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서론을 좀 깔면 내가 배트맨 영화에서 가장 명장면 중에 하나로 꼽는게 저 사진에 나온 배트윙 장면인데

팀버튼 첫번째 배트맨 보면 배트맨이 배트윙타고 조커 풍선 조지러 갈 때 뜬금없이 하늘까지 수직상승해서 저러고 내려가는 장면인데

저게 진짜 영화 스토리로 보나 논리적 개연성으로 보나 아무짝에 쓸모없는 건데 완전히 순수한 미장센 자체만을 위해 만들어진 장면이라고 나는 봤고, 뭔가 덕심에 불을 지르는 명장면이라고 생각함

아캄수용소-시티 vs. 오리진에서도 약간 이런 요소의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는게,

사실 기존의 아캄수용소-시티는 배트맨 수트도 뭔가 단단한 쫄쫄이에 가깝고 무슨 그 폭탄그릴때도 박쥐모양으로 그리는, 우리가 흔히 비꼴 때 쓰는 '만화적'인 요소들이 고의적으로 들어가있다고 봄

이건 디테일하고도 연관이 된다고 보는데 투페이스가 처음에 있던 장소가 법원이고, 그 법원을 또 내부를 반반 갈라서 데코를 좌악 해놓고, 조커도 마찬가지지, 남의 제철소에다가 놀이공원지어서 사실 저게 제철소란 표현만 없으면 관람열차까지 있고 폐놀이공원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

그리고 또 하나 극단적인 예가 아캄시티에 나오는 구 GCPD 건물, 건물 위에 대문짝만하게 보안관 모양 현판이 걸리고 간판이 GCPD라고 걸려있는데 보면볼수록 진짜 무슨 삼류만화같은 그런 우스꽝스러움? 그런 과장된 표현들이 오히려 아캄 시리즈를 매력적으로 만든 디테일의 힘이 되었다고 봄

그런 관점에서 아캄 오리진은 뭔가 '디테일'성 자체는 갖고가려고 하면서도 그걸 '세련되게' 소화하는 데에 초점을 맞춘 느낌이랄까.

수트도 어깨 부분과 헤드가 분리된, 패드 형태의 다크나이트 수트를 기반으로 한 부분이나, 빌런도 조커/베인 투탑에 영화에서 주로 추구했던 모습들을 담고있는 컨셉이라던가 (조커는 아나키 적인 모습, 베인은 치밀하고 파괴적인 모습) 건물같은 경우도 조커가 리모델링 열심히 한 로얄 호텔을 제외하면 뭔가 전작의 그런 과장된 데코는 거의 없었던 것 같고.

아캄 수용소-시티가 폴 디니가 몸담았던 배트맨 TAS의 어두운 버전이라면 오리진은 놀란3부작에서 놀란의 재해석 부분을 상당부분 희석시킨 버전에 가깝다고 봄

사실 이렇게 접근 자체가 다르다고 보기때문에 아쉽고 말고는 개인의 호불호일텐데 나 개인적으로는 미스터 프리즈랑 죽네사네 싸워놓고 싸움끝나자마자 개쿨하게 얼음무기랑 와이프로 딜치는 아캄시티의 동화성? '만화스러움' 같은 부분을 높이 산 편이라 그런 걸 잃은 부분이 아쉽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