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부터 '스네이크 치킨 스프'(snake chicken soup)이다. 누가 이런 괴식 같은 음식을 입에 넣어보고나 싶을까. 그래놓고는 뻔뻔하게 앨범 제목에 '보양'(補陽)을 붙이곤 '엄선된 레시피'와 함께 '맛있게 즐겨'줄 것을 당부한다. 거부감이 들지만 어쩔 수 없이 숟가락을 들어 국물 한 모금을 머금게 된다. 개러지(garage)의 한 풍경, 빨간색 한자로 크게 중심 하단을 차지하며 보양식임을 강조하며, 이 앨범과의 조우는 이렇게 시작한다.
포크라노스
'웨터'의 최원빈, '이디오테잎'의 DR, '게토밤즈'와 '텔레파시'의 최석이 모여 결성한 '스네이크 치킨 스프'는 각자 몸담았던 모던 록, 일레트로닉, 개러지 펑크 등이 뒤섞인 조합만큼이나 거침이 없고 편견이 없다. 록의 테두리 안에서 수없이 변주되어 소비해왔던 '거침없는' 태도가 딱히 새롭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펑크'의 반항적인 시대정신이 여전히 유효하게 받아들이게 되는 건 시대를 향해 펄떡이며 살아 움직이는 듯한 역동성에 기인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덕분에 그 가치가 오래된 것일지라도 지금까지 신선도를 유지하며 살아남을 수 있던 셈이다.
그러니 이 신선도에 근거를 두어 '보양'은 그 역할을 다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 7곡으로 이루어진 짧은 EP에 불과하지만 펄펄 끓인 국물을 단숨을 들이키게 만드는 쾌감이 분명 있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한 그릇 잘 먹었다는 감상을 남기며 때때로 그 포만감에 입맛을 다실 수도 있다. 그만큼 매력적이며 감칠맛이 나는 앨범이라는 걸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첫 곡인 '어쩌라고'는 금속성의 귀를 날카롭게 자극하는 소리와 함께 일렉과 드럼의 단출하고도 공격적인 루프로 시작한다. 반복적인 킥과 핏대를 세운 듯한 보컬은 고조되는 감정을 조금씩 쌓아 올리다 일렉 기타가 그 중간에 합류하며 반항적인 심정을 힘있게 드러내 보인다. 물론 이런 심정은 스래쉬 메탈에 기반한 '지저분한 방'에서 더 빛을 바란다. '더더더'에서는 힙합의 비트나 스크래치 등을 초반부 재치있게 연결지어 자칫 초반부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을 곡들의 연결 속에 조그마한 틈새를 심어준다. 시종일관 빠르게 내달리기만 하는 건 아니다. '내가 뭘 어쩌겠어'는 은은하게 수면 밑바닥을 훑는 듯한 톤과 그런지에 버금가는 일그러진 톤으로 번갈아 가는 기타에 맞춰 모습을 바꾸는 보컬의 고뇌가 인상적으로 드러나는 곡이다.
김밥 한 줄과 라면 한 그릇에 만원 가까이 쓰게 되는 현실에, 이들의 보양이 단순 쾌락적인 수단으로 의미 지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표면에 드러난 잘 먹이고 싶다는 욕망이 이면 속 잘 살고 싶었다는 체념과도 맞물려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이를 바탕으로 하는 펑크의 반항적인 정신은 먼저 무엇보다 현재에 대해 깊숙한 통찰과 시선이 가미되어 있어야 했을 거다. 날카로운 시대정신이란 항상 냉소적인 태도만을 염두하고 말하는 건 아닐 것이며 차라리 얼마만큼 세상에 관여하고 있다는 점과 그런 것들을 가감 없이 내보이는 태도에서 비롯된다는 게 더 어울림 직해 보이는 것처럼. 그런 의식 속에 '스네이크 치킨 수프'의 보양적인 행보는 훨씬 시의적이라 할 수 있을 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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