



씹질 얘기부터, 자기 마누라 두들겨 팬 얘기(다소 과장되어 있다),



부녀회의 여자 한명이랑 놀아 난 것 같다는 관리소장에 대한 험담...



건물 몇 채 말아먹고 자살한 것 아니냐는 다른동의 경비원 뒷말까지...



다들 적어도 나보다는 사회적이지만 나만큼 어딘가 나사가 빠져있는것 같다.



비정상적이다. 며칠전부터 자꾸 배관에서 물이 떨어져서, 멀쩡하던게 갑자기 왜 지랄이지?



반장에게 넌지시 물어보니 날이 춥고, 배관이 얼어서 그런것 같은데... 끝말을 흐렸다.



반장은 그 특유의 넉살로 아줌마들한테 인기가 많은 50대 남자다.



뭐만하면 담배를 뻑뻑 피우면서, 에이 씨발것...



욕을 씹으며 뭐든 뚝딱뚝딱 고치는데



언젠가 자기가 가지고 있는 자격증이 공조냉동기계기능사 하나밖에 없다고했다.



있어봤자 일하는데 아무런 쓸모가 없단다.



그래도 자격증을 따두면 일하면서 배관고치는데는 좀 쓸모있지않습니까...



물어보니, 날 몇초간이나 뻔하니 쳐다보다가 우리는 그냥 잡부란다.



남의집 똥간다니면서 변기뚫고 용접하면서 기술자 되게? 그런다.



두 딸내미가 있는 다른동 10년차 경비원은 우리들을 좋아한다.



다른 아파트는 경비와 시설기사의 신경전이 있다는데 다행히 여긴 그런건 없다.



아마 30대의 딸을 둔 내 사수에게 특히 동질감을 더 느껴서 그런 것 같다.



그 딸들이 줬다던 그림과, 밥솥, 싸구려 전자렌지, 다이소 시계...



딸내미들을 끔찍히도 사랑하는 지하실 인생들의 이야기꽃을 듣다보면...



마치 내가 이 사람들의 가족이나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각설하고 반장에게 물새는거 어떻게할까요. 설비사장님 부를까요, 물어보니



그 양반은 추운날 부르면 괜히 일당을 더부른다니 내일이나 모레 부르자고 했다.



어차피 우리는 못고치는것이니 큰 대야에 물이 차면 한두시간마다 한번씩 비우는게 끝이었다.



녹슨 전기밥솥의 밥과, 천 원짜리 컵라면으로 대충 끼니를 해치우고,



2시간의 점심시간을 어떻게 보내나 밖을 서성이다가 나는 다시 지하에 들어왔다.



날이 추워서 이제 옥상에 올라갈 엄두도 안난다.



지하실에서 처박혀서 매트리스에 발길질을 몇번 갈기고 있는데,



사수가 말하길, 두시쯤 신입이 면접을 보러 온다고 했다.



6개월간 두명의 신입이 왔었고



두 명 다 일주일도 못버티고 나갔다.



나이가 어떻게 돼요? 물어보니 서른이라고 했다.



나랑 비슷한 나이라 얼굴을 보기도 전에 반가운 심정이 들었다.



회사원 차림에 백팩을 맨 서른살남자가 겁먹은 쥐새끼 같은 얼굴로 들어왔다.



짬이 안되면 못앉는 침대에 앉아서 반장이랑 가벼운 인적사항, 전직장에 대해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나누었다.



괜히 짜증이 났다. 저 백팩도 그렇고...



잔뜩 신경 쓰고 온 차림이 나도 모르게 거슬린다.



반장이 대충 형식적으로 묻는 질문 하나에도 헛투루 대답하는 법이 없다.



츄리닝 바지에 단답으로 밖에 얘기를 못하던 나랑은 딴판이었다.



저놈은 왜저러는걸까... 갑자기 속이 뒤끓는듯 했다.



비뚤어져버린걸까...



집에서 허송세월한지는 1년이나 됐다면서 아직 회사원 티도 못벗고



이런데 면접이나 보러 오다니... 병신같은 녀석이 내일부터 출근하겠다고 했다.



50대 중반 사수가 괜히 기분 좋은지 자꾸 치근덕댔다.



내가 먹다 남긴 컵라면 쪼가리를 보다가, 너 내일부터 밥 어디서 먹을거야,



저기 사거리에 잘하는 순댓국밥집 있는데 갈 생각없냐, 혼자 있으면 안심심하냐.



늘상 화난 표정이던 사수는 어떤 이벤트가 생기면 얼굴에 생기가 돋는다.



처음에는 소름이 끼쳤다.



막힌 변기를 해치우고 돌아오던 한달차인 내게



느닷없이 서른두살 먹었다던 딸사진을 보여주며 자랑을 했다. (정작 소개시켜주지는 않을거면서)



넌지시 만나볼 생각없는지 떠본다거나.



경희대 수학과를 나왔는데, 애가 순진해서



남자 한놈만 바라보다 차였다는둥...



삼십대인데도 불구하고, 곰보성 여드름피부에



검은색 야상을 입은 그 여자의 역사를 쉴새없이 얘기한다.



지난번에 본 사진은 어렴풋이 귀여운 구석이 있었는데...



단추구멍같은 답답한눈에 억지로 쌍커풀을 만든듯하다.



뛰쳐나가고 싶었지만 그때도 지금도 그럴수가 없었다.



여자는 만나고 싶지도 않을뿐더러 어차피 내게 관심없을 것을 알기에



형식적으로 대답했다. 그럼 따님분은 지금 임용고시를 공부하다가, 학원에서 중학생들 가르치시는구나.



맞장구를 쳐주니 기분이 좋아진 모양이다.



자기 밥솥이 몇번 안써서 깨끗하니,



같이 안먹을거면 앞으로 나보고 전용으로 쓰라고 했다.



그러다 선심쓰듯이 갑자기 아냐, 가져가. 가져가란다.



당황해서 나는 말도 안하고 가만히 있는데 혼자 으쓱한 얼굴로 돌아갔다.



확실히 다들 고장이 많이 나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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